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당신도 만들 수 있는 액세서리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명 '똥손'이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예쁜 드레스를 입은 공주를 그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손으로는 그런 공주는 만들 수 없었다. 내 필기 노트는 악필로 가득 차있어서 선생님이 불시 공책 검사를 할 때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고, 가정시간에 하는 십자수/퀼트/납땜 등 손으로 하는 건 무조건 다 못했다. 그래서 기술가정미술시간은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근데 그러다가 작년 초 우연히 지인을 따라 액세서리 DIY 클래스를 수강하게 됐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악세서리 만들기는 정말 쉬워서 단 2번의 수업 만에 혼자서도 귀걸이와 초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만드는 것들은 키링, 실반지, 귀걸이, 팔찌, 초커, 핸드폰 케이스, 책갈피, 목걸이로 아주 다양하고 많았는데 말이다.
의외로 액세서리 만들기는 실력이나 기술이 필요하기 보단 '조립'에 더 가까웠다. 순서는 아주 간단하다.
우선 내가 만들고 싶은 예쁜 스타일을 찾아 캡처하면 된다. 물론 만들 수 있는 초보가 만들기 힘든 디자인은 있다. 우선 유튜브를 통해 기본기를 익혀 놓으면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 보인다. 초보자가 참고하기 좋은 몇 가지 영상을 공유한다,
●기본재료:
https://youtu.be/VBXaceu746Uhttps://youtu.be/VBXaceu746U
●귀걸이 만들기:
●키링&책갈피 만들기:
https://www.youtube.com/watch?v=1_mK8Zq338M
●가죽팔찌 만들기:
https://www.youtube.com/watch?v=l3YYNzGloGo
●원석팔찌 만들기:
*작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유튜버의 영상입니다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9번 출구로 나와서 메리어트 호텔 쪽 골목으로 바로 좌회전하면 만날 수 있는 곳. 동대문 종합상가 5층으로 가야 한다. 물론 인터넷으로도 자재를 살 수는 있지만 정말 "백문이불여일견"이다.
동대문 종합상가에 갈 때는 추운 겨울철에도 편하고 두껍지 않은 옷을 입고, 두 손은 가볍게 하고 가야한다. 상가 내부는 생각보다 많이 덥고 복잡하다. 뜨거운 조명과 사람들의 날숨이 모여 공기가 둔탁하게 채워지는 것 같다.
동대문 종합상가에 있는 액세서리 부자재 시장에는 작은 상점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정말 미로 같아서 맘에 드는 곳이 있지만, 좀 더 둘러보고 싶다면 카메리를 꺼내야 한다. 빈번하게 드나드는 사람이 아닌 이상, 우선 상점 간판(위치 넘버)을 찍어두어야만 다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저장해둔 레퍼런스를 보면서 비슷한 부자재 혹은 맘에 드는 자재를 고른다. 개당 300원부터 2,000원까지 종류 별로 다양하게. 다만 가게별로 약간씩은 가격이 차이 날 수 있으니 시장에서 한 번 쏴-악 둘러보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판매목적으로 부자재를 사는 것이 아니라면, 재료비는 2~3만 원 정도면 보통 충분하다. 물론 현금을 챙겨가는 게 서로 편하다. 카드는 보통 10%의 수수료를 추가로 받고, 계좌이체는 일일이 숫자 입력하는 것이 좀 귀찮기 때문.
내가 좋아하는 부자재들이 모였다면 이제 조립하기만 하면 된다. 자세한 조립 방법은 2번의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손과 니퍼 있다면 정말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다.
실반지는 다이소에서 뜨개실만 갖고도 만들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실 3개를 골라 매듭을 짓고, 머리 땋는 것처럼 실을 꼬아 다시 매듭을 지으면 된다. 손가락에 묶어서 가위로 자르면 완성~! 보통 온라인에서는 이 실반지를 뷰티 인사이드 박서준 반지라고 칭한다.
이 핸드폰 케이스는 동대문 부자재 시장에서 미니마우스랑 chu하트만 사서 실리콘 케이스에 순간접착제로 붙이기만 했다. 아마 두 개 합쳐서 2,000원은 되려나? 굳이 핸드폰 케이스를 만원 넘게 주고 살 이유가 없다.
그렇다. 정말 똥 손으로도 쉽게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 액세서리 만들기에 재미를 붙인 나는 더 많이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시작했고, 액세서리 DIY 모임 사람들과 함께 홍대에 있는 지인 카페에서 샵인샵으로 아주 조금 판매도 해봤다. 한 3~4개쯤 팔았나? 포장비닐과 안에 있는 종이는 다이소에서 아주 저렴하게 샀고, 귀걸이 종이(?)는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선물용으로도 구비해두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절대 많은 개수나 큰 금액이 아니지만, 정말 내가 누군가에게 갖고 싶은 것을 만들어냈구나, 인정받았구나 하는 뿌듯함이 내 맘 속 어딘가에서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꽤 쓸만한 것을 만들어 냈다는 성취감이랄까.
얼마 전까지 지인이 운영했던 '플라이어스'라는 직장인 동호회 플랫폼이 있다. 시즌 1은 아마추어 일반인들이 모여 취미 생활을 여러 사람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는 콘셉트이었다. 온라인으로 신청받아 실제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취미 활동을 하면 되는 형식이다. 사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이 정말 많으니까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한 그룹을 이끌 수 있는 '메이트'라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어쩌다가 내가 그 '메이트'역할을 하게 되었다.
액세서리 만들기 DIY 프로젝트의 메이트 말이다.
나는 이 날 그 장소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더럽게 똥손이었던 제가 할 수 있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이제 돈 주고 액세서리 사지 마세요. 예쁜 걸 저렴하게 만들어봐요
당신도 이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