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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Apr 13. 2021

한국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 육로로 3

인천-청도-제남-계림-난닝-하노이

1. 계림에서 난닝으로


가운데 끼여 앉아 그렇게 그래도 무난한 2시간 반 후에 드디어 중국에서의 마지막 도시가 될 난닝에 도착했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모두들 천천히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출구 쪽으로 향해가는 모습이 중국이라 그런지 사뭇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난닝역에서

난닝 역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베트남 관광비자를 받기 위해 바로 택시를 타고 베트남 영사관으로 이동했다. 원래 지하철이나 버스가 잘 되어있는 중국에서는 택시를 자주 타지 않는데 비자 신청을 위해 시간이 없어 바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난닝 역에서부터 베트남 영사관까지는 택시비가 22원이 나왔다. 영사관 근처까지 왔을 때 지나친 지하철 역을 자세히 봐 두고 돌아가는 길에는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베트남 영사관

오후 3시경 도착해서 그런지 무척 한가한 영사관. 가자마자 비자 폼을 초고속으로 작성하여 사진 한 장을 붙여서 냈더니 아주 친절한 베트남 영사관 직원이 접수를 해주고 대신 내일 비자를 받으려면 rush로 신청을 해야 된다고 한다. 너무 친절해서 혹시 조르면 내일 내줄까 해서 망설여 봤는데 안될 듯하여 rush비로 100원을 더 내서 530원으로 비자를 신청했다. 다음날 오후 3시에 오면 된다고 했다.

베트남 대사관과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역을 가려면 도보로 5분이면 된다. 다음 날 베트남 관광비자를 찾으러 갈 때는 다행히 지하철 타고 오면서 걸어갔던 버스 정류장을 유심히 살펴보고 온 터라 헤매지 않고 찾아내어 버스로 시내까지 갈 수 있었다.

버스정류장 스마트보드와 시내버스

지하철에서 내려 미리 예약한 호스텔로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는데 역시 중국에서는 길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서 다시 헤매고 헤매다 겨우 호스텔 간판이 달린 건물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때도 아마 땡볕에서 30-40분은 헤맸던 기억이 난다.

핑크핑크 호텔과 화장실

햇빛은 탈 듯이 뜨거워서 그리고 곧 저녁때가 되어가는데 그날은 제대로 먹은 것이 없어서 너무나도 힘이 빠지고 배가 고팠다. 베트남 대사관이 제법 외지에 있어 지하철로 20분 정도 걸려 호텔 근처 시내에 겨우 도착했다. 호텔은 (예약사이트에서는 호스텔인데 호텔이라고 건물 밖에 써져 있다) 건물 색에 맞추어서 인테리어를 한 것인지, 건물도 호텔 내부도 부담스러운 핑크 핑크.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시내에서 멀지 않은 숙소를 겨우 찾아냈는데...... 내가 이 놈의 리뷰를 다신 믿나 봐라란 말이 절로 나오던 화장실 (리뷰는 8명이 8점 이상을 주었는데 역시 50개 이상의 리뷰 평균을 확인해야 한다). 이 화장실의 유례는 어디인지 대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너무 배가 고파서 짐만 던져두고 밥을 먹으로 시내로 향했다.

난닝 시내와 돌솥비빔밥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배고파서 근처 한국식당을 찾아 돌솥비빔밥을 시켰는데 날계란에 고기까지 들어가 혹시 배가 아플까 봐 고기는 다 빼내고 (나는 고기를 먹지 못한다) 먹었는데도 소화가 안되고 배가 아플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불안해졌다. 내일모레 아침부터 8시간 정도 차를 타고 중국-베트남 국경을 넘어야 했기에 몸조심을 해야지 싶었다. 그 당시 나는 조금은 심각한 위염이 있었기 때문에 먹는 것을 특별히 조심하고 있어서 중국에서 중국다운 요리를 예전처럼 마구마구 시켜 먹을 수 없어 아쉬웠던 때였다. 게다가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어버려 중국에서는 밥을 찾아 먹는다는 게 하루의 아주 큰 고민거리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 같다.

난닝의 스타벅스

시내를 대충 구경하다 들른 스타벅스. 처음엔 예쁜 의자에 혼자 앉아 즐거웠는데 역시 중국답게 합석을 요청받아 (중국에서만 3번째 스타벅스 합석 요청이었다! 인구에 비해 스타벅스 좌석이 부족한 모양) 그래도 무난한 사람이라 여겨져 합석 요청을 받아들여 모르는 사람과 어색한 공기 속에서 또다시 가장 좋아하는 차이 티 라테를 마시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난닝 시내를 구경했다. 다시 핑크 핑크 호텔로 들어왔는데 아까 먹은 돌솥비빔밥 때문에 탈이 나서 그날 밤은 열이 나고 배가 아파서 혼났다. 그래도 고생을 해서 그런지 의외로 잠은 잘 잤던 것 같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일은 하루 더 묵을 호텔을 찾는 일. 난닝은 의외로 편안하게 지낼만한 값싼 호텔을 찾기 힘들었다. 위치는 웬만하면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어야 아침 승합차를 타기 편해서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시내 근처로 잡으려고 하는데 만만한 호텔은 찾기 힘들었다. 몸이 안 좋아 내일 이동이 걱정되어 다시 4 성이면서 5-6만 원 하는 호텔방으로 정해버리고 급히 씻고 짐을 들고 체크아웃을 하고 새로 예약한 대망의 4성 호텔로 이동했다. 또다시 호텔 방에 짐만 넣어두고 베트남 영사관으로 이동하여 비자를 찾고 이제 드디어 하노이로 가는 차표를 예매하러 6번 버스를 타고 랑동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난닝시외버스터미널과 차표

