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Nov 01. 2024

재가요양 일 년... 우리의 대화는?


"정원아. 천국 가겠다" 

"왜?"

"너 혼자 두고, 어떻게 내가 천국 가겠니?" 

"괜찮아. 가시는 게 좋아."

"아니야. 못 가겠어!"

"괜찮대두!"


물론 이 대화에는 장난 섞인 웃음이 담겨있다. 

옆에 있던 여사님은 죽음에 대한 얘기를 

모녀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니까. 

오히려 더 슬프다면서 눈물을 훔치셨다. (속으론 아마 욕하셨을 거다.) 


"그러니까요~~ 제가 불효녀라..."

"아니야. 내 딸은 효녀야. 내 최고의 보험이고"

"엄마는 나 같은 딸 낳아서 노후보험을 제대로 들었네?"

"너 없었으면 이미 천국 갔지..."

"그러니까 천국 가셔요. 내 생각하지 말구~~"


문장으로 써 놓고 보니까... 진짜 이상하네! 이렇다니까~~ 수위가 매우 높다니까~~




엄마가 요양병원에서 집에 오신 지도 일 년이 넘었다.

시간이 화살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정말 어떻게 지났는지 2024년이 후딱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처음엔 오셨을 때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만약 천국 가신다고 하면 나와 함께 충분히 소통하면서 천국환송을 해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 상태 유지하며 쭈욱 건강히 잘 계신다. 


"딸... 나 너무 행복해"


엄마가 행복하다고 하시는 나 역시 행복하다.

엄마가 평안하다시니 나 역시도 평안하다. 

 

그렇지만... 

물리적으론 내 일상은 완전 무너졌다. (3년 전 엄마가 쓰러졌을 때 이미 무너졌지만...)

엄마의 식사부터 시작해서 모든 살림을 하고 있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다행히 좋은 24시간 요양보호사님을 만나서, 

그분이 많은 걸 해주고 계시기 때문에 

지금처럼 잘 버틴다고나 할까?

어느 정도는 무분별 들쑥날쑥했던 스케줄도 모두 안정이 되었다.  


엄마의 컨디션이 좋을 때는 죽음에 대한 얘기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어차피 크리스천은 영생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이 땅에서의 죽음은 잠시 헤어짐이고, 천국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니까.


그런데 얼마 전  

엄마가 이틀이나 소화가 안된다면서 식사량을 많이 줄이셨다. 

또 3일이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셨다. 

점점 해쓱해지더니 갑자기 금식을 선포하셨다!


"진짜 천국 하시려고?"

"목사님이 설교에서 중풍병자가 주기도문 만 번. 일주일 금식을 했더니 일어났대"

"엄마... 엄마의 컨디션으론 하루도 못 버텨! 그럼 나는 어쩌라고?"

"해볼 테니까. 밥 주지 마!"


나의 많은 잔소리와 

여사님의 식사 유혹에도  

엄마는 당당히 금식을 성공하셨다~


"봤지? 이런 게 믿음이야..."

"아 진짜.... 최권사님 고집은 못 말린다니까..."

"다음엔 하루 해볼게" 

"다음? 그러지마~ 그러다 갑자기 천국가신다니까..."

"천국가라고 할때는 언제고?" 

"그건 그냥 하는 말이지!"


금식을 하신 뒤, 엄마의 컨디션은 오히려 좋아지셨다. 

물만 드셨더니 디톡스를 한 것처럼 몸 안의 가스와 붓기가 많이 빠져나간 것이다. 


"정원아. 난 맘이 편하다. 천국 가는 건 하나님이 부르셔야 가는 거야. 우리는 기도만 하자!"


역시... 

울 엄마의 믿음은 못 따라간다. 

믿음의 선배인 울 엄마가 참 자랑스럽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누워계시지만

언제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를 말하시며 

긍정과 소망으로 살아가시는 엄마가... 

지금 이렇게 내 곁에 살아계셔서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