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우리집에는 유치원 때부터 쓴 일기장이 남아 있다.
“오늘은”으로 시작해서
“재미있었다” 로 끝나는 그림일기부터,
욕설이 난무한 사춘기의 검은 노트,
대학 시절 꿈과 목표로 가득했던 일기까지.
지금은 아이패드로 일기를 쓰고있어
침대 밑 상자 속에 봉인된 낡은 일기장은
더이상 늘어나지 않지만,
글을 쓰는 습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돌아보면, 글쓰기는 학창시절에 시작되었다.
나는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해 늘 혼자였고,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던 대상은 노트뿐이었다.
즐거운날은 잊기 아쉬운 추억으로,
따돌림으로 힘들었던 날은 유서처럼 기록했다.
언제 어디서든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노트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진짜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나도
손에서 노트를 놓지 못했고
어느새 글쓰기는 내 삶의 중심이 되었다.
글을 쓰다 보니 글을 모으는 즐거움도 생겼다.
마음을 울린 문장은 꼭 저장해 공유했고,
답답할 때면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읽고 나오면 언제나 마음이 가벼워졌고,
복잡하게 머리를 괴롭히던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읽고 쓰며 위로와 통찰을 얻는 과정에서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글을 쓰고싶다는 꿈이 생겼다.
[ 사람들이 일기를 쓴다는 것은,
누구도 보지 않을 책에 헌신할 만큼
자신의 삶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내 글은 아직 작은 일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언젠가, 이 문장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내가 그러했듯
하루를 버틸 힘이 되어준다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