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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 Mar 16. 2019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운영해보기

매물 실사부터 '년세'까지, 리얼 게스트하우스의 현실과 로망

카페에서 커피 한 잔하고 있던 어느 2017년 어느 주말 오후, 친한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민경아, 윤식당 한 번 봐봐'

'네?'

'일단 그거 보고 전화해!'


지인의 밑도 끝도 없는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정말로 그자리에서 윤식당을 보기 시작했다. 발리 근처의 조용한 섬에서 소소하게 음식과 맥주를 판매하는 일상. 아침에 눈 뜨면 바다와 눈 부신 햇살이 펼쳐져 있는 곳. 마주치는 사람마다 눈을 보며 인사하고, 조금만 대화를 해도 마음을 열게 되는 사람들로 꽉꽉 채워진 정말 독특한 프로그램이었다.


심지어 출연진도 '로맨스가 필요해'를 통해 내가 푹 빠져버린 '윰블리' 정유미와 이서진. 그리고 윤여정과 신구까지 균형이 누가봐도 탄탄하게 이뤄져있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 휴식을 즐기고 나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윤식당 같은거 운영해볼래?'




처음엔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나, 정말 얼떨떨했다. 왜냐면 이렇게 팔자 좋게 휴식을 즐기며 일하는 건 TV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거나, 돈 많은 사람이 취미로 운영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난 그저 평범한 월급쟁이 직장인에 불과했으니깐.


하지만 이 있는 지인이렇게 제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보증금을 내고, 월세는 같이 나눠내고 수익도 나누면 되지 않겠어?'


내가 아는 지인은 항상 재밌는 걸 찾아다니면서, 사업화시키는 사람이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액션이 정말 강한 사람이다. 그사람도 무심코 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호기심 많고 적극적인 나라면 OK 할 것이란 생각에 나에게 대뜸 전화를 한 것이다.


물론 예상대로 나는 바로 OK했다. 그리고 둘이 해도 좋지만, 이왕이면 우리 같은 사람들(재밌는 걸 항상 찾아다니는 적극적인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해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운영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실제로 만들었던 홍보 이미지


우리 2명은 평일 저녁에 본격적으로 만나 프로젝트를 구체화시켜보았다. 그리고 사람을 모으기로 했다. 지인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니, 섣불리 나서면 회사 이미지에 누를 끼칠 수도 있으니 내가 대신 앞에 서서 사람을 모아보기로 했다. 이건 모두가 회사 외에 정말 개인적으로 하고 싶던 프로젝트니까.


우리는 '꿈깨몽'이라는 프로젝트 이름까지 만들어 모집 이미지를 제작하고, 여행 커뮤니티에 홍보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고 개인 블로그에도 올렸다. 모집은 구글 docs를 통해 링크로 받았는데, 프리랜서 작가, 심리 상담가, 여행을 좋아하는 대학생, 웹툰 회사 직원 등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지원해줬다.


이중에서 약 10명의 사람들을 뽑아 개별 연락을 했다. 서울에서 모임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아쉽지만 함께하지 않는 것으로 했따. 합격자들은 홍대의 한 스터디 카페에 한데 모여 각자 소개를 했다.그리고 나서 각자 게스트하우스에서 해보고 싶은 파티나 기획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근데 바로 2차 모임부터 문제가 생겼다. 각자의 꿈을 말하고 이제 모임의 회비를 걷자고 하니,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잠수를 타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 것이 이 프로젝트는 주최 회사도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만났으니 서로 신뢰가 없던 것이었다.


결국 나를 포함한 지인 3명이서 이 프로젝트를 '정말로'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건물을 알아보고, 인테리어하고 세팅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서 기존 게스트하우스를 넘겨 받을 수 있는 매물을 찾아보았다.