이 랑동 버스터미널은 시내에서 걸어갈 만하고 내가 묵는 숙소랑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미리 인터넷에서 조사를 해보니 하노이로 갈 수 있는 방법은 기차, 버스 그리고 승합차로 이동하는 세 가지가 있다. 하노이-난닝 구간 기차는 타 본 경험도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 가격도 비싸고 밤 이동이라 새벽 중간중간 깨어서 국경에서 비자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게 아주 고통스럽던 기억이 났다. 사실 이 차표를 살 때에만 해도 나는 승합차의 존재는 알지 못했고 버스표라고 생각하고 예매를 했다. 좌석은 5번. 홀수 좌석이니 중간에 끼여 앉진 않겠지 싶었다. 여권 없이는 차표를 예매할 수 없을 줄 알고 늦게 예매를 한 것인데 여권은 확인도 안 하고 바로 표를 내준다. 버스는 아침 9시 버스를 예매했는데 10분 전까지 오라고 했다. 가격은 180원.

호스텔 의자와 4성 호텔 의자 (^^). 사실 둘 다 나쁘지 않다.

열도 조금 나고 배의 상태도 좋지 않아 이 날은 비자와 버스표를 사러 갈 때를 제외하곤 종일 에어컨을 틀고서 방에서 휴식을 취했던 것 같다. 난닝은 2016년도 가을에도 한 번 들른 곳이라 딱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지 않아 다행이기도 했던 것 같다 (솔직히 2016년에도 크게 멋지거나 재밌거나 했던 도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먹거리 시장은 인상 깊었지만).

난닝의 4성 호텔에서

방은 조금 작았는데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는 세트까지 완벽하게 구비되었고 특이한 점은 베트남 국경과 가까워서 그런지 베트남 인스턴트커피까지 들어가 있었다. 에어컨은 시원했고 따뜻한 물도 콸콸 나와 따뜻하게 오랫동안 씻고 나와 티브이를 켜고 에어컨을 쐐며 그날은 그렇게 편안한 하루를 보내며 내일 있을 장거리 여행을 위해 충전했다.


2. 난닝에서 하노이

난닝-하노이 승합차

그리고 다음날 아침 8:40분에 터미널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으니 10분 후 차에 타라고 안내해 주었다. 이때서야 나는 내가 예매한 표가 승합차 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좌석번호는 운전자 뒤부터 1-4번 그리고 5번인 나부터 맨 뒷좌석 줄이었는데 5, 6, 7번 의자가 주르륵 붙어 있었다. 나머지 8번은 운전자 옆좌석인 듯싶었다.

그래도 다행히 창가 자리에다 승합차 컨디션이 매우 고급이어서 아무 불편 없이 갔는데 나와 7번 좌석에 끼여 앉은 6번 아저씨가 조금 불쌍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흥겨운 분위기가 가미되어서 인지 그 아저씨는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가는 내내 책에서 손을 떼지 않고 읽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한 글자만 봐도 멀미 기를 느끼는 나로서는 정말 그분이 부럽기 짝이 없었다. 그 아저씨는 짐은 또 어찌나 바리바리 싸 갖고 가시는지 검문에 한 번 걸려 짐 검사를 당하기도 하셨다. 아무튼 나만 외국인이고 모두 중국 사람들. 그런데 다들 착했다.

중간에 화장실에 한 번 들른 후, 난닝을 떠난 지 2시간 반도 안되어서 밴은 국경 근처 여행사에서 멈췄다.

참고로 이곳의 화장실은 매우 청결했다. 이 전에 들르는 화장실에 가기 싫다면 이쪽 화장실 이용 적극 권장한다. 승합차에서 갖고 온 본인의 짐을 다 들고서 여행사 안으로 들어서자 티켓을 확인한 후 저렇게 목걸이를 차고 있으라고 한다.

북경과 하노이 시간차. 원래 1시간 차인데 하노이 시계가 1-2분 더 느리게 표시되고 있었다.

와이파이도 빵빵하고 에어컨도 시원하고 있을 만은 한데 여기서 장장 1시간 반 정도 기다렸다. 처음에는 대체 무엇을 기다리는지를 몰랐으나 알고 보니 베트남 하노이까지 가는 다음 밴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 밴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바로 온 밴으로 베트남 손님들이 내리자마자 우리를 태우고는 중국 국경으로 바로 이동했다.

