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빈칸을 채우시오: 예술가들의 ________ 축제
Fringe 프린지
1. (눈썹 위까지 내려오게 자른) 앞머리
2. (실을 꼬아 장식으로 만든) 술
3. (가장자리를 따라 나 있는) 띠 모양의 것(나무건물 등)
4. (지역그룹의) 주변부[변두리]
5. 비주류
영어사전에 적힌 프린지의 뜻이다. 이처럼 프린지는 중심 혹은 주류에서 벗어나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무엇인가를 지칭한다.
비주류의 중요성은 흔히 간과되지만, 메인스트림의 변화는 종종 개성 강한 비주류에게서 시작된다. 19세기 중반 제도권의 비아냥을 샀던 인상주의가 결국 현대미술의 문을 열었듯 말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그 이름답게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의 축제의 장이 되기를 꿈꾼다. 23년간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실험의 장이 되어주었던 이 페스티벌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올 예정이다. 8월 13일부터 23일까지 문화비축기지에서 61개 팀이 매주 목, 금, 토, 일 작품을 선보이고, 24일부터 31일까지는 23개 팀이 온라인을 통해 실내 작품을 상영한다.
올해의 주제는 ‘예술가들의 ________ 축제.’ 고심에 고심을 더해 예술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예술가들에 주목하고자 한 것이다. 모든 독립예술가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내는 셈이다.
동시에 이 주제는 관객 각각에게 축제의 의미를 묻는다. 축제를 시작하는 것은 예술가들이지만, 빈칸을 채워 축제의 의미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그럼 나는 어떤 작품들로 나의 빈칸을 채우게 될까. 개인적으로 눈여겨봤던 8월 16일의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넌 그게 문제야’, ‘그런날’, ‘산다는 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네 작품이다.
‘넌 그게 문제야’와 ‘그런 날’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다룬다. ‘넌 그게 문제야’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녀가 상담사를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엄마와 딸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독특한 관계이다. “넌 그게 문제야” 혹은 “엄마는 그게 문제야”하고 오가는 애정 어린 핀잔 속에서 이 관계는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한편 ‘그런날’은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모순된 감정들을 담는다. 우리는 때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감정을 숨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그 마음마저 헤아려주길 원한다. 이해 받고 싶지만 괜히 겁이 나 괜찮은 표정 뒤에 숨는 우리들의 모습이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하다.
‘산다는 게’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사회적 문제를 환기하는 작품이다. ‘산다는 게’는 제목부터 매우 독특하다. 언뜻 보면 ‘(인생을) 산다는 게…’하는 의미처럼 들리지만, ‘산다’라는 이름을 가진 게가 공인중개사 건물주인 거북이를 만나 자신의 집을 찾아나가는 내용이다. 게 ‘산다’가 자신에게 딱 맞는 집을 찾아 ‘산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며, 우리 사회 속 내 집 마련의 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위안부 문제를 현재와 결부하여 조명하고자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소거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이야기는 ‘가해자’의 입을 통해서만 전달되며, 피해자는 구석에 앉아 있을 뿐이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가운데 목소리를 잃은 피해자의 설 곳은 어디인가.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이 작품들에서 어떤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될까. 오프라인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관객들은 1일권을 구매해서 당일 공연되는 모든 작품을 관람할 수 있으며, 온라인 티켓을 구매한다면 일주일간 23팀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비대면 공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준비된 온라인용 패키지를 구매하면, 가상의 게임 속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축제공간을 누빌 수도 있다고도 하니 각자의 방식대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곧 다가올 8월이 기다려진다.
일자
오프라인 08.13~08.23
온라인 08.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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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월, 화, 수 공연 없음
장소 : 문화비축기지
티켓가격
온라인/오프라인 티켓
각 25,000원
주최
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후원
마포구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