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N세대예요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을 만났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지 6개월 된 친구는 오랜만의 사회생활에 대한 썰을 풀어놨다. 화두에 오른 이는 23살 정도 된 대학생 실습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친구의 한탄과 폭풍 뒷담화를 듣다가 내린 결론은, '그들을 다른 종족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거였다. 나 역시 엠지들을 수없이 만나왔고 내가 그들을 향해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절대 부정적이거나 나쁜 의미가 아니다.
역사 이래로 구세대와 신세대는 늘 교차되고 반복돼 왔다. 신세대였다가 구세대로 물러나고, 또 구세대는 신세대를 낳아 기른다. 다시 신세대는 구세대가 되고. 당연한 일이다. 세대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젊어보이려, 나이들어보이려 노력하는건 의미가 없다. 그냥 서로를 인정하면 될 일이다. 우리는 강아지를 보며 강아지의 사상이나 이념을 생각하지 않는다. 쟤는 강아지니까. 고양이의 습성을 보며 쟤는 왜저럴까 생각하지 않는다. 걔는 고양이일 뿐이다. 확실하게 다른 종족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한다. 하지만 유사성을 가진 동일 종족에게만은 유독 깐깐하게 인정의 마음을 열지 않을까.
같은 종족이라고 해서 같은 경험과 같은 환경속에서 자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구세대들은 신세대를 보며 생각한다. '나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내 몸 속 세포 중 어제와 완전히 동일한 세포가 없다. 내 한 몸만 생각해도 어제와 같지 않은데, 각자가 살아온 20년, 30년 시간이야 얼마나 어긋나고 다를까. 오히려 같은 부분을 찾기가 더 어렵다. 또 하나 중요한건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다는거다. 왜냐? 비슷한 사람이 편하니까. 나는 그런 사람을 골라 주변에 두었고, 남아있는 사람들 역시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내가 상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까지다. 학창시절정도가 해당된다.
그런데 직장생활은?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 갑자기 후임으로 들어오고, 세상 불친절한 인간이 내 선임이란다. 내가 회사에 회의를 느낀 순간이 몇번 있었는데, 갑자기 경력자랍시고 들어와서는 나를 하대하고 상사짓을 하려던 인간들을 만났을 때다. 그들은 처음에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마치 배려심많은 상사인듯 포장했다. 그런데 잠깐, 왜 그들이 나를 배려해야하지? 그들을 배려해야될건 나 아니었나? 비교적 어린나이에 일을 시작했던지라 나이에 비해 경력이 많았던 나는 늘 나이에 밀렸다.
암튼, 사람은 정말 매우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고 그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하 마음을 모은다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인정하는 자세가 분명히 필요하다. 인정할건 인정해야한다. 선배의 꼰대짓? 이를테면 회식가자, 이런건 막내가 해야하지 않나, 뭐 그런 말들?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저 사람은 꼰대라서가 아니라, 같이 뭔가를 하고 싶어서 회식을 권하는 것이고, 막내가 해야할 일은 내가 잠시 맡았다가 다음 막내한테 줘야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근데 이렇게 말하는 것도 꼰대같아서, 반대 입장에서 얘기하는게 편할것 같다.
내 친구를 황당하게 만든 A군은 이랬다. 함께 외근을 나가게 됐고, 부득이 한 아이와 셋이 남게 됐다. 집이 반대방향이었던 내 친구는 A군에게 집 방향이 아이와 같으니 같이 버스를 타고 아이를 내려다주기를 부탁했다. 엄밀히 말하면 어차피 같은 버스니, 그냥 동승만 해달라는 의미였다. A군에게 돌아온 말은?
"제가요? 왜요?"
자세히 말하자면, A군은 복지관련 전공을 배우고 있다. 자, 엠지 턱걸이 N세대인 내친구와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떤 대답을 했을까? 친구는 어이가 없어 말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 나라도 그랬을거다.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이유를 묻는다면, 우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종족이 다르니 인정하라고 친구에게 말은 했지만, 곰곰이 아주 좋은 답변에 대해 고민해봤다.
우린 구구절절해야했다.
"이 아이가 혼자서 버스를 탈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너도 집 방향이 같으니 너의 시간을 뺏는 일은 아니다. 버스비는 아이가 지출하는 것이니 돈이 들지도 않는다. 니가 거절한다고 해도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과 돈을 빼앗기지 않는 일에 마음만 조금 내어주면 될 일이니, 도와주지 않겠니?"
라고 구구절절 설명해야했다. 어이없는 친구는 빡쳤고, 나도 아마 빡쳤을거다. 하지만 몇가지 확실히 깨달은건, 세대 극복을 마음으로 해서는 안된다는거다. 그가 받을 손해와 그가 얻을 이익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알아먹었겠거니 하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구구절절 설명해주고, 이해타산을 맞춰줘야 한다.
내가 삐져서 입을 꾹 다무는 순간? 다음 입을 열때는 말할거다. 그놈은 엠지라.... 앞으로 더한 놈들이 나올거란다. 이제 우리는 삐지는 것 대신, 구구절절 설명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엠지로 티안나게 살아가는 것? 어쩌면 큰 의미는 없다. 당신이 서른 중반 넘어갈 때 쯤 돼서야 티나지 않을거다. 왜냐면 더 티나는 어린놈들을 만날테니까.
"제가요? 왜요?" 라는 말부터 곱씹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