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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lim Apr 01. 2024

[알쓸미잡]#01_ 학생들이 선생님 앞에서 팔짱을?!

알아두면 쓸데 있으려나 미얀마 잡학사전


미얀마 학교에 가면 흰색 상의에 초록색 긴치마를 입은 아이들이 팔짱을 끼고 허리를 90도 정도 숙이며 선생님들과 손님들 앞을 지나간다. 긴치마는 '론지(လုံချည်)'라고 부르는 미얀마 전통 옷이다. 정부와 관련된 기관들은 모두 론지를 유니폼으로 입는데, 그 색에 따라 어느 소속인지를 알 수 있다. 초록색은 교육부를 의미한다. 그래서 선생님도 학생들도 진한 초록색 론지를 입고 있다.



한국에서는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은 꽤나 건방진 자세로 생각하지만 미얀마에서는 공손한 차렷 자세다. 그래서 선생님과 손님들 앞에 서 있을 때 팔짱을 끼고 꼿꼿하게 서 있는다. 어른들 앞을 지나가야 하는 때면 팔짱을 낀 채로 허리를 깊이 숙이고 간다.



한 번은 한국분이 미얀마 학교에서 기부행사를 하셨다. 학생들 격려차 아이들마다 악수를 해주셨는데, 몇몇 아이들을 못해주셨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에 신경이 쓰여서 따로 부르니 아이들이 팔짱을 끼고 서 있어서 화가 났나, 삐졌나 더 마음이 불편했더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초등학교 예절시간에 어른들 앞에서는 팔짱을 끼고 허리를 깊게 숙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대학생 때 까지도 팔짱을 끼며 선생님과 어른들께 예의를 표하지만 대학생을 졸업하고 나서는 팔짱을 끼지 않는다고 한다.

미얀마는 인사 문화가 없다. "밍글라바" 인사는 학생 때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들어오시면 딱 한 번 다 같이 일어나 할뿐, 그 외의 때에는 밍글라바 인사하지 않는다. 안부를 묻는 말 정도는 하지만 우리가 "안녕하세요", "안녕" 하는 것처럼 인사하지는 않는다. 출근하면 "Good Morning!" 정도? 외국인이나 "밍글라바" 한다며 미얀마 사람들은 웃는다. (나는 택시 탈 때마다 사람들 만날 때마다 밍글라바 인사하는데...)


성인이 되면 밍글라바 인사할 일이 거의 없고 팔짱도 끼지 않는다고 하니 초록색 론지를 입은 아이들의 팔짱 낀 인사가 더 귀엽게 느껴진다. 학교에서 선생님을 향해 모두 일어나 팔짱을 끼고 특유의 음률로 "밍~글라바 세야마! (မင်္ဂလာပါ ဆရာမ/안녕하세요 선생님)"를 목이 찢어져라(?) 외치는 학생들을 보면 반장의 구호에 맞춰 '차렷, 선생님께 인사!' 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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