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면접 빌런들
대표가 모든 결정권을 가진 작은 회사. 난 작은 회사만 3곳을 다녔다. 첫번째는 잡지사, 두번째는 신문사, 세번째는 다시 출판사로의 컴백. 그리고 출판사에서 청춘을 불살랐지. 지금은 복직없는 휴직중. 프리랜서로 살아가겠노라는 희망을 품고 있지만 왠지모를 불안감은 나를 다시 직장사회로 돌려보내려 한다. 심심하게 잡코리아를 뒤적거리며 내 분야로는 취업할만한 곳이 없구나를 상기하는 중이다. 그러다가 면접 빌런들 얘기가 떠올라 다시 글을 쓴다.
1. 아버지와 함께온 면접 빌런
이건 우리 회사는 아니고 거래처의 이야기다. 한 사람은 면접장에 아버지와 함께 들어갔다. 연봉은 얼마냐, 우리딸이 힘들어 할 일은 아니냐. 면접관은 본인이 면접을 당하는 느낌이었단다. 결론은 탈락. 그러나 그 후 아버지로부터 면접 탈락의 이유를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아야 했다.
2. 남자친구와 함께 온 면접 빌런
이건 뭐.. 부끄럽지만 회사 얘기다. 남자친구가 친절하게 문 바로 밖에서 기다렸던 케이스다. 몰래 데려다놓고 몰래 가면 되는데. 굳이 면접 끝까지 기다리던 남자였다. 당연히 탈락.
남친과 함께온 면접자는 사실 몇명 더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회사 코앞에 차를 세우고 대기하는 경우를 매우 자주 봤다. 서른 넘은 자식을 물가에 내놓은것처럼 불안해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참 많이 본다. 회사에 C라는 사원이 있었다. 그 친구는 외근을 나갈 때마다 아버지가 모셔다주고, 모시고 오셨다. 내가 직접 본건 아니다. 거래처로부터, "C 씨는 어떤 아저씨랑 같이 다니시대요? 아버지신가?" 라는 얘기를 수차례 듣고서 알게 된 사실이다. 아버지는 행사장 귀퉁이 아주 잘 보이는 곳에서 주차를 하고 그 친구를 주시하고 계셨을 거다. 부모님 마음이 불안하니 그럴 수도 있지.
면접볼 땐 제발 혼자 가세요. 근무지에선 제발 부모님 부르지 마세요.
만일 부모님과 함께 면접을 봤는데도 합격했다?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당장은 급해서 당신을 뽑았을지 모르지만 상사는 당신을 고용함과 동시에 부모라는 감사원을 함께 모시게 된거다. 당신이 아플 때 당신의 부모님이 결근 소식을 전하게 될 것이며, 당신의 상사는 속으로 욕을 하며 당신이 스스로 퇴사하기를 기다릴 것이다. 당신의 부적응과 퇴사의 원인이 부모님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자신이 부족하다 스스로를 자책할지도 모른다. 남자친구? 부부도 그렇게는 안한다. 둘의 추억 쌓기가 필요하면 면접 뒷담화를 까는 것으로 만족해라. 남친의 차가 필요하다면 그냥 택시비를 받아가라. 잠깐 안본다고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급할 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게 회사와의 첫 만남을 결정짓는 면접자리에서는 절대 아니다. 제발, 면접은 혼자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