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유아인, 원톱 배우 세대교체 시작을 알리다

2015 HOT ISSUE REVIEW

까무잡잡한 피부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가진 한 소년을 봤다. 매력 있는 얼굴에 미술을 전공하는 풋풋한 고등학생 역을 어찌나 자연스럽게 연기하는지. 눈빛에서부터 배우 끼가 흘러넘쳐 그를 예의 주시하게 됐던 것 같다. 2003년 KBS2 성장드라마 ‘반올림’에서의 유아인. 그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실제로 그는 대구 경북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어느 날 학교 앞에서 길거리 캐스팅 돼 ‘반올림’을 통해 배우로서 그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리게 된 것이다.


당시 유아인의 나이가 18살이었다. 풋풋함을 연기했지만 어릴 때부터 유독 성장통을 심하게 겪었고 사회에 불만도 많았다는 그는 자신의 SNS에 소신 있는 발언을 해 종종 화제가 되기도 하며, 어딘가 모르게 외골수적이고 반항아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2011년 영화 ‘완득이’에서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아인은 세상의 그늘에 숨어있는 것이 편한 18살의 반항아 완득이를 연기했다. 유아인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스크린에서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퍼스트룩 유아인 화보


비슷한 시기에 드라마에서도 그는 독자적인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았다. KBS2 ‘성균관 스캔들’에선 성균관의 통제 불가능한 불량아 ‘걸오’ 역으로 날것 야생의 매력을 물씬 풍겨 일명 ‘걸오앓이’ 사태를 만들었고, 2012년 SBS ‘패션왕’에서 희망과 미래가 없는 삶이지만 사랑에 빠지며 꿈을 향해 달리고, 죽음까지 맞게 되는 20대 청춘의 파란만장한 삶의 ‘강영걸’을 연기했다.


2013년 영화 ‘깡철이’에선 안정적인 직장도, 기댈 수 있는 집안도, 믿을만한 ‘빽’도 없지만 ‘깡’으로 사는 부산 사나이를, 2014년 JTBC드라마 ‘밀회’에선 한없이 순수하고 김희에게만 맹목적인 천재 피아니스트 선재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개중에 수작이라고 보기 힘든 작품도 있지만 유아인의 연기는 숨죽이면서 보게 만들고, 스토리에 빠져들게끔 하는 특별함이 있었다.     


제 26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그리고 2015년, 드디어 터졌다. 20대에 차근차근 실력을 다지며 온 그가 1,340만 관객수를 돌파한 영화 ‘베테랑’에 이어 ‘사도’가 624만 관객을 넘었고, 제 26회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됐다. 황정민, 송강호, 이정재, 정재영과 같은 거물급 후보를 제치고 수상한 것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만큼 ‘베테랑’, ‘사도’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넋을 잃게 만들었고, 세대교체된 원톱 배우의 탄생을 알렸다. 서른이 된 올해 연기력, 스타성, 무게감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2015년은 가히 ‘유아인의 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영화 ‘사도’ 제작보고회 당시 유아인은 “영원한 건 없으니까 즐길 땐 즐기고 반성할 땐 반성하고 털어버릴 땐 시원하게 털어버리면서 그렇게 멋지게 살아가는 남자로 다가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를 충분히 즐겨도 좋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자신의 인생을 작품에 녹아들어 연기하는 배우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숨기지 않고 한껏 표현하길 바란다. 그나저나 SBS '육룡이 나르샤‘가 끝나면 그가 곧 군대를 간다고 하니, 지금 내 기분이 딱 그렇다. "어이가 없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