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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lim Apr 17. 2024

[알쓸미잡]#03_ 제 아버지 이름이 왜 궁금하세요?

알아두면 쓸데 있으려나 미얀마 잡학사전

미얀마에는 성이 없다. Family name 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름만 듣고는 같은 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없다. 물론 민족이 워낙 다양한 나라이다 보니 이름을 듣고 민족을 유추해 볼 수도 있고 뒤에 이름 안에 아버지 이름을 넣어 짓기도 한다지만 우리나라 같이 법적으로 성씨가 이름에 포함되어 있진 않는다.

그래서 미얀마 사람들의 공식 서류에는 Father name을 적는 칸이 있다. 가끔은 Mother name 칸도 있다고 한다. 이력서나 동사무소 서류 같은 것을 작성할 때 꼭 묻는다. 이름으로 어느 집 사람인지 알 수 없으니 아버지의 이름을 적어 그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내겐 성씨, 가문이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이런 문화를 보니 당연한 듯 붙어 있는 성이 나도 모르게 내가 속한 가문, 가장 기초적인 소속을 보여주는 것이구나 싶어 새삼스럽다.



하지만 미얀마 사람들이 이름 앞에 쓰는 단어들이 있는데, "더(ဒေါ်)" "우(ဦး)" "마(မ)" "꼬(ကို)" 같은 단어다. 만약 내 이름이 "와와"라면 "더와와"라고 쓴다. 그래서 종종 이 것이 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 것은 성이 아니라 Mis, Mr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쉽다.


 "더(ဒေါ်)"는 나이가 있는 여성, 사회생활하는 성인 여자에게 붙인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여성분들께 성함을 여쭈면 아예 "더"를 붙여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고모, 이모, 아주머니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우(ဦး)"는 남성에게 사용한다. 삼촌, 아저씨의 의미다. 이름을 모르는 나이가 있는 남자를 부를 때  "울레이"라고 부르면 된다. (ဦးလေး: 이때 발음은 '우'보다 '울'에 더 가깝다.)

"마(မ)"는 언니, 누나의 뜻이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은 연상 여자 이름 앞에 붙여 부르면 된다. 이름을 모르는 언니/누나를 부를 때는 "아마"라고 부르면 된다. (အစ်မ: 앗마or아마) 식당 같은 곳에 가서 직원들을 부를 때 이렇게 많이 부른다.

 "꼬(ကို)"는 오빠, 형의 뜻이다. 이름 빼고 "아꼬"(အစ်ကို: 앗꼬or아꼬)라고 부를 수도 있고, "꼬꼬(ကိုကို)"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꼬꼬는 애칭처럼 사귀는 사이에 귀엽게 부르는 말이니 아무 데서나 그렇게 부르지 않도록 주의...? 해야 한다.


여기서 한국과 다른 것은, 호칭을 이름 앞에 붙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OO누나, XX형 같이 이름 뒤에 호칭을 붙이지만 미얀마는 마OO, 꼬XX 처럼 앞에 호칭을 붙인다. 선생님을 의미하는 "사야마"(ဆရာမ: 세야마에 더 가까운 발음이다.) 도 선생님 성함 앞에 붙인다.


아무튼 이 모든 것들은 미얀마의 성이 아니라 호칭이라는 것! 민족마다 이름 짓는 방법도 다르고 기본적으로 성이 없기 때문에 공식서류 같은 곳엔 아버지 이름을 적는 칸이 있거나 없으면 질문이라도 한다는 점! 처음엔 "제 아버지 이름이 왜 궁금하세요...?" 하며 어리둥절해했지만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아버지 이름, 가끔은 어머니 이름도 알려주게 되었다.


Departure card에도 적어야하는 Father Name



보험 서류에 있는 Father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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