출처: 네이버 이미지


네이버에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매물'이라고 검색하면, 현재 매물을 볼 수 있다. 위 이미지는 글을 쓰고 있는 2019년 3월 초 기준이지만, 2017년 당시에도 정말 많은 게스트하우스 매물이 나와있었다. 우리는 이중에서 3개 정도를 사진과 액수를 기준으로 골라서 제주도로 갔다. 아쉽지만 다들 직장이 있는 상황이라 주말에 짧게 시간을 냈는데, 주말 왕복 제주행 비행기 티켓은 약 20만원 정도라 부담이 되었다. 한 번 내려갔다가 계약하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우린 보통 일요일 새벽에 내려가서 월요일 새벽에 올라오는 방법을 택했다. 그럼 왕복 10만원 이하로 비행기 티켓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물로 보러간 게스트하우스 위치는 크게 성산/애월/공항근처로 나눠졌다. 이 위치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1. 성산

제주 수학여행코스로 빠지지 않는 성산일출봉 지역을 cover하는 지역이다. 아침 일찍 우도로 입항하거나 성산 일출봉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게스트라면 성산에서 숙박하곤 한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라는 것이다. 다만 2020년 이후 성산에 제주 제2공항이 생긴다면 호재가 있다.


2. 애월

애월은 어디로 눈을 돌려도 해변이 펼쳐져있고 맛집 등 관광 인프라가 잘되어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효리느님 효과로 애월에 대한 이미지와 인지도가 꽤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매물의 임대 비용이 타지역보다 조금 더 비쌌다. 하지만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


3. 제주공항 근처

아침 일찍 혹은 밤 늦은 비행기로 내린 게스트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다. 근처 관광지는 용두암과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있다. 여행 첫날/마지막날에 자동차 렌트를 반납하거나 빌리기 전 마음껏 술을 마셔도 좋고, 도보 여행을 하는 날 괜찮은 지역이다. 매물 임대료도 가장 낮았지만 인테리어 등의 컨디션은 썩 예쁘지는 않았다.


우리는 결국 우리 프로젝트를 위한 한 곳을 골랐다. 바로 애월에 있는 풍경게스트하우스다. 후보 매물 중에 가장 고가의 임대료와 권리금이 있었지만, 끌림이 달랐다라고나 할까. 아, 특이한 점은 제주도는 월세 대신 '년세'가 일반적인 지불 방식이었다. 그래서 자금에 대한 압박이 생각보다 더 생겼다. ^^;


애월의 풍경 게스트하우스는 애월해변도로 바로 앞에 있는 곳이었다. 올레길코스 16에 속해있어서 주말 보다 오히려 평일 고객이 많다는 숙소이자,펜션으로도 운영할 수 있는 컨디션과 규모였다.


게스트하우스인데 3층짜리 건물을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뒷마당은 스몰웨딩까지 할 수 있을 법한 크기었다. 그리고 날 좋은 날이면 게스트들과 바베큐 파티를 열기 딱 좋을 마당 겸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1층은 여느 게스트하우스가 그러하듯 읽을 거리로 가득한 책장 소파가 있었고, 이따금씩 열리는 파티 공간 겸 매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리고 2층부터는 커플이나 가족 게스트를 위한 특실(무려 건식 사우나 룸도 있었음)과 2인실/8인실 도미토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보면서도 벽면 곳곳에 붙어있는 여행자들의 여행 이야기와 방명록이 눈에 띄었다. 금세 내 마음은 두근두근거렸다. 워낙 여행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내게는 정말 설레는 공간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컸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아드님의 축구 유학때문에 서울로 상경해야하는 상황이라 게스트하우스를 내놓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도 운영 면에 대해서는 서로 고민이 있던 상황이라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동하며 제주의 노을 진 하늘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이채로운 하늘 빛에 말을 잃었다. 제주에서는 운전을 할 때가 특히 행복한데 그 이유 중 90%는 하늘 덕분이다. 나는 참 시시각각 달라지는 제주의 하늘이 좋았다. 서울의 하늘도 분명 이렇겠지만 하늘을 볼 여유가 없는 것인지 뿌연 먼지에 가려져있던 것인지.


무엇을 해도 행복해지는 제주에서 운영한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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