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nwick Castle에서 빗자루 타고 나는 법을 배우다
영국에서 대학원을 다닌 시절은 경제적으로 많이 궁핍했다. 학교에서는 주말마다 2~3만 원의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당일 치기 단체여행을 꾸렸지만 한 달에 생활비 30만 원으로 버티던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나는 그런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논문을 쓰기 직전, 학기의 막바지가 다가오던 어느 주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라는 영화를 찍은 Almwick castle로 견학을 가는 프로그램이 떴고 친하게 지냈던 여자 동기들이 마지막 단체여행이니 같이 가자고 졸라댔다. 빠듯한 생활비에 나는 그냥 생각해 볼게 라고 했다가 그 여행의 프로그램과 사진을 보고 단번에 반해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 최초의 빗자루 타고 하늘 날기 레슨?" 사진을 보니 정말 아이들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정말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걸까? 해리포터만의 특별한 비법으로? 왜냐면 해리포터 성이니까. 그래서 맘 속으로 굳게 믿어 버리고 말았다. 빗자루로 하늘을 나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해리포터처럼. 그렇다면 당연히 일생일대의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게다가 참가비도 2만 원으로 저렴하여 갈만 할 듯했다.
일요일 아침, 학교 주차장에 아침 7시에 집합하여 학교에서 마련한 대형 버스에 올랐다. 학교에서 해리포터 성이 있는 Alnwick까지는 2시간가량 걸렸다. 우리 과에서는 10명이 남는 친구들이 함께 했다. 우리는 막 마지막 에세이를 제출했고 앞으로 5달 동안 졸업 논문에 매진해야만 할 때였다. 학기가 끝나니 누구는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고 누구는 좀 더 영국의 큰 도시오 옮겨 논문을 쓰며 일자리를 구하고, 또 나를 포함한 어떤 이들은 학교에 더 남아 논문을 쓸 계획이 있던, 그랬던 조금 어수선하고 이별을 준비해야 하고 그랬던 시기.
그동안의 즐겁기도 했도 힘들기도 했던 그런 추억들을 안고 2시간 동안 해리포터 성으로 가는 버스에서 나는 이런저런 회상을 시작했다. 버스가 도착하자 수많은 인파들이 주차장 근처에 즐비했다. 하지만 성울 둘러싼 공간이 커 막상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에 체이거나 그러지 않는다. 우선 성을 둘러봤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영화 작품 중 최초로 촬영된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촬영지인 Alnwick Castle은 퍼시 패밀리가 소유한, 대략 700년 동안 그들의 안락한 공간이 되어 주며 현재는 부부와 4명의 자녀들이 살고 있다. 2000년에는 해리포터와 마법의 돌이 이 성에서 촬영되었고 2001년에는 해리포터 2의 마법 수업 촬영장이 되었다.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마담 Hooch에게 매직스틱 사용법을 배웠던 장소로 해리포터가 마법의 스포츠인 퀴디치를 훈련받은 곳이다. 그리고 이 성에 딸린 벌판에서 호그와트 학생들과 직원들이 일상을 보내며 활동한 곳으로 해리와 그의 절친 론이 위즐리 가족의 날아다니는 차와 출동했던 곳이기도 하다.
나만의 마법의 지팡이 만들기 레슨
성을 대충 둘러본 후에는 이것저것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데 우선 매직스틱을 만들어 보는 레슨에 참여했다. 우선 마법사님께서 만드는 방법을 시범으로 보여주면 각 참가자는 자신이 원하는 스틱과 깃털, 금박음박의 실 등을 고른 후 자리에 가서 자신만의 마법의 지팡이를 만들면 된다. 어떤 기털을 고를까 어떤 색의 실로 마법의 지팡이를 돌돌 말아야 할까 무척이나 고심했고.
이것이 나와 나의 영국 대학원 시절 절친 3명이서 만들어 본 각자만의 마법의 지팡이. 4개의 지팡이를 하나로 모았으니 그 마법이 더 큰 힘을 바라리라 순간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으며
나는 그날 만든 나만의 마법 지팡이를 고이고이 모셔와 논문을 쓰던 근 5개월가량 성공적인 논문의 결과를 이 마법의 지팡이로 노트북을 치며 빌곤 했었다. 그리고 논문의 결론은 꽤나 만족스러웠으니 마법이 통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애 최초의 빗자루 타고 하늘 날기 레슨
점심식사 시간은 모든 레슨이 Break time이기에 우리도 식당가에 들러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빗자루 레슨 교실로 가봤더니 벌써 수많은 아이들이 레슨을 기다리며 해리포터와 해드리그의 퍼포먼스를 구경하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레슨. 그런데...... 문제는 레슨을 받는 대부분이 영국의 꼬마들.
하지만 질 세라, 나와 친구들은 신중하게 마음에 드는 빗자루를 골라 뻘쭘하니 그 아이들 뒤편에 빗자루를 다리에 끼고 개인 레슨 차례를 기다렸다.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빗자루 선택인 듯 모두 자신이 고른 빗자루의 자문을 구하고 있었다. 나도 내 빗자루를 내밀며 자문을 구하니 Good! Lovely~ 하며 평가를 해줘 기분이 좋았다.
이분이 내가 속했던 소그룹 레슨의 교수로 학생들 하나하나 일일이 나는 법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던 우리의 교수. 마법의 기운을 모아 우리를 모두 하늘로 훨훨 날게 해주리라.
개인 레슨이 끝이 나면 일단 혼자 나는 법을 연습해야만 한다. 어떻게 하면 멋지게 더 높이 날 수 있을까.
자. 이제 개인 연습은 끝이 났다. 이제 각 소그룹끼리 모여 단체로 한 번에 한꺼 번에 나는 시간.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 긴장감을 숨길 수 없었던 그 순간.
우리 차례를 기다리면서 만났던 해리포터를 꼭 닮았던 영국 소년. 사진을 찍으니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이 성에는 기념품 코너도 있는데 이 코너에서는 해리포터 안경을 팔고 있어서 갈까 말까 정말 한참을 망설였다. 참고로 영국 유학 당시 나도 해리포터 비슷한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시내를 걷다 마주친 10대 영국 소녀가 나를 부르며 "혹시 해리포터 아니에요? 하며 나와 나와 함께 있던 친구들을 모두 웃음의 바다로 빠트렸던 것이 문득 생각이 난다. 나는 그때 그 순간을 빨리 모면하고 싶어서 "나 해리포터 아니야"라는 답변만 남긴 채 황급히 도망을 쳤었다. 그런데 그 영국소녀... 아무래도 나를 진짜 해리포터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왜냐면