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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seul Sep 29. 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넷플릭스 인사이트>를 읽고

빈지워칭(binge watching)이라는 말이 있다. 짧은 시간에 걸쳐 드라마 시리즈나 영화를 몰아 보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그리고 이 신조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을 보는 내 모습을 어떤 단어보다도 잘 묘사했다. 괜히 유행을 좇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다가 코로나로 인해 너무 심심했던 나머지 결국 발을 들여놓고 이틀만에 킹덤 시즌 1과 시즌 2 모두 클리어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빈지워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밤을 새며 며칠만에 시즌 3를 격파했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스페인어를 배운다는 명목으로 시작해 빠져들었던 <마드리드 모던걸>, 역시 스페인어 시험을 앞두고 귀를 틔워야 한다며 봤던 <종이의 집> 등등.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를 접했지만 묘하게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에게는 남다른 흡입력이 있어 나는 이 드라마들에 ‘현망진창’이 될 정도로 몰입하고는 했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봤을 때에는 수감자들의 분노와 말투에 나까지 물들어 친구들에게 ‘유워너메스위드미?’를 남발하고는 했다.)


그러다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뭔가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책 <넷플릭스 인사이트>를 펼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탄생 

이 책은 기업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그 성공요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책이다. 실리콘밸리에서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로 시작해 스트리밍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기까지, 이 책은 파괴적 혁신을 거듭해온 이 기업의 전략들을 자세히 분석하고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주목해서 본 부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관한 부분이었다. 자체 콘텐츠의 제작은 사실 위기에서 시작되었다. 디즈니의 디즈니+, 애플의 애플TV+, 워너미디어의 HBO 등 넷플릭스와 비슷한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에 쏟아져나온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넷플릭스와 계약을 끊고 콘텐츠 수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한다. (어느 순간 넷플릭스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사라졌다 했더니 배후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콘텐츠의 양이 생명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것은 꽤나 큰 타격이었다. 여기서 넷플릭스는 결단을 내린다.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로 말이다.


“콘텐츠 자체 제작은 대개 많은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또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다른 스튜디오로부터 콘텐츠 라이선스를 받는 것보다 위험 부담이 더 크다. 반면에 몇 년마다 콘텐츠 라이선스 갱신을 위한 재협상이 필요 없기 때문에 안정된 사업 운영을 할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 보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p.141)


이처럼 넷플릭스는 장기적 안목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7년에 89억 달러, 2018년 120억 달러, 2019년 150억 달러에 이어 2020년에는 173억원, 2028년에는 263억 달러(30조4800억이란다.)로 그 투자액을 점점 늘려나간다고 하니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 제작에 기울이는 관심의 정도를 알 만 하다.   




성공의 비결, AI/ML의 사용과 철저한 데이터 분석 

하지만 더욱 독특했던 것은 넷플릭스가 파일럿 에피소드도 없이, 한번에 큰 규모의 투자액을 쾌척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드라마 한 시즌을 공개할 때에는 한 시즌을 통째로 공개해버리며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버렸다.


이는 넷플릭스가 보유한 풍부한 데이터와 그 데이터에 근거해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는 분석 능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첫 번째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할 당시의 일화가 이를 잘 말해준다.


“넷플릭스는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회원들이 영국 BBC에서 방영되었던 영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영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본 사람들은 케빈 스페이시의 작품이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작품도 즐겨 시청한다는 것도 파악했다. 넷플릭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당시 3,300만 명의 구독자 중 상당수가 핀처 감독의 2010년 작품인 <소셜 네트워크>를 즐겨 스트리밍 한다는 것과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한 영화는 항상 관객들이 좋아하며 성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영국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하우스 오브 카드>를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을 맡고 케빈 스페이시 주연으로 제작하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했다.” (p.351)


이처럼 넷플릭스는 사용자로부터 정보를 수집하여 철저히 데이터에 근거한 기획과 제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가 수집하는 정보의 양은 대중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고객 정보, 콘텐츠 관련 정보, 시청자 평가는 기본이고, 시청자가 비디오를 시청할 때 어느 부분에서 일시정지를 하고 어느 부분에서 되감기를 하는지, 또 주중에 언제 어디서 영화를 보았는지 등의 정보도 가지고 있다.” (p.200)


넷플릭스는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시청자에게 콘텐츠를 추천해줄 뿐만 아니라, 섬네일과 아트워크를 포함한 전체 페이지도 변화시키며, 어떤 콘텐츠를 제작할 지 결정한다. 따라서 자체 콘텐츠의 성공률 또한 굉장히 높은 편인데, 실제로 일반 TV 프로그램의 성공률이 30%라면,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근거해 제작되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80%의 성공률을 보인다고 한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위기를 돌파하며 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강점인 견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취향을 철저히 분석해 취향그룹을 만들고, 그 그룹을 타깃팅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그리고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는 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메인 화면에 제시된다. 고객들이 60~90초 안에 원하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게다가 오리지널 시리즈는 시즌 하나가 한 번에 공개되어 몰아보기 딱 좋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데이터에 근거해 고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고객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진열한다. 그리고 빈지워칭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내가 넋놓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게 바로 21세기의 "지피지기 백전백승" 아닐까.




*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라는 문화예술 웹사이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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