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홍대, 콜라텍에 가다
콜라텍에 다녀온 뒤, 이 공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 분을 찾다가 친구를 통해 그 콜라텍에서 일하시는 주방장님의 연락처를 구할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남겨놓자 다음날 아침 전화가 왔다. 주방장님께서는 감사하게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그로부터 며칠 뒤, 콜라텍이 위치한 건물 2층에 있는 카페에서 주방장님을 만나게 됐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던 날, 헉헉대며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꽤 많은 사람들 속 주방장님을 찾느라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한 여자 분이 “김예슬 씨?”하고 부르셨다. 주방장님이셨다. 각각 아메리카노와 토마토 주스를 앞에 두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Q> 콜라텍은 어떤 공간인가요?
A> 내가 그 쪽에서 일을 하고 있고, 내가 안 지도 오래됐지만, 콜라텍은 정말 나이 드신 분들께는 가장 부담 없이 놀 수 있는 명소라고 생각해. 아침에 입장료 천원만 내면 하루 종일 4시 반, 5시까지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놀고, 파트너 만나서 춤도 출 수 있고, 대화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술도 한 잔 먹을 수 있고. 그런 분들은 나이가 80이 넘으셔도 굉장히 건강하셔.
Q> 거기 커뮤니티가 있고, 같이 만나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어르신들께는 굉장히 좋겠네요.
A> 그렇지. 집에 있으면 어르신들이 뭐 화장을 하시겠어, 옷을 예쁜 걸 입으시겠어? 나이가 80이 넘고 90 다 된 분들이 집에서 뭘 하시겠어. 나옴으로 해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예쁘게 옷을 입고 꾸미고 화장하고. 그런 거 보면 참 좋은 거야. 이런 문화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여기저기 다녀봐도 콜라텍이 많거든? 종로 쪽도 많고, 제기동 청량리 이 쪽에도 대여섯 개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괜찮아.
Q> 콜라텍의 역사가 꽤 긴가봐요?
A> 오래됐지. 30년 정도면 오래 된거지. 옛날에는 춤추고 이런 곳을 캬바레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이런 개념이 없어지고, 콜라텍이라고 해. 여기는 돈 만원 가지고 나오면 입장료 천원 내고, 하루 한 끼 사 잡수실 수 있지. 그 안에 식당, 매점 다 있어.
Q> 같은 층 안에 다 있는 거예요?
A> 식당가가 있는데, 매점, 중국집도 있고 다 있어. 거기서 먹고 싶은 거 골라 먹는거야. 중국집, 한식 다 있지. 또 한쪽으로는 춤추고 놀고 그런 데가 있지.
Q> 저번에 콜라텍에 한 번 가봤는데 춤추시는 공간만 보고 식당가는 못 가봤네요. 콜라텍에는 보통 하루에 몇 분 정도 오세요?
A> 정상적일 때는 평일에는 한 900명 1000명. 주말에는 1500명, 2000명까지 왔어. 작년 피크 때, 성수기 때. 지금은 완전 꽝인데.
Q> 콜라텍에도 성수기, 비수기가 있나요?
A> 장사가 원칙적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4월, 5월부터 지금까지가 최고 피크야. 더우니까 안으로 들어오고. 근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완전히 끝났고.
난 항상 생각하지만 콜라텍이 참 좋은 것 같아. 여기 나온 어르신들은 치매가 안 걸리잖아. 왜냐하면 상대방에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항상 기억을 하거든. 여기 와서 비록 평생을 같이 춤을 추는 파트너이지만 그 사람에게 실수를 안 하기 위해서 자기가 신경을 쓰는 거야. 춤추는 것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치매가 안 오는거야.
아침에 이렇게 보면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어르신들이 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몇 번을 갈아타고 여기까지 오시는데 참 대단해. 사실 제기동에 사는 사람 중 여기 놀러오는 사람은 별로 없어. 인천, 부천, 동두천, 뭐 의정부 이런 데서 와. 왜냐하면 자기가 노는 것을 동네에서 보여주기 좀 그러니까.
Q> 그 분들은 콜라텍을 어떻게 알고 오시는 거예요? 알음알음 얘기가 도는 거예요?
A> 그런 것도 있지만, 옛날부터 당신들이 춤을 기본적으로 배웠기 때문에 ‘운동하러 나온다’ 하고 나오는거지.
Q> 아, 이게 아무래도 역사가 좀 있으니까 꽤 많이 알려져 있어서 다 알고 오시나봐요.
A> 응, 그렇지. 여기 나와서 하루 시간 때우기 좋지 뭐. 여기는 5시면 손님이 싹 빠져.
Q> 재밌네요! 젊은 사람들은 밤 9, 10시가 이제 시작이잖아요.
A> 여기 어른들은 대신 일찍 나오잖아. 집에서 10시, 11시에 나오는데? 영업시간이 11시 즈음 되면 아침 겸 점심 잡술 겸 해서 오는 양반들도 있고. 알음알음 알아서 오는 거지. 여기도 있지만 바로 건너편에 콜라텍이 또 있어. 서로 경쟁도 하고 그러는데 그 집이 갑자기 입장료 천원을 받다가 하루 공짜로 입장시킨다고 하면 또 쫙 그리로 가고 그래.
Q> 정해진 곳만 가는 게 아니네요?
A> 내가 놀고 싶은 데 가서 놀지, 한 군데에서만 놀 필요는 없잖아?
Q> 피크타임은 몇 시예요?
A> 피크타임은 한 1시? 1시부터 3시까지 되는가? 4시반 넘으면 거의 끝나.
이후 코로나 확산세로 콜라텍이 문을 닫으면서 이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큰 경제적 타격을 입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위층에 있는 식당가라도 보여주시겠다고 하셔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콜라텍과 함께 식당가도 함께 휴무 중. 주방장님께서 재영업을 시작하게 된다면 연락을 주시겠다고 해서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장장 50여분에 이르는 이 대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내가 놀고 싶은 데 가서 놀지, 한 군데에서만 놀 필요는 없잖아?”라는 말이었다. 성수기 시즌 주말에는 하루에 1500명에서 2000명에 이르는 어르신들이 이 콜라텍을 찾고 계신다. 다른 곳에 방문하시는 분들의 수까지 합치면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은 분들이 콜라텍을 방문하고 계실 것으로 예상된다. “놀고 싶은 데”를 자유롭게 찾아다니시면서 말이다.
그 이야기를 딱 들었을 때 머리가 띵하고 울리는 기분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어르신들에게도 “놀고 싶은 데”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유롭게 놀 자유가 있다. 그 곳이 탑골공원이든, 콜라텍이든. 그 하고 싶은 게 장기가 되었든, 춤추기가 되었든. 그 한 마디에 이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라는 문화예술 웹사이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