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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 Aug 04. 2021

일상 속 영감 메모장 써나가기

각 잡고 해외 레퍼런스를 찾거나, 일상 속에서 틈틈이 기록하거나.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맛집 #데일리룩 말고도 항상 팔로우하는 해시태그가 있다.

바로 #영감노트다.


영감노트는 배달의민족 전 마케터인 이승희 님이 본인의 기록에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에서 시작했는데, 이런 포스팅은 인스타그래머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긍정적인 영향력인 셈이다. 보통 #영감노트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오는 내용들은 '카페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장님의 섬세한 문구' 혹은 '앱 업데이트를 요청하는 개발자의 뜻밖의 스윗한 인사말' 등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소소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다.


나도 영감노트에 동참하기 위해 일상 속에서 영감을 기록해오고 있으며, 몇 가지를 내 영감노트 스토리 하이라이트에서 꺼내왔다.


1. 타임스퀘어가 고객에게 발열체크를 요청하는 방법

타임스퀘어에서는 입장객 대상으로 다른 곳들처럼 QR코드로 출입을 인증하고 체온을 체크한다. 하지만 딱딱하게 '손목을 가져다대주세요'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님. 하이파이브 한 번 해주세요'라고 제안한다.


그럼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기꺼이 온도계 위 손바닥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이런 작은 문구의 차이가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한다. 늘 고객을 대하는 B2C 서비스에서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했다.


2. 춘천 '감자밭'카페의 일관된 컨셉

감자밭 카페는 진짜 감자 같은 모양의 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스타 감성의 카페다. 여러 브랜드와 컬래버를 진행하면서 굿즈를 판매하고, 서울의 유명 백화점들에 팝업스토어로도 입점하고 주요 라이브 커머스에도 출연한다. 그저 감자를 닮은 빵을 판매할 뿐인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몰랐었다.


하지만 매장을 방문하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매장 곳곳 재미있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그야말로 제대로 브랜딩을 해놓은 공간이었다.

감자밭에서는 주문 '밭'습니다
감자빵은 감자비닐봉투에 담아줍니다.
감자 캐릭터가 귀엽게 그려져 있는 감자빵 판매대
기다려주셔서 '감자'합니다

저 귀여운 '감자'손글씨와 공손한 감자 캐릭터는 긴 줄에도 고객들을 미소를 짓게 한다.


3. 이마트24 편의점의 작은 배려

편의점에서 지나칠 수 없는 코너가 있다. 바로 만원에 맥주 4캔 이벤트다. 왜 항상 편의점에 입장할 때는 바구니가 보이지 않을까? 맥주를 담을 때면 양쪽 겨드랑이에 한 캔씩 끼고, 한껏 요상한 자세로 계산대까지 맥주를 안고 가곤 했는데, 음료 냉장고에 걸려있는 이 바구니를 보고는 무릎을 탁 쳤다.


정말 고객 사이드에서 바라본 매장 관리자가 이곳에 있구나!


4. 배차 간격이 긴 에버라인 승강장 앞 '문학 자판기'

부모님이 서울에서는 꽤 거리가 있는 용인에 거주하시기 때문에 때때로 대중교통으로 부모님 댁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먼 길을 가야만 한다. 어느 날 에버라인으로 환승하고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용인시에서 운영하는 문학 자판기가 눈에 띄었다.


내가 알고 있는 '자판기'란 캔음료나 과자를 무인으로 판매하는 물건이었을 뿐인데, 문학을 자판기에서 뽑는다니 정말 신박했다. 마침 열차가 들어오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하철 속 안락한 자리 대신 문학 자판기를 선택했다.

문학 자판기에는 긴 글 / 짧은 글을 선택할 수 있었고 나는 둘 다 뽑아보았다. 국내외 작가들의 글을 읽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하루의 교양을 채울 수 있다는 만족감을 느꼈다. 영수증 용지 같은 느낌에 환경이 다소 걱정되었는데, 이 생각을 바로 사라지게 하는 문구가 문학 용지 하단에 바로 있었다


※이 인쇄물은 친환경 감열지로 제작되었습니다.