중국 난닝에서 탄 승합차보다 더 최적한 했고 이번에 탈 때는 명당자리인 1번 좌석 (운전자 바로 뒷좌석)이 빈 채로 갔다. 내가 그 자리에 가서 앉을까 망설이는 찰나, 내 옆자리 6번 자리 아저씨가 그 자리로 후다닥. 그래... 2시간 반 동안 가운데 자리에 껴서 고생하셨으니... 덕분에 내 옆자리는 비어 있으니 좋구나 하면서 그냥저냥 다시 국경으로 이동했다. 드디어 중국 국경에서 짐을 들고 내렸는데 중국인과 외국인 줄이 달랐고 나는 처음에 중국인 줄에 섰다가 다시 외국인 줄로 옮긴 데다가 외국인 줄이 더 길어서 나 혼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같은 승합차를 타고 온 중국 남자애가 나를 기다려 줄까 하는 손짓을 하길래 먼저 나가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혹시 나를 버리고 가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하나마나한 짐 검사까지 엑스레이로 대충 통과시킨 후에 뛰어서 밖으로 나가보니 승합차는 나를 하염없이 기다려 주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차가 나만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이 곳에서부터 예약한 승객 한 명이 더 있었던 것. 그 말이 엄청 많은 중국인 남자애가 내 옆자리에 탑승. 그래도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버스가 국경을 통과할 수 없어서 돈을 더 내고 이 전기차로 갈아타고 가는데 우리는 승합차로 국경까지 다 이동이 가능했다. 그리고 드디어 베트남 국경. 다행히 중국과 베트남의 두 출입국 관리소가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우 두 국가의 출입국관리소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땡볕에 힘겹게 겨우 걸어서 도착했던 기억이 났다. 사실 짐만 많지 않다면 딱히 저 전기차로 이동해야 할 만한 거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 승합차의 승객들은 베트남 국경에 상주하는 여행사 직원이 여권을 한꺼 번에 걷어서 쳐리해 주었기 때문에 따로 줄을 서거나 하지 않았다. 화장실 이용 후 (여기 화장실 깨끗함) 조금 기다리니 여권을 나눠주어서 바로 하노이로 출발할 수 있었다.

베트남 국경 근처 마을 풍경과 국경을 오가는 버스 (우등/일반)와 승합차

국경을 넘자마자 베트남의 향기가 물씬 났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중국 국경지대와 베트남 국경지대의 확연히 차이나는 빈부의 차. 베트남은 아직 더 발전해야 하나보다 하는 느낌이 그리고 중국은 참 많이 발전했구나 싶었다. 국경에서 베트남 하노이 까지는 대략 4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 차는 중간에 자동차 수리소에 멈춰서 타이어를 가는 등 시간이 소요되어서 4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휴게소, 베트남 국경 이후로 중간중간 사람들이 내렸다.

두 시간 정도 달린 후에 어느 휴게소에 정차했고 사람들이 정신없이 쌀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중국인들도 베트남 쌀국수가 좋은지 다들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내 배가 다 불렀다. 나는 위염 증세가 심해서 먹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배불렀다. 나는 옆에 딸린 구멍가게에서 과자 몇 개를 골라 씹었다.

두 시간을 더 달려 이젠 하노이에 근접했는지 오토바이 부대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기도 하고 저 오토바이들을 피해 걸을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도 하고. 그리고 그렇게 달리다 어느 여행사 앞에서 드디어 차가 멈췄다. 구글 지도를 켜보니 호안끼엠을 중심으로 해서 남쪽으로 5km가량 떨어져 있다. 호안끼엠까지 5km가량에 택시로 16분 혹은 도보로 39분이라고 구글 지도에 나와 있지만 어느 여행자의 블로그를 보니 거의 1시간을 걸었다고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짐이 무거운 데다 아마 길 건너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나도 택시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여행사 앞에 모여 있는 택시를 다 건너뛰고 5분 정도 걷다가 택시를 잡아 탔는데 꼭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택시 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잡아준 조금은 실망스러운 호텔방에 짐을 풀고 배가 너무 고파서 중국에서 들고 온 마지막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기로 했다. 당면이라서 그런지 속이 편하고 들어 있던 콩도 참 맛있었다. 이제 하노이 좀 돌아볼까 싶어서 슬슬 걷기로 했는데 글쎄.

하노이

미치도록 덥고 습한 날씨에 퇴근길에 집으로 가는 오토바이들이 달려드는 거리는 정말이지 서있기도 힘이 들 정도였다. 도저히 에어컨 없는 카페는 들어가기 힘들 것 같아 출입구가 닫혀 있는 카페로 바로 돌진하여 티를 시켰다.

차가운 차 한잔으로 열기를 식히고 주위를 돌아보니 에어컨이 아닌 대형 쿨러 2개. 소음이 장난이 아니구먼 생각했지만 어쨌든 이렇게 한국에서 출발하여 9일 만에 도착한 하노이에서의 첫 저녁은 그래도 대견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베트남까지의 육로 여정 (2017. 8.1~8.9)


- 이 글 이후로 하노이- 중국-한국까지의 거꾸로 된 육로 여행에 대해 글을 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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