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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 Oct 13. 2019

대학생 마케팅 대외활동의 멘토가 되다

멘토라고 불리기엔 좀 많이 민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민경, 뭐해?’

‘요즘 어떻게 지내?’

‘DMS라는 곳이 있는데 참여해볼래?’


바야흐로 6년 전 대학교 3학년 때 나의 미약한 스펙을 조금이나마 채워보고자 참여했던 공모전 모임으로 인연이 된 현우 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대학 때부터 뛰어난 PPT와 엑셀 실력을 기꺼이 팀원들에게 나누면서도, 취업 후에도 매사에 열정적이라 생각했던 선배에게 뜻밖의 연락이 와서 반가웠다. 게다가 야근으로 침침했던 내 눈이 초롱초롱해질 만한 내용이었다.


당장 올해 9월부터 연말까지 8번의 토요일 수업에 참여하고, 대학생들과 미니 프로젝트도 열어보는 ‘드리머즈 마케팅 스쿨’이라는 모임에 참여해보겠냐는 제의였기 때문이다.

정말 날 것의 카카오톡 대화
드리머즈 마케팅 스쿨(Dreamer's Marketing school, 이하 DMS)
기업이나 정부 주최가 아닌, 그렇다고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동아리도 아닌. 굴지의 기업에서 마케팅 임원을 맡고 있는 이관섭 교장쌤의 리딩으로 여러 강의진과 실무 마케터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모임


사실 개인적으로는 많이 부담스러웠다.


1) 우선 마케터를 꿈꾸는 똘똘하고 열정 있는 대학생들의 모임에 무려 ‘멘토’라는 타이틀로 참여한다는 부담감

(회사에서는 아직 쪼랩인 내가... 멘토라니...)


2) 결혼식과 여행 등의 일정이 가득 몰려있는 토요일에 진행하는 모임


하지만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고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감사함에  '덜컥'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드리머즈 마케팅 스쿨 지원공고

태풍 '링링'이 불어닥치던 2019년 9월 7일에 나와 학생들의 첫 DMS 입학식이 진행됐다.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모두의 재능 나눔을 통해 운영되는 이 특이한 ‘학교’의 7번째 기수가 시작된 것이다. 심지어 공간도 주변 인맥을 통해 무료로 대관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학식은 DMS 졸업생이 재직하고 있는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대학내일 본사에서 진행되었다.


졸업생은 공간 대여 담당자로서 주말에도 출근을 한 셈인 것이다. 세상에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다.


DMS 입학식은 교장쌤의 운영 철학과 향후 운영 방향을 시작으로, 25명의 대학생들이 PPT로 준비한 자기소개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3분 동안 PPT로 소개해야 한다면 뭐로 구성할까?


 나의 이름, 학교, 학과 등으로 이력을 통한 소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명 중에서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



내가 만난 학생들은 직접 태블릿으로 본인을 나타내는 캐릭터를 그려서 스토리를 담아 소개했고, 이름으로 시작하는 유머(EX. 나은이는 에이핑크 나은 등 다양한 나은이들의 사진을 첫 장으로 배치. '강혜진'은 강해졌다는 뜻의 Got stronger으로 이름을 소개. 정말 잊을 수가 없다.ㅎㅎ) 등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본인을 <키워드>로 기억할 수 있게 소개했다.


DMS 소속 25명의 학생 중 이미 수 십억 매출 규모의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도 있었는데,

각 대학교 캠퍼스에 비치되어 있는 커피 자판기(매일 아침 로스팅한 원두를 베이스로 아메리카노, 카페라떼를 제공하는 꽤 고품질의 자판기)회사를 운영하고 있거나 , 한 사람과 40분간 이야기를 나눈 후 그 스토리를 기반으로 단편 소설을 써주는 일을 하는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


스타트업이 예전의 벤처기업처럼 다시 재부흥이 되면서 각종 정부지원금과 공모전으로 대학생들이 창업을 하는 case가 더 다양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지 4년이 넘었지만, 그때 당시 취업난과 스펙 쌓기가 화두였는데 지금도 그 현실이 크게 변하진 않은 것 같다. 뭔가 더 해야겠다는 불안한 마음에 대외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무엇이라도 하는 친구들은 다른 대외활동에서도 또다시 만나게 되어있다.


그만큼 열심히, 바쁘게 사는 친구들은 그 친구들끼리 만나게 되어있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난 그 에너지가 참 좋다. 나도 대학생 때 동아리만 4개에, 봉사활동과 기업 대외활동 등 정말 다양하게 했었고, 그때 만난 인연들은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멘토 자기소개 하는중

이 친구들 앞에서 내 소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했다. 내가 대학생 때는 실무자들에게 어떤 게 궁금했나를 곱씹어 보면서 나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AE는 Aㅏ, E것도 제가 하나요? 의 약자로도 통해요.


학교에서 공모전이나 팀플 준비할 때처럼 기획하고 발표하는 그런 상상 속의 멋진 것만 하는 일이 아니라, 현장에서는 이벤트에 참여할 사람들도 직접 소리쳐서 모아 와야 하고 이 사람들에게 줄 경품 박스도 하나하나 세팅해야 하고 수많은 다양한 일이 있다고.


우리 반이 될 5명의 친구뿐만 아니라 나와 만나게 될 모든 친구들에게 A부터 Z까지 다양한 일을 하면서도, 디테일한 업무를 하는 (홍보대행사) 마케터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자소서나 면접 준비, 꿈꾸는 분야가 있다면 내가 아는 한 실무자를 소개해줌으로써 많은 고민을 안고 있을 그들에게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꿀 같은 매주 뒷풀이 시간

매주 모임이 끝나고 나면 근처 식당에서 뒷풀이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참가비 무조건 1만 원! 나머지는 모두 멘토가 부담한다. 1차와 2차 등을 거치면 생각보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크게 아깝지 않다.


다만 지금까지 나는 상큼 발랄한 20대 초중반 친구들과 이렇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지금까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꼰대'가 되어버릴까 봐 가장 무섭다. 조금 더 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언이랍시고 잔소리를 할까 봐. 친구들에게 또 하나의 수업시간이 될까 봐.


그래서 최대한 친구 같은 언니, 누나가 되고 싶다. 이 친구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월화수목금토일 업무로 지친 내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우리 반 학생의 감동 카톡 ㅠㅠ

하루는 출판사 마케터를 꿈꾸는 우리 반 학생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길래, 출판사 마케터를 거친 지인에게 상담을 부탁한 적이 있다. 워낙 적극적인 친구라 이미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한 출판사 마케터에게 1차 상담을 마쳤지만,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 학생이 꿈꾸던 마케팅은 출판업에서 실행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에게 되돌아온 대답은 그렇게 공통적으로 긍정적이진 않았지만 본인이 상상하던 업무와 실제 업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것만으로도 저렇게 기뻐할 수 있다니, 나도 기뻤다.

이번에 MT도 다녀왔어요! @서울의 한 파티룸


DMS에서 만난 학생들 모두 저마다의 고민과 계획이 있었다. 이 친구들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내가 그 시절 고민했던 부분과 매우 겹쳐있기도 하다. 취업과 과제, 학점 그리고 친구들과의 비교.


이 친구들에게 그리고 그 시절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조급함은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다. 실제 이 친구들이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어놓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린 뭐든지 꿈꾸는 대로 나아갈 수 있는, 앞길 창창한 청춘이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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