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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Park Jun 18. 2018

수원의 화성행궁과 행궁동

수원화성 건축 프로젝트, <구조의 건축> 전시와 함께 바라본 공간

2015년, 수원 최초의 시립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화성행궁 앞에 개관했다.

태어날 때부터 쭉- 수원에 살아온 나로서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미술관이 생겨서 굉장히 반가웠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종료된 전시입니다. (2018. 2. 13. ~ 2018. 6. 10.)


非壯麗, 無以重威。
웅장하고 화려하지 않으면 위엄을 보일 수 없다

-  『정조실록』 38권, 1793년 12월 8일


수원 화성행궁 앞에 지어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현대 건축 감각과 화성행궁의 고즈넉함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평소 화성행궁이 보이는 근처 카페에 머물기를 즐겨하는 나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수원화성 건축 프로젝트 <구조의 건축>展'을 보게 되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2018년 첫 전시로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고 장르간 관계성을 숙고하기 위한 융복합동향전 《구조의 건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동양 성곽 건축의 백미로 손꼽히는 수원화성을 키워드로 삼아 수원화성이 지닌 미학적 가치를 건축과 시각예술의 시선으로 선보이고, 여전히 유의미한 사유와 태도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제시하고자 기획되었다. 

- <구조의 건축> 전시 서문 中


수원화성이 축성된 지 올해로 222년의 시간이 지났다고 한다. 18세기 과학지식과 기술이 집약된 수원화성은 효의 사상과 실학의 지혜, 그리고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가득 배어있다. 

 

문화유산#3_서장대 @이명호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 @양정욱
@간삼건축


전시 서문에 쓰인 것처럼 전시는 수원화성이 지닌 미학적 가치를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모여있었다. 9명의 서로 다른 예술가들이 모여 수원화성의 가치를 여러 시선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공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도시의 계획에 맞게 변화한다. 화성행궁이 위치한 이곳은 내가 어렸을 때, 지동시장을 중점으로 상업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수원역 상권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는 친구들과 만나면 팔달문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다.  수원역에 백화점이 들어오고, 상권은 자연스럽게 수원역전으로 옮겨갔다. 때문에 지동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급속도로 줄었고, 문을 닫는 가게들도 많이 늘어났다. 너무도 빠른 도시의 변화 속도에 따라가지 못했었다.



2018년 현재, 다시 화성행궁 근처의 많은 가게들이 생겨났고, 지역의 이미지에 맞게 변화해가고 있다. 화성행궁을 활용한 문화 행사들이 많이 생겨나고, 전시 문화공간을 필두로 근처에는 크고, 자그만 카페들도 많이 생겼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공방들도 이미지를 바꿔가며 사람들을 다시 이 곳으로 모여들게 하고 있다.


퇴근길에 마주할 수 있는 화성행궁의 야경


화성행궁의 여러 풍경 중 아직까지 나는 성곽의 모습을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밤의 모습을 더 좋아한다. 정조실록에 쓰여 있는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 화성행궁의 수려한 외모를 더 돋보이게 하고, 주변과 어울리는 지역의 이미지를 찾기 위해서는 더 무던한 노력과 치밀한 성장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엉망으로 진행된 도시 계획 때문에 아름답지 않은 동네들이 많다. 오래된 건축물들에 숨결을 불어넣지 못한 체 높게-크게-새 것으로만 치장하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우리 사회도 그러하듯 나이가 많은 건축물, 새로 태어난 건축물들 사이의 조화로움이 더 중요시돼야 할 것 같다.


성곽은 장엄하고 아름다웠으며 신도시는 혁신적이었다. 도시계획의 프레임에서부터 발전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수원화성 건축은 당대의 이상과 현실, 미래적 가치를 반영하였다. 오랜 시간 축적되어 만들어진 땅의 형세를 건축의 형식으로 변환하였고, 도시의 주인인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사회 관계망들의 여러 요구를 실현하였다. 수원화성은 물리적 구조들의 단순 집합체가 아닌 매일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공간의 형성이자 문화적 가치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건축 그 자체로 삶의 기록이자 도시의 기억이다.

《구조의 건축》전은 수원화성의 미려함과 실용적 구조, 그리고 위민정신에 대한 깊은 천착을 토대로 문화와 예술을 담는 그릇인 건축이 사회와 관계 맺는 방법, 사람과 마주하는 태도 등 인문학적 고찰을 심미적으로 구현하고자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9명(팀)의 작가들은 건축 이면에 켜켜이 쌓인 다양한 층위의 개념과 이야기들을 재구성하여 도시와 건축이 간직한 시대의지를 다각도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로부터 구축되어 여전히 생명력을 지닌 채 우리 앞에 있는 수원화성의 현대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순환적 시간성에서 반추할 수 있는 장소의 가능성과 미완의 과제를 위한 발전상까지 논의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 <구조의 건축> 전시 서문 中


옥상에서 바라본 화성행궁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화성행궁 앞 넓은 터는 사람들을 모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시 속 학교 운동장이 그러하듯 이 넓은 공간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 연을 날리는 사람, 유모차를 끄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있다. 빽빽이 채워진 도시에 지루함을 느낀 다면, 이 넓은 공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성행궁은 사람들이 모이며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 구조의 건축 전시를 보며, 과거에서부터 쌓아온 수원 화성행궁의 매력과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하는 공간 '화성행궁'

나를 걷고 싶게 만드는 곳, 화성행궁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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