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 동기들과 이야기하다가 이런 말이 나왔다. 처음에는 응? 그런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공감하게 되었다. 퇴사나 실직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처음부터 갖고 있다. 그러나 막상 퇴사를 하고 나면 세상은 여전히 잘 흘러가고, 난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은 그 첫 시도가 어려운 것이다. 물론 다니고 있는 회사에 만족한다면 쭉 다니면 된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참 다양한 회사를 경험해봤다. 홍보대행사 어시스턴트, 마케팅 아르바이트, 백회점 영업관리자 인턴까지. 뭐 그리 조급하다고 빨리 일을 경험해보고 싶었는지 지금의 나로서는 도통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젊고 자유로운 대학생 시기에 세계 여행도 좀 다녔으면 좋았을 걸)
줄줄이 여러 직무들을 경험하고 난 뒤, 나는 선배들의 조언과 평판을 고려해서 대기업 입사를 했다.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퇴사했다.(퇴사 전날 사무실에서 나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리는 경험을 할 정도로 난 쫄보였다.)
퇴사 후 2주 뒤에 바로 대학생 때 어시스턴트를 하던 홍보대행사의 본부장님이 새로 설립하신 회사에 중고 신입으로 입사를 했다. 비록 연봉은 깎고 입사했지만, 26살의 신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업무 책임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즐겁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했던 것 같다.
만 2년이 지나 대리가 되고, 메인 AE로 고객사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시기가 오니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게 되고, 또 그만큼 성장한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도 느꼈다. 다만 이 곳이 '평생직장'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업무를경험했기 때문에 더 큰 회사로 JUMP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만 3년의 경력은 있어야 실무자로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업을 하면서 틈틈이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막상 주말에 카페에 앉아 경력직 포지션으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막막했다. 신입으로 입사할 때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면 충분했다. 내 나이와 학교와 학점, 그리고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몇 가지의 사례만 준비하면 되었다. 하지만 경력 이직을 위해서는 나를 '수치'로 소개할 수 있어야 했다.
경력직 이직 시장에서는 더 이상 '열정'이 아닌, '수치적 성과와 경험치'로 나의 가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최근 프로젝트와 유명 클라이언트 중심으로 나의 성과를 정리했다. 실제 면접에서도 지원 회사와 연관 있는 유명 클라이언트가 나의 서류 전형에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다.
- 우선 지금까지 했던 일을 생각나는 대로 모두 적어보고, 덜 중요한 항목을 하나씩 지워나가 보자.
- 경험상 내 포트폴리오를 처음 보는 친구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들어보는 편이 가장 정확했다.
2) 수치로 제시하기
- 대외비가 아닌 선에서 ROAS, ROI, 고객증가율 등 %를 활용한 수치 정보를 업무 성과의 근거로 제시해서 객관성을 확보하자
- 정확한 수치가 기억나지 않더라도, 업무 담당자였던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다.
3) 나를 핵심 문장으로 어필하기
- 인사 담당자의 시간은 소중하다. 나의 강점을 어필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맨 앞에 배치하자.
EX.
- 누적 방문 100만 명 블로그 및 브런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총 4개 개인 SNS 채널 운영
- 디지털 광고 소재 기획 및 타깃별 맞춤형 광고 집행을 통한 177만 뷰 달성 경험 보유
-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을 통한 고객 경험 제공 및 참여 유도 역량 보유
4) 재직 회사의 인지도가 높지 않다면, 경력기술서에 간략한 회사 설명 덧붙이기
-회사명: OOOOO 주식회사 (광고대행, 전자상거래)
- 회사 규모: OO 억(2020년 기준) / 직원 수 00명
- 부서 및 직위: IMC팀(Campaign, Promotion, Digital marketing) 대리
- 주요 업무: 홍보대행 (광고, 디지털 마케팅, 프로모션, 캠페인 운영)
- 근무기간: 3년 3개월 (2016.08 – 재직 중)
5) 희망 연봉은 현재 연봉 대비 10~20% UP
- 경력직 이직 시, 평균 연봉 인상률은 10% 내외라고 한다.
- 협상 단계에서 버퍼를 가져갈 수 있도록 10~20% 사이로 희망연봉을 제시하면 좋다.
6) 이력서를 제출할 때는 사회인으로서의 매너 지키기
- 사내에 나의 이직 준비를 알리고 싶지 않다면 개인 계정 이메일 사용하기
- 폰트 및 서식이 깨지지 않도록 PDF 형태로 첨부하기
서류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면접을 보면서 나의 약점을 알아내자
이직 시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나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경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와 경력기술서를 어느 정도 정리하자마자 사람인과 잡코리아를 통해 헤드헌터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원티드 지원으로 다양한 기업에 지원해서 면접을 봤고 숱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몇 번의 면접을 보고 나서야 나의 약점을 알게 되었다.
보통의 기업 마케팅에서는 ROAS가 정말 중요해서 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콘텐츠 마케터로 면접을 봤을 때는 특정 3가지 상품의 마케팅 기획을 해오라는 과제를 받아서 발표도 했지만, 최종에서 한 번 더 나를 불러서 티타임을 갖자고 했다. 다 좋은데 커머스 경험이 없다는 이유에서였고, 결국은 나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면접을 진행하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면접관이 내가 잘 모르거나 부족한 점을 질문했을 때, 그런 포인트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내가 어떻게 보완해나가고, 어떤 식으로 해당 업무에 기여할 수 있는지 어필해야 한다. 아니라고 우기는 순간 유치한 말싸움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신입 공채 때와 달리 세월이 흘러서인지 면접 방식도 굉장히 다양해졌다. 나의 상사가 될 사람들이 아닌, 디자이너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같은 유관 부서원과 1:1로 1시간 씩 3시간 연속 면접을 보거나(정말 힘들었다),여러가지 게임으로 인적성 검사를 하고 AI 면접을 봐야 사람과의 대면 면접을 할 수 있거나 하는 방식 등이 있었다.
그리고 경력직은 보통 공채보다 수시 채용이 많기 때문에 기업 내부 이슈에 따라 변동적이다. 최종 합격까지 되고 나서 내부 사정으로 엎어진 경우도 2번이나 있었다.(심지어 이름을 말하면 다 알만한 스타트업 기업들이었고, 조직 구조가 변동되는 등의 이유라고 했다.그럼 나의 소중한 반차와 면접 준비 시간들은..?) 그렇기 때문에 멘탈 관리는 필수다.
약 반 년간의 이직 도전을 거쳐 지금은 온라인 패션 커머스 플랫폼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덕분에 그간 나에게 없었던 '커머스'와 'ROAS'라는 키워드 경력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다음 나의 커리어가 어느 곳으로 가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내가 기존에 만들어놓은 자산은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직 관련해서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