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다가 결국 찾은게 직장 이야기
오토바이 세계일주 이야기를 쓰려고 브런치를 열었는데, 학업과 일에 치여서 글을 1년 간 접어버렸다.
다시 여행 이야기를 쓰려고 열었더니 이야기가 러시아에 멈춰있었다.
러시아 얘기를 쓰려고 했더니 최근의 우크라이나 - 러시아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도저히 글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내 기억 속의 러시아는 너무나도 좋은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러시아의 행동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세계일주 여행 이야기는 미뤄두기로 했다.
글을 쓸 능력은 너무나도 모자라지만, 내 생각과 감정, 의견을 풀어내고 싶은 욕구는 한계까지 부풀어있었다.
어차피 내 공간에 내가 아무렇게나 토해낸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을까?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해볼 지 생각해보았다. 그렇다. 생각해보니 나는 여행을 꽤 다녔다. 세계일주 말고도 다녀온 여행도 많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2달 간 다녀왔던 동남아 배낭 여행에 대한 글을 써 보았다.
30줄을 채울 즈음에 맥북을 집어던졌다.(물리적이 아니고 정신적으로 던졌다)
꿈과 희망 가득한 여행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엔 내가 현실에 좀 지쳐있는 것 같았다. 태국과 라오스에서의 기상천외한 모험 이야기가 고통과 시련의 자학 이야기 분위기로 물씬 바뀌어 있었다. 나라는 놈은 이미 마음 깊은 곳부터 사회에 찌들어버린 상태였다.
이대로는 안된다. 여행 이야기는 꿈과 희망이 가득해야 한다는 것이 한때 여행자였던 나의 자존심이다.
사회생활에 지쳐버린 내가 치유될 때까지 고이 접어두고 살짝살짝 꺼내보기로 했다.
아...그럼 대체 뭐로 나의 창작욕을 풀어야 한단 말인가. 잠시 나의 현실을 돌아보았다.
정신 차려보니 내 나이 어느 새 30대 후반. 30살 이후의 내 삶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소비했다. 물론 꿈과 희망을 쫓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어쩌다보니 또 한 직장에 5년 가까이 머물러있다. 내 인생에 가장 오랫동안 한 조직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사실 여기가 지겨워 죽겠다. 미칠지경이다. 나름 외국계 회사에 애사심도 있었다(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없다). 일을 하다보면 가끔 사표를 던지는 환상을 체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가 싫다고 당장 뛰쳐 나갈 수는 없다.
나는 꿈과 희망을 부르짖지만 지극히 현실주의자다. 누울 자리가 있을 때 비로소 눕는다.
그래서 권태기에 몸부림치고 있지만 일단 일은 최선을 다한다. 프로페셔널함은 그런게 아니겠는가.
이렇게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몸부림치는데, 갑자기 아내가 어느 날 말했다.
"회사 얘기 좀 써보면 어때?"
"!?"
아니 그렇다. 생각해보니 이정도면 거의 몸도 마음도 직장에 매여있는 것이 아닌가. 내 분노와 갈증과 고뇌를 싸지를 내용은 직장에 전부 다 있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름하여.
현실주의자의 직장이야기
어차피 전문 지식따위는 별로 없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