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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경Bolee Jan 31. 2017

#2. 대학원 연구실을 결정하기 전에 생각해볼 것들

연구실을 결정하기 전에, 꼭 나의 가치관과 나의 목표를 명확히 하자.

대학원 생활의 첫 시작은 자신에게 맞는 연구실을 잘 결정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이 연구실에 배정되는 과정은 학교마다 학과마다 규정이 다양하다. 특정 학교에서는 연구실이 미리 확정이 나고 대학원에 입학 여부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석사 입학이 먼저 결정되고나서야 연구실을 공식적으로 컨택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의 연구실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연구실을 사랑하고, 나의 지도교수님을 매우 존경한다. 그러나 그 과정 자체는 매우 다사다난했으며, 심지어 어느 순간에는 대학원 입학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을 할 정도로 심각했다.



나의 이야기

입학 당시 나의 연구실 선정 기준은 '관심 있는 연구 주제'를 다루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나는 당시에 경영과 타 학문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일부러 학부과정을 1년 연장하면서까지 경영 복수전공 프로그램을 신청했었으며, 관련 연구실에서 개별 연구 및 졸업연구를 하면서 관련 지식을 쌓으려고 나름대로 노력도 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대학원에 가면 그 연구실에 입학하겠지'라고 믿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교수님께서 정년퇴임이 다가오시다 보니, 새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고 했다. 정신이 까마득했다. 사실상 대학원 입학 결심을 한 계기가 그 연구분야 때문이었는데 난 그럼 뭘 하지?  


이렇게 계획이 갑작스럽게 틀어지고 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연구실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여전히 '관심 연구 주제'만을 찾아 나섰고, 나는 학부시절 재밌게 들었던 수업들을 생각해보았다.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분야는 무엇이었지? 3학년 때 사용자 중심의 인터렉션 탐색을 재밌어했던 게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UX/UI 관련 연구실을 떠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해당 연구실의 교수님과 사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상태였다.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적도 없었고, 이전에 만나서 간단한 면담을 해 본 적도 없었다. 사실 그 연구실에서 정말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고, 연구실 소속 선배들과도 친하지 않았다. 아무렴 이런 건 상관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애초에 타 연구실을 꿈꿀 때부터, 이 연구실을 가고 싶어 했던 더 절실한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멘붕이었다. 그때 나는 자포자기를 했던 걸까? 최종적으로 나는 '1 지망 란'에 생긴 지 6개월 된 신생 연구실을 적었다. 사실 그 당시 어떤 마음가짐으로 최종 선택을 했는지 잘은 모르겠다. 교수님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으며 (성격도, 말투도, 성향도) 연구실이 생긴 지 1년도 안되어서 (즉 랩을 대표하는 연구가 아직 없어서)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하는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교수님은 외국인이었고, 그나마 있는 한 명의 랩원도 외국인이었다. 정말 난 홀린 듯이 이 연구실을 선택했다.  



되돌아보기

연구실은 대학원생의 일부분이다. 수업을 듣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연구실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고, 연구실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며, 교수님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게 되니까.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연구실 결정을 내가 홀린 듯 결정했다니, 지금 생각하니 아찔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내가 '연구 주제에 대한 관심' 을 유일한 기준으로 생각했다면 놓쳤을, 윤택한 연구실 생활을 선물해주었다. 연구실에서 탐색하고 있는 주제는 미래에도 촉망받는 분야였다. 또한 외국 문화를 따르기 때문인지 랩 근무시간은 매우 탄력적이었다. 교수님은 내 생각을 잘 경청해주시는 따뜻한 분이시며, 고민을 이야기할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분이었다. 물론 월급 등의 사소한 문제에서는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말이다.   


이 일을 통하여, 연구실을 결정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하는가에 대한 큰 교훈을 얻었다. 내가 다시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고민을 해 볼 것 같다. 


Step 1. 연구실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대학원 진학 중 나의 삶과 목표를 폭넓게 생각해보자.