5. 코로나 시국에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어필하는 여러 가지 방법

사람들에게 손 소독제는 어떤 카테고리일까? 의약외품일 수도 있지만 여느 사람들에게는 가방이나 사무실 책상 위에 늘 놓여있는 핸드크림 같은 상품군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성수연방 띵굴마켓에서 발견한 톤24의 손소독제처럼 누구 앞에서 꺼내도 예쁜 디자인에, 손 소독을 했을 때 알코올 향이 강하게 풍기는 게 아니라 기분 좋은 향이 난다면 고객들은 일반 소독제 가격에 2배 이상이어도 기꺼이 구매한다.


강남역 러쉬매장 윈도우에 크게 붙어있던 문구. 사실 문이 굳게 닫혀있는 매장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행동은 목적 구매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부담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탓에 개인 청결과 위생이 최우선으로 여겨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람이 늘 붐비는 강남역 한복판에서 손을 씻을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메리트다.


나도 실제로 이 문구를 보고 당당하게 러쉬 매장 안에 들어가 기분 좋은 비누 바로 손을 닦고 나왔다. 부담스러운 호객행위나 점원의 살가운 안내가 없어서 더 좋았다.

서촌 근처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핸드메이트 향수 매장 '그랑 핸드(Granhand)' 인적이 드문 골목 사이에 있었지만, 어느 골목길에 디퓨저가 신기한 향을 내뿜고 있어서 그 향을 찾아 걸어가다가 보니 어느새 매장 앞에 내가 서있었다. 매장 안을 둘러보았지만 쓰고 있는 마스크 때문에 향을 제대로 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마스크에 테스트해보라는 이 문구에 감탄했다.


이때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향을 맡지 못한다고만 생각했지, 마스크에 향수를 분사해서 향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이 문구가 나오기 전까지 그랑 핸드의 직원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논의를 거쳤을까.


그 외에 일상 속에서 찾은 작은 영감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옷체통'

의류 수거함보다 훨씬 기부하고 싶게 귀엽게 생겼다. 내 헌 옷을 넣어두면 새로운 주인에게 간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하는 네이밍이다.

두루마리 휴지 케이크 24,500원?!

대림미술관 재단에서 운영하는 굿즈 마켓, 구슬모아 당구장에 방문했더니 두루마리 휴지를 예쁜 포장지에 싸고, 또 케이크처럼 포장해서 굿즈로 판매하고 있었다. 현재 쿠팡에서 30 롤에 10,280원(1 롤에 342원꼴)인 두루마리 휴지 하나에 예쁜 옷을 입으니 2,500원에 팔린다.

소비가 죄는 아니잖아.

아라비카 커피 100%는 어딜 가든 살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커피라도 성수연방 에디터의 문구를 곁들이면 매력이 N배 상승한다. 바쁜 사회인에게 '커피 모먼트, 아주 잠깐이면 충분하다'는 제안을 건네며 그 옆에서는 소비가 죄는 아니잖냐는 글귀를 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것이 알고 싶다'스러운 30주년 굿즈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로서 사은품이나 굿즈를 제작해야만 하는 순간이 때때로 온다. 그때마다 수많은 고민에 부딪힌다. '캠핑이 유행이니 박스와 캠핑 의자를 만들까? 근데 다른 브랜드들에서도 너무 많이 만드니 고객들이 질려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하늘 아래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나 정답은 정해져 있다. 바로 '우리 브랜드스러움'을 입히는 것. 뻔하더라도 살짝만 비틀면 된다. 그럼 우리의 것이 된다.


이런 점에서 텀블러와 마스킹 테이프라는 '뻔한 아이템'에 본인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그것이 알고 싶다 굿즈가 화제가 되었고, 나도 상품 상세페이지까지 가서 구경했다. 참고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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