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를 만나고 매순간 위로받았다. 불안했던 이십 대를 거쳐 삼십 대가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쉽게 흔들린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좌절하고 예기치 못한 불행 앞에서 무너지곤 한다. 빈센트는 그런 나를 붙잡고 지탱해 주었다. 다시 잘해낼 수 있다고 다독여 주었다. 빈센트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았다.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어깨를 펴고 꿋꿋이 걸었다. 불행해질수록 그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졌고 희망은 굳건해졌다.”
--- p.13
“그래서인지 빈센트는 혼자 숲을 거닐고 혼자 밥을 먹는 것에 익숙했다. 작은 방, 낡은 책상에 앉아 길고 긴 편지를 거의 매주 써 내려가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다. 담배를 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도, 그 얼굴을 캔버스에 그리기 위해 몇 시간이고 작업에 매달리는 것도 괴롭지 않았다. 빈센트는 그런 사람이었다. 고독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크게 외치고, 찬란한 것을 꿈꿨다.”
--- p.42
“빈센트는 늘 불안했지만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반복되는 상처에도 기꺼이 인생의 다음 챕터를 향해 걸어가는 불굴의 예술가였다. 그가 남긴 문장 속에도, 그림 속에도 그 메시지는 선명하게 남아 있다. 분명 언젠가는 내 그림이 팔릴 게다. 분명 언젠가는. 그 미래가 설령 오지 않는다 해도, 그 언젠가를 떠올리며 지금 힘을 낼 수 있다면 족하다.”
--- p.88
“정박해 있는 배들 중 세 번째 배의 이름은 ‘아미티에(Amitie)’이다. 프랑스어로 아미티에는 ‘우정’을 뜻한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편안하게 쉬며 바쁜 일상을 잠시 잊기도 하는 것. 빈센트는 그런 삶을 꿈꿨다. 나 또한 그런 삶을 꿈꾼다. 인생이라는 바다를 제대로 항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가벼운 바람,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 그리고 서두르지 않는 마음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돛을 내리고 한적한 바닷가에서 충분히 쉬어도 된다. 그다음에 채비를 갖추어 또다시 바다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 p.176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 곁에 있는 이들을 사랑하고 하루하루 내게 주어진 시간을 감사히 살아간다면 예측할 수 없는 삶이라도 두렵지 않으리라. 빈센트가 그린 아름다운 밤하늘과 반짝이는 별들은 말한다.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되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희망은 별에 있지만 지구 역시 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