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홍대, 콜라텍에 가다
한 프로젝트로 동대문구 제기동에 대해 조사하던 중, 이 동네에 ‘콜라텍’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르신들이 지루박, 부르스, 따닥발 등 사교댄스를 즐기는 곳으로, 어르신들의 홍대란다. 흥미로웠다. 이 곳은 과연 어떤 공간일까 한창 궁금하던 차에 콜라텍이 재영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콜라텍을 방문했다. (지금은 코로나 재확산세로 2.5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다시 문을 닫았다.) 괜히 어르신들의 공간에 침입해서 그 분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싶기도 해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호기심이 걱정을 이긴 것이다.
그 때 방문했던 콜라텍은 두 개 층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위층은 식당가이고, 아래층은 댄스 플로어와 식당가가 함께 있는 공간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에 도착해, 거기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입장 전에 먼저 안내데스크에서 체온을 재고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다. 그리고 입장료를 냈다. 입장료는 놀랍게도 천원이었다. 이 돈만 내면 안에서 하루 종일 놀 수 있다고 했다. 요즘 물가를 고려했을 때 이런 곳이 다 있나 싶었다. 옷과 짐을 맡기는 곳도 있었지만 잠시만 머물다가 갈 예정이라 따로 짐을 보관하지는 않았다.
댄스 플로어에 들어서니 어르신들이 춤을 추고 계셨다. 확실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다보니 재영업을 하더라도 많이 나오시지 않는 것 같았다. 좀처럼 섞여서 춤추기가 쉽지 않아 댄스플로어 가장자리에 빙 둘러져 있는 의자에 앉아 있다가 ‘도우미’라는 명찰을 단 분들을 만났다. 어떤 일로 왔나 말씀을 드리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콜라텍을 찾는 연령대는 보통 60대에서 90대라고 한다. 90대 분들도 종종 눈에 띈다는 것이 젊은 세대 입장에서 신기했다. 60대는 어린 애 취급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 뻘이신데 이 곳에서는 어린이라니. 과연 콜라텍은 어르신들이 모두 젊어지는 마법의 공간이었다.
이 분들은 대부분 남녀가 한 쌍을 이루는 사교댄스를 추고 계셨는데, 여쭤보니 파트너는 정해져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셨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도우미 분께서 소위 말하는 ‘부킹’을 통해 파트너를 연결해주시는 것이라고.
대화를 나누다가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도우미 분께서 지금 플로어 앞 쪽에서 라이브로 연주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서 보라고 하셨다. 같이 방문한 친구들과 쪼르르 앞으로 몰려가니 한 남성 분이 전자 오르간을 현란하게 연주하고 계셨다. 쿵쿵대는 비트 위에 전자 오르간 소리가 얹혀졌고, 그 위에 연주자 분의 목소리가 섞였다. 성당에서 연주하는 엄숙한 오르간 연주만 접하다가, 오르간으로 콜라텍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나중에 유투브로 검색해보니 ‘콜라텍 생음악’이라는 제목으로 메들리가 제법 많이 올라와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콜라텍에서 뵀던 어르신들은 우리가 흔히 그리는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 분들은 '노인'이라는 타이틀 안에 갇혀 그저 늙어가는 무색무취의 인간이 아니었다. 말쑥하게 옷을 빼입으신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 청춘을 즐기고 계셨다.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춤추고, 술도 한 잔 하면서 말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그런 데 가서 뭐하냐’라며 콜라텍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 것 아닐까. 젊으나 늙으나 인간은 결국 유희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라는 문화예술 웹사이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