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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Nov 16. 2019

일기73

엄마에게...





올해는 유독 정신없이 흐른것 같아. 벌써 연말이 되고 엄마 생신이 왔네. 할머니가 되고 처음 맞는 생일에 대한 소감은 어때?


아기를 마주하고 있는 시간만큼이나 엄마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야. 아무생각없이 듣던 엄마의 말들이 더 깊숙히 느껴질 때가 많거든. 아가가 예쁜만큼 나도 엄마한테 커다란 마음을 받아가면서 자랐구나 하고 감사(또는 반성) 하게 돼.

시어머니랑 마주 앉아 최서방 키울 때 친정 엄마며 언니들 도움받은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 엄마는 친정 엄마 일찍 돌아가시고 첫째라 물어볼 데 하나 없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져. 아기를 키워보니, 엄마는 우리에게 정말 최선을 다 한것이 맞구나 하고 느껴.

아기를 낳고 나서도 이런 짜증 저런 짜증 다 받아주고 들어줘야 하니 우리 엄마는 극한직업이다, 그렇지? 나쁘게 말하면 엄마가 만만해서지만... 세상에 한 사람이라도 내가 온전히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게 힘들 때 엄청난 위안이 돼.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나한테 친정엄마 있어서 좋겠다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아.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나야 다 갚을 수 있지 않을까.


내 아이에게 할머니가 되어주어서 고마워.

든든한 친정 엄마라 고마워.

남들보다 늦게 결혼하고 손주 낳아 올 때까지 건강하게 기다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내가 엄마로 누리는 행복을 알 수 있을때까지 낳고 길러줘서 고마워.

우리한테 남아있는 앞으로의 시간 동안 행복한 기억 많이 남기자. 그럴 기회가 아직은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해.


엄마 인생의 예순세 번째 생일을 많이 많이 축하해.

우리 엄마 고마워. 많이.






*이번 생신에 케이크 상자에 넣어 전달한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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