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은 취미가 요리입니다.
입에 쓰면 몸에 좋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맛있는 건 건강에 나쁘단다.
스물 다섯 즈음 위장병을 심하게 앓고 난 뒤 식사량이 반으로 줄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시어머님은 내게 새 모이만큼 먹는다고 그렇게 먹으니 비실비실하다고 걱정 섞인 핀잔을 하셨었다. 결혼하고서부터 시댁과 지척 거리에서 살다 보니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아하니 살림이라곤 안 했을 것 같아 보였는지 늘 본인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가라 하셨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게 남이 해준 밥이라 했었나, 나는 감사하게도 시댁에서 자주 저녁을 얻어먹었다. 그럴 때면 어머님은 종종 밥그릇 반을 도로 떠내고 먹는 내 모습을 보곤 기절하셨다. 처음엔 입맛에 안 맞아 적게 먹는 건가 걱정하시더니 나중엔 ‘그러다 늙어서 고생한다’고 협박(?)까지 하셨다. 아마 다이어트 때문에 적게 먹는다 오해하셨으리라. 나는 건강을 위해서 적게 먹는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먹는 건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이 돌아올 뿐이다. 고부간의 동상이몽에 남편은 내 편도 어머니 편도 못 들고 내가 남긴 밥을 조용히 해치울 뿐이었다.
비교적 적은 양으로 포만감을 채우려고 고칼로리 음식을 먹는 편이다. 그래서 내 입맛에 맞춰 자주 해준 음식이 아란치니인데, 처음 했을 때 여태 해준 요리 중 최고라고 할 정도였다. 반응이 좋으니 베리에이션을 달리해서 자주 해주곤 했다.
오늘 레시피는 간편하면서도 만족감 높은 요리
아란치니 :)
재료
밥, 소금, 허브, 밀가루, 계란, 빵가루, 파마산 치즈, 식용유
소스 : 양파, 마늘, 베이컨, 페페론치노(없으면 고춧가루), 마늘, 시판 토마토소스
1. 베이컨을 잘게 썰어 약한 불에 볶아 준다. 기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조금 씹는 맛이 있을 크기로 다진 양파, 다진 마늘을 넣고 볶아 준다.
* 베트남 쥐똥고추나, 페퍼론치노가 있음 다져서 이 단계에서 넣어 주고 없다면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주는데, 고춧가루는 잘 타기 때문에 마지막에 넣어준다.
2. 양파가 투명해지기 시작하면 토마토소스를 넣고 약불로 줄여 한번 끓어오르면 불을 끈다.
* 토마토소스가 아니라 볶아 놓은 베이스에 시판 크림소스를 넣어줘도 잘 어울린다.
* 시판 소스는 사용하기 전에 한번 끓여주기만 해도 제품 맛이 확 줄어든다.
3. 소스는 잠시 내버려 두고 작은 냄비에 식용유를 부어서 중불에 올려둔다.
* 한 번에 10알씩 튀길 것이 아니라면 작은 냄비에 한 두 알씩 튀기는 것이 온도 관리도 편하고 기름도 적게 쓰기 때문에 최대한 작은 냄비를 쓰는 것을 추천.
4. 기름 온도가 오를 동안 준비된 밥에 소금, 허브, 파마산 치즈를 취향껏 넣어 준다.
* 재료 양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밥양은 먹을 만큼이고 조미료도 허브도 있는 것을 입맛대로 넣어주면 된다.
* 파마산 치즈를 넣어주면 튀길 때 자기들끼리 녹아서 잘 엉겨서 모양 잡기가 편하고 감칠맛도 더 해 준다. 치즈의 짭조름함이 있기 때문에 치즈부터 넣고 간을 본 뒤 소금 간을 해주는 것이 좋다.
5. 밥을 둥글게 뭉쳐서 돈가스 튀기듯 밀가루> 달걀> 빵가루 순으로 묻혀주고 기름에 튀기다가 원하는 색이 나오면 빼서 키친타월 위에 올려 기름을 빼준다.
* 튀기기 전에 빵가루부터 기름에 한 번 넣어보자. 너무 빨리 타면 안 되니 불을 줄여준다. 빵가루가 원하는 색이 되면 바로 빼주면 된다.
6. 베이컨 기름이 소스 위에 떠 있을 수 있는데, 소스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잘 섞어주면서 데워 주도록 하자.
7. 데워진 소스를 접시에 먼저 평평하게 펴서 담아주고 위에 튀긴 아란치니를 올려주면 완성 :)
* 원래는 재료를 많이 넣어서 리소토나 볶음밥을 만들어 튀기는 편이 더욱 맛있지만, 밥 이외의 재료가 들어가면 뭉치는 거부터가 요령이 필요하고 밀가루> 계란> 빵가루 묻히기 과정에서 깨지기 쉬우니 처음에는 맨밥을 뭉치는 것을 추천!
* 이번 레시피는 맨밥에 간을 하는 레시피라 포인트를 주기 위해 소스를 만들었지만 리소토나 볶음밥을 활용해서 튀길 경우는 시판 소스를 한번 끓여서 사용해도 좋다. 샐러드 위에 올려서 같이 먹는 레시피로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