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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Park Oct 14. 2018

버려진 공간의 재발견

수원, 경기 상상캠퍼스

여전히 버려진 공간을 재탄생시키는 도시재생 사업에 관심이 뜨겁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는 오래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가 자리 잡았다. 2003년 서울대 농생대의 이전 이후에 그 커다란 부지는 10년이 넘은 채 방치되었고, 몇몇 관련 기관만 남아있었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일대 옛 서울대 농생대의 경기도 소유 부지(15만2천70㎡)를 문화와 예술, 자연생태와 관광이 어우러지는 명소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옛 서울대 농생대는 우리나라 근대 농업발전을 선도했던 중심지역으로 2003년 서울대 이전과 함께 폐쇄됐으며 지금까지 당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리온실, 묘포관리실, 강의실, 연구동, 기숙사 등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에 지어진 건축물 22개 동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도는 이 곳에 문화융합형 청년창작소와 창작레지던시, 공방, 농업체험캠프, 카페, 쉼터, 따복(따뜻하고 복된)기숙사 등을 조성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출처 옛 서울대 농생대,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 시작


방치된 건물의 크기만큼 자란 나무들이 그간의 세월을 보여주듯, 오랜 세월을 버텨온 식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명력을 유지해왔다. 생활1980(구 농원예학관), 청년1981(구 농화학관), 공작1967(구 농업공작실), 경기생생공화국(구 농공학관) 등의 건물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재탄생되었고 현재 경기청년문화창작소, 경기생활문화센터, 경기생생공화국에서 모든 세대를 위한 문화예술 캠퍼스로 숲과 함께 운영 중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이 동네에 쭉 살아왔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갔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공간처럼 보일 수 있다. 늦은 밤, 택시를 타고 퇴근할 때에 기사님들이 “수원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도시 곳곳을 모두 알 것 같은 기사님들도 모르는 곳이라니. 나름 비밀스러운 공간을 아는 것 같아서 자랑하듯 "수원역 바로 건너편인데도 많이 오래됐죠? 산책하기에는 좋은 곳이에요"하며 맞장구친다.



이곳이 다른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심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높이의 나무들 때문이다. 도시의 공간은 나무들로 많은 것들을 모아지게 한다. 건물만큼 커버린 나무들은 죽어있던 공원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이제야 좀 공원 다운 모습을 갖췄다.



버려진 공간을 되살리고자 탄생하게 된 경기상상캠퍼스. 이런 복합문화공간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겨하는 나는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찾아간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책 한 권들고 가면 도서관이 되어 주었고, 자전거를 타고 가면 훌륭한 공원이 되어주었다.



밤에는 인위적이긴 하지만 밝은 조명들이 이 공간을 비췄다. 모든 것이 죽어버린 공간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암울했던 공간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힘을 갖게 되었다.


이전에는 대학이 자리 잡은 곳이어서 교통도 편리하다. 수원역에서 버스로 5분 정도면 도착하고, 날씨가 좋다면 걸어도 크게 무리되지 않을 거리이다. 또, 그 앞에는 농촌진흥청 부지를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는 따복기숙사가 자리 잡고 있다. 기숙사 건물은 일반인이 출입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지만 바로 옆에 큰 카페테리아가 위치하고 있어 식사를 할 수 있다.


2018.9.10(월) ~ 2018.10.31(수) / 경기천년 특별전 《경기아카이브_지금,》


상상캠퍼스 (구)임학임산학관에서는 경기도의 다양한 문화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카이브 전시인 경기아카이브_지금,》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달 말까지 진행하는 전시이며,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김현자, 경기천년 감로도
백승우, 유토피아-#011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경기도미술관이 주관하는 《경기 아카이브_지금,》전은 ‘경기(京畿)’라는 이름을 쓴지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특별전입니다. 

경기 천년의 역사를 비롯해, 문학, 시각예술, 문화․문화재, 공연․축제, 철학 등 경기도의 역동적인 문화와 창조적인 예술 자료를 모아 ‘신(新) 경기천년의궤’로 집대성한 이 전시는 새 천년 경기도의 문화정체성을 헤아리는 귀중한 자리입니다.

경기학 연구도서, 경기 근․현대문학, 경기 현대미술, 근대 목판과 대중음악, 1980년대 미술 소집단, 경기대안공간네트워크,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기록 아카이브 등 6천여 점의 작품과 자료는 미래 경기문화의 초석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 일시 : 2018-09-10.(월) ~ 10.31.(수)
· 입장료 : 무료
· 휴관일 : 오프닝(9월 10일) 제외한 매주 월요일, 추석 당일(9월 24일)
· 주소 : 경기상상캠퍼스 (구)임학임산학관
· 문의 : 031-296-1833~1840

https://www.ggcf.kr/archives/91036


공간은 자고로 사람이 모여야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낡고 낙후된 건물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통해 그 공간의 특색을 유지하면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문화서울역 284, 금천 예술공장처럼 경기 상상캠퍼스 또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어 다시 활기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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