연구실을 따지기 전에, 어떤 석사과정 학생이 되고싶은지 먼저 한번 그려보길 추천한다. 박사과정 진학까지 목표로 하고있다면 논문성과를 위한 석사생활을 하는것이 마땅하고, 사회 진출 전 발돋움으로의 생활을 하고 싶다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연구실에 가야 할 것이다. 혹은, 다양한 경험을 하길 원한다면 인턴 프로그램 혹은 교환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 교수님을 찾아야 하며, 부모님으로 독립하는 생활을 한다면 현실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연구실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에 먼저 답을 내려보자. 


- 성취하고 싶은 것: 나는 대학원에서 프로젝트 경험을 쌓고 사회에 나가고싶은가, 아니면 내 이름을 건 연구로 논문을 쓰고싶은가?

- 새로운 경험: 졸업을 미루더라도 인턴 혹은 교환학생 등을 통한 다양한 인턴 경험을 쌓는것을 더 선호하는가?

- 개인적인 여가시간: 나는 9 to 6 근무시간을 지키며 개인여가시간을 꼭 확보하고 싶은가?

- 받고 싶은 지도: 지도를 하나하나 꼼꼼히 받는걸 원하는가, 아니면 일주일에 한번만 교수님과 소통하는 방식이 본인에게 더 맞는가? 

- 경제적 독립: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연구실에서 받는 월급으로 생활해야하는가?

- 관심 있는 연구: '나 이거 아니면 안되. 꼭 이 연구 해야 내가 살아' 할 정도의 관심 분야가 있는가?


Step 2. 앞서 생각해 본 답에 우선순위를 매겨보자.

위의 질문들에 대답이 완성되었다면, 마음속으로 우선순위를 정해보자. 현실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앞서 정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연구실은 찾기 힘들다. 그렇기에 행복한 대학생활을 위해서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며, 이 생각들을 거쳐보아야 본인의 가치관이 뚜렷한,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다. 


*Tip,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석사학위가 최종 목표인 대학원생이라면, 연구 주제보다는 2년간 '어떤 방식의 삶'을 살고싶고, '어떤 지도를 받고 싶은지'에 우선순위를 두면 더 좋을 듯 하다. 석사학위가 특정 주제의 전문가로서 인정을 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2년동안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배움과 경험을 얻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해보인다. 그러나 석박통합 혹은 박사진학까지 생각한다면 연구주제의 우선순위는 가장 높아야 한다. 석사학위와 다르게 박사학위는 특정 주제의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 것이며 추후 직업을 갖게 될 때 연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Step 3. 자신의 가치관이 생겼다면, 이제 연구실을 탐색해보자. 위의 질문들에 대답이 완성되었다면 연구실을 탐색해보자. 연구실마다 교수님과의 개별 미팅/ 연구 미팅/ 프로젝트와 연구 사이의 균형 / 랩 세미나 방식/ 출퇴근 문화 / 랩 문화 / 프로젝트 개수 / 월급 등이 다 재량 것 운영된다. 아래와 같은 연구실 관련 질문들에 대한 답은 연구실 선배들에게 직접 물어보는것이 가장 정확했던 것 같다. 이제 앞서 생각해 본 '나'의 모습과 '연구실의 성향'을 하나하나 매치하면서 나의 가치관 및 우선순위에 기반하여 최종결정을 하면 된다.


- 교수님의 대화방식이 나와 잘 맞는가? (직설적인지 / 간접적으로 말하는 성향인지)

- 석사 학생에 대한 교수님의 기대치는 어느 정도인가? (석사과정 학생 도한 명의 연구자로 독립적으로 성장하길 바라시는 교수님이 있고, 연구를 한 번 경험하는 학부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교수님도 있다)

프로젝트와 개인 연구의 균형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맞는가? 

- 연구실마다 정한 출퇴근 시간이 본인의 계획과 맞는가? (아침형 연구실 / 밤형 연구실)

- 연구실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수직적 관계? 수평적 관계?)

- 연구실에서 월급은 어느 정도 나오는가? (대학원 진학 후 독립한 경우라면 중요한 포인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글을 끝내기 전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만에 하나 원하는 연구실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석사과정까지는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위에 나열한 포인트들 중에 배정된 연구실과 잘 맞지 않는 것들이 있는 경우, 교수님 혹은 랩 선배들과 논의를 해서 맞추어나가는 경우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혹은 필자처럼 좋은 연구실에 배정되었다는 걸 시간이 흐른 후, 나중에 깨달을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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