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를 빙자한 성장일기
제가 본격적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게 2019년이었어요.
그때 저는 프리랜서 강사이자 마케터로 일하면서, 여러개의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공부를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하고있었고, (평생교육사, 헤어미용사, 컬러리스트 기사, 사회복지사 등 지금생각해도 왜 그렇게까지 했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모두 취득은 했습니다만 스트레스가 어마 무시 했어요.
장롱면허를 탈피하고자 운전연습을 가열차게 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도 말쯤 이사를 왔는데, 이곳은 허허벌판의 시골이어서, 아는사람도 없었고 너무 외진곳이어서 생활의 편리가 보장되지 못한 곳이었어요.
지금 우아하게 말해서 생활의 편리가 보장되지 않았다 말하는것이지 사실 경기도에 아직도 이런 오지가 있나? 그래도 수도권인데 이런 시골짝이 말이 되나? 싶은 그런곳이었어요. 지금까지도 사실 아직 오지같은 동네예요. ㅎㅎㅎ 좋아서 웃는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웃깁니다. 아직도 경기도에 이런데가 있다니….?
쉽게 설명하면 주변에 논밭이 있고, 분교가 있는 그런 동네입니다.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도시에서만 살아본 사람이었고, 시골의 라이프 스타일은 맞지 않았어요. 저희동네에서 당근 마켓을 켜면 옆 도시가 나옵니다.
공부할건 많지, 운전연습은 너무 무섭지, 안하면 살수가 없지, 그런데 아는사람도 없는 시골이다. 남편은 너무 바쁘고 아이는 어리고 자주 아픕니다. 당시 키우던 강아지도 자주 아팠어요. 모든것을 한꺼번에 감당해야하는 덕분에 큰 스트레스로 인해서 몸무게가 늘어났어요. 65키로의 몸무게가 76키로까지 늘어납니다.
물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이사올 당시 29평의 신축 아파트로, 구조가 잘 나와있고 수납공간이 좋았기에 텅텅 비어있던 집에 물건이 가득가득 들어차기 시작합니다.
저는 어느순간 깨닫게 된거예요. 앗… 집이 쓰레기장이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당시 가족들을 찍은 사진을 보면 집이 딱 도둑이 다녀간 집처럼 보입니다. 정리 사진을 보면 딱히 비포어 사진을 찍으려고 찍은 사진도 아닌데 뭔가 비포어 사진처럼 보입니다.
어떡하지? 살도 너무 쪘고, 집은 너저분해 이 거울속 모습도 너무 싫고 집도 너무 싫어… 무언가를 해야할때마다 용기를 내야만 했어요. 뭔가를 하려면 집을 먼저 치워야합니다. 대충 옆으로 밀어두고 시작하면 집중이 되질 않아요. 그러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것은 바로 미니멀라이프였어요.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다이어트도 하고, 물건 다이어트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는 사실 2019년 이전에도 여러번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해왔습니다. 고등학생때부터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긴 했었고, 삶이 힘들때마다, 잘 안풀린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반복적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던 경험들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전반적으로 물건들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결국 살다보면 삶의 군살은 찌고, 또 쪄서 물건이 늘어나더라고요. 생각을 해보면 가족 구성원이 줄거나 늘어난다거나,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거나 라이프 싸이클이 변화할 경우에 물건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볼수 있었습니다.
대학생이 됐을때, 또 편입학을 해서 대학을 옮겼을때, 취직을 했을때, 결혼을 했을때, 강아지를 입양했을때, 아이를 낳았을때,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갔을때 등등. 인생의 큰 고비들을 하나 겪을때마다 제가 물건으로 그렇게 도피를 하더라고요. 언젠가 시간이 난다면 이 미니멀 연대기와 저의 행동 패턴에 대해서도 다뤄보고 싶어요. 미니멀라이프란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치우는 일이 아니라, 나의 심리를 돌아보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예요.
그러한 연대기를 거쳐서 2015년에도 출산후 쌓인 군살과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한번 다이어트와 미니멀을 진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다이어트는 했었는데, 미니멀라이프는 쉽지 않았어요. 그때의 집은 구축 24평 집으로 집 자체가 굉장히 좁고 낡았었거든요. 그래도 그때 했던 생각이 아, 나도 하면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좀 얻었었던것이 기억이 났어요. 나도 다이어트 성공할수 있어. 그 원동력으로 자격증들을 취득하고, 하고싶은 일에 도전했던 기억이 났거든요.
이번 집은 시골집이지만 신축이기 때문에 치우기만 하면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한번 이번만큼은 정말 바뀌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근본적으로 완전히 바뀌고 싶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는것을 끔찍히 싫어합니다. 그런데 또 물건에 쌓여버렸고, 또 살이 쪄버린 이유가 뭘까. 이번만큼은 절대로 근본적으로 바뀌어볼거야.
그리고 하루에 10개씩만 버리는것을 실천하며 블로그에 기록해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미니멀라이프를 다시 시작했어요.
이번 미니멀라이프는 진짜 끝까지 간다 무조건. 끝의 끝까지 다 도려내서 치운다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온갖 구질구질한 나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나의 부족함과 미숙함, 이루지 못한 욕망과 원망, 꿈, 인정욕구, 그리고 가족에서 가족으로 유전된 가난의 흔적까지, 미처 준비되지 못한채로 아주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는 어떤 일을 겪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