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예술이고 예술이 일상이 된 현재. 그 흐름에 가장 최적화된 공간
사진과 학생 신분이었던 2011년 당시 서울 전시투어 버스에 몸을 싣고 올라와, 규모가 크고 작은 다양한 사진 전시회를 구경했다. 그중 한 곳이 ‘유르겐 텔러’ 전시였다.
사진을 전공했기에 유르겐 텔러는 내게 꽤 익숙한 포토그래퍼였고, 다 함께 작품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인터넷상으로만 봐왔던 유명 해외 포토그래퍼의 사진을 국내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흥분감과 화려하고 우아한 패션 사진과 달리 날것 그대로 담긴 그의 상업 혹은 예술 어디쯤 있는 패션 사진에 적잖은 충격을 받아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그곳이 지금의 ‘대림미술관’이었다는 사실을 몇 년이 흐른 오늘날에서야 새삼 깨달았다.
이후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이 대림미술관에서 개최되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림미술관 #라이언맥긴리 #청춘 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너나 할 것 없이 정방형의 인증샷이 SNS에 도배되었다는 것. ‘린다 매카트니’, ‘닉 나이트’ 사진전은 어떻고 가구디자인, 생활디자인, 패션 카테고리의 모든 전시까지. 마치 대림미술관의 전시를 보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지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작품을 보러 간 것인지, 정방형 프레임 안에 자신의 트렌디함을 증명하러 간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예술 계통의 관계자가 아닌 20-30대의 젊은 일반인들이 갤러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자연스러워진 건 대림미술관이 꾸준히 펼친 여러 장치가 빛을 발한 듯하다.
대림미술관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모토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상 속 예술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공부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관람의 재미를 선사했으며, 젊은 감각과 감성을 겨냥한 전시기획으로 유독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끌었다. 저렴한 티켓가도 한몫했다. 온라인에서 회원가입만 하면 4,000원에 무제한으로 관람할 수 있어 언제든 미술관에 놀러 가듯 드나들게 했으며, 국내 미술관 최초로 사진 촬영을 허용한 새로운 관람문화까지 더했다. 이는 자체적으로 바이럴을 유도해 일상에서도 두고두고 작품을 볼 수 있게 했고, 관객 한 명 한 명이 광고 채널의 역할을 한 셈이다.
또한, 2012년 한남동에 ‘구슬모아 당구장’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전시장을, 2015년에는 분관 격인 ‘디(D)뮤지엄’을 오픈했다. 방치된 당구장을 리모델링한 구슬모아 당구장은 젊은 작가들의 예술 소통 창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디뮤지엄 역시 에르메스 전시,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샤넬 전시 등 단 몇 차례 전시를 통해 젊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대림미술관은 기획된 전시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이 쉽고 친근하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매월 한 번의 일요일에 진행되는 ‘SUNDAY LIVE’는 참여자들이 콘서트, 마켓, 이벤트 등의 다양한 구성으로 전시 감상과 더불어 보다 깊이 있고 다채로운 문화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금요일 저녁 7시에 진행되는 디자인 워크숍인 ‘CLASS 7PM’, 한 달에 한 번 색다른 취미와 다양한 취향을 만날 수 있는 ‘한남살롱’까지. 미술관이 단지 전시만 보는 곳이 아닌 전시도 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미술에 관심 없던 일반 대중도 미술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술관이 친숙해졌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작가들의 작품은 대림미술관의 언어로 해석되어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되었고,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은 미술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모든 것이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을 모토로 꾸준히 노력해온 대림미술관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