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N
설령 ‘패.알.못 (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오프 화이트(OFF-WHITE)’는 한 번쯤 봤음직 한 브랜드일 것이다. 그만큼 최근 몇 년 동안 오프 화이트의 활약은 대단했다.
“젊음은 죽지 않는다”는 슬로건 아래 2014 S/S 시즌을 시작으로 카니예 웨스트, 에이샵 로키, 제이지, 비욘세, G-DRAGON 등 전 세계 많은 패셔니스타들이 애용하면서 일찍이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한 브랜드. 블랙 앤 화이트 색채와 사선 패턴이 그려내는 강력한 임팩트와 상의 후면에 입힌 큼지막한 프린팅은 패션에 민감한 젊은이들을 흥분시켰다.
오프 화이트는 하이엔드 패션의 복잡한 구조와 스트리트 웨어의 실루엣과 간결함을 믹스해 양극단에 있던 패션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룩을 제시했고, 기존과는 다른 양상의 하이패션으로 LVMH 프라이즈의 후보에도 오르는 등 패션계를 장악하는 브랜드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후 루이비통, 이케아, 몽클레어, 지미 추, 리모와 등 많은 브랜드와 꾸준한 협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그중 올 한 해 나이키와 협업한 ‘THE TEN’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시리즈는 오프 화이트의 수장인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나이키의 상징적인 스니커즈 10개를 재구성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카테고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스우쉬를 뜯어 다른 위치에 붙이는 등 리폼이 들어간 ‘리빌링(REVEALING)’과 반투명 소재로 제작된 ‘고스팅(GHOSTING)’. 나이키 에어조던1, 에어포스1, 에어맥스90, 에어맥스97, 프레스토, 베이퍼맥스, 블레이저, 하이퍼덩크, 줌플라이, 컨버스 척테일러 실루엣에 구조를 분해해 재구성하거나 기존 틀에 새로운 소재를 씌우고, 그 위에 프린트를 그려 넣는 등 오프 화이트의 옷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신발 박스 역시 해체하고 뒤집어 재조립되었고, 오프 화이트의 상징인 빨간 케이블타이에는 나이키와의 협업을 알리는 문구가 쓰여있다. 이는 아이디어에서 출시까지 10개월 만에 완성한 가장 빠르고 야심 찬 협업 중 하나로 또 한 번 오프 화이트와 버질 아블로의 위상을 높였다.
또한 오프 화이트 계정의 사진을 리그램 하면 추첨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독특한 방식 때문에 인스타그램 피드가 몇 주간 이 사진들로 도배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선 11월 9일 에어조던1과 블레이저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발매되었고, 현재 10배가량의 프리미엄가로 리셀되고 있다. 유일하게 발매가 미뤄진 척테일러의 열기는 얼마나 뜨거울지, “럭셔리 하우스의 수장이 되고 싶다”라고 공공연하게 밝힌 버질 아블로가 내년에는 또 어떤 놀라운 이슈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