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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Dec 27. 2023

그럼 약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엄마가 드시는 약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아침에 12개

점심에 6개

저녁에 9개

총... 

27개 


물론 매 끼니마다 소화제가 들어있어서 이걸 빼고, 변비약 처방을 뺜다 쳐도 총 23개...


3년 가까이 이 많은 약을 드시니... 얼마나 힘들까? 

약으로, 정신력으로 버티고 계신 엄마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엄마가 요양병원에서 퇴원하실 때 병원에서 딱 일주일치만 줬다. 

법적으로 일주일 분량만 처방이 되고, 

그 이후부터는 두 달씩 되니,  

6일째 되는 날 다시 병원에 와서 처방을 받고 약을 타가라고...


그러나...

약을 타는 일, 역시...  아주 큰 복병이었다. 


처방받기!


퇴원하고 6일째 되던 날 

담당의사 선생님을 만나 엄마의 호전된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의사는 다행이라면서 

기존에 드셨던 처방전을 다시 내려줬다.

그런데, 처방전은 달랑 한 장... 

응? 약은요?


"저희 병원은 외래 약국이 없어요. 그러니 병원 근처의 약국에 가서 약을 타시면 됩니다."


아 그렇지. 

대수롭지 않게 병원을 나서서... 

옆 건물에 있는 약국에 들렀다. 


"아휴.. 이렇게 많은 약이 저희 약국에 있을 리가 있나요?" 

"요양병원에서는 병원 근처의 약국에 가라던데요?"

"죄송하지만, 2-3일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네? 당장 내일까지만 드실 약이 있는데요?"

"처방전 약들을 제약사에 신청해서 조제하려면 2-3일은 있어야 해요. 일반인들이 먹는 약도 아니잖아요."


그렇구나.

그 수십 개의 약들을. 그것도 두 달분을...

일반 동네 약국에서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다. 

병원 근처 약국을 세 군데나 다녔지만.. 역시나...

내가 순진해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 

엄마는 중증환자인 것을 깜빡했다. 


약국 찾기!


30분 넘게 근처 약국을 돌아다녀도 안된다는 말만 들으니... 

우산도 없는데 하필 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열이 받기 시작했다. 

다시 병원에 들어가서 원무과 직원에게 어떡하냐고 하소연을 했다.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요..."

"우리 3년 가까이 웃으면서 얼굴 봐왔잖아요. 조금 더 도와주실 수 없는 거예요?"


원무과 직원이 난감하다는 듯이 원무과장을 쳐다봤다. 

그제야 원무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대학병원 근처 약국에 전화를 넣어볼게요."


전화기를 들어 약국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 씨... 방법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미리 얘길 안 해준 거야!! 

분명히 나만 이런 거 아닐 거다.  

이 병원을 퇴원해서 처방을 받으러 오는 보호자들이 있었을 거 아닌가? 

흐음. 이젠 병원에 돈 되는 환자가 아니라 이건가? 

 

조금 뒤 대학병원 근처의 약국에서 

성분은 같지만 제약사가 달라 이름을 바꿔서 조제를 해주겠다는 회답이 왔다. 

원무과장은 웃으면서 약국의 약도를 내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앞으로는 집 근처 내과에 가서 처방을 받으라고..

뭐!!!! 

동네병원에서 처방을 해 줄리가 있겠니?  

환자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의사가 약을 처방해 주겠냐고!!!


이렇게 하루아침에.... 

2년 10개월 동안의 VIP 보호자에서 

진상보호자로 변해버렸다. 



엄마를 담당했던 주치의가 퇴직했다고요?


그런데 더 답답한 건

첫 번째 약을 타러 갔을 때는 내가 처음이라 그렇다 쳐도 

두 달이 지나 

다시 찾아갔을 때는 담당의사가 퇴직을 했다는 거다. 


병원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의사가 

기존의 담당의의 처방전을 원무과로 내려보내줬다. 

이렇게 해서라도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나...?

그래! 

감사하자.


그러나... 

며칠 뒤... 

갑자기 엄마의 알 수 없는 통증이 시작됐다.  



알 수 없는 엄마의 통증!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요양병원의 주치의가 퇴사를 하고 없으니, 

원장선생님(정형외과의)을 오랜 시간 기다려서 대면을 했다. (아.. 서럽다.)  

 

"선생님, 엄마의 왼쪽 볼이 저릿저릿 하대요. 잠도 못 주무시고 계속 아프다고 하세요. 진통제를 좀 더 처방해 주세요."

"보호자님. 지금도 어머니는 드시는 약이 많고, 진통제도 제일 세게 쓰고 있어요. "


엄마는 귀를 잘라내고 싶을 정도로 아프시다고 하셨다.  

대체 병명이 뭔지라도 알면 좋겠는데... 

인터넷을 찾아봐도 모르겠고...

엄마의 통증과 상황을 말로 의사에게 전달하는 게 최선이었다. 

엄마를 모시고 119를 불러서 응급실에 가기엔 

아직은 초기 증상인 거 같아서 

괜히 갔다가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원장선생님 앞에 앉아 상담을 하는 건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했다. 


"보호자님, 제 생각엔 대상포진 초기 증상 같습니다. 누워계시는 환자분들에게 면역이 약해서 대상포진 오거든요. 소염제를 처방해 드릴 테니. 계속 안 좋으면 대학병원 응급실 가세요."


그렇게 해서 처방받은 소염제... 

그러나 엄마는 그 약을 먹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엄마가 고통스러워하시는 그 모습을 지켜보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최후의 수단으로 난... 무모한 불법을 저질렀다. 


내가 아프다고....(매우 큰 일 날 짓.. 이 방법뿐이었다.)

내가 이렇게 아프니 처방해 달라고... 

동네 내과를 찾아갔다. 

내과의는 안면신경통(3차 신경통) 같다면서 약을 처방해 줬다. 

그리고 나는 엄마가 드시는 약 중에서 

중복되는 소염제를 빼고 약을 드시게 했다

(흐미... 하도 병원을 많이 다니다니니... 야메(뒷거래) 약사 간호사 의사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엄마는 호전을 보이셨다. 

정말 다행이다. 

하루 이틀 통증이 줄더니 이제는 안아프다고 하신다. 

정말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오직 엄마만을 위해서 

중증환자인 엄마를 집에 모셨는데...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통증이 생기니... 나도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내가 생각했던 힘듦에 10배... 

더 힘이 들지만....


하지만!!!


엄마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정말 좋다. 

보고 싶을 때 보고

손잡고 싶을 때 손잡고


이 모든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하나님이 엄마와 나에게 주신 이 시간...

더 소중하게

더 알차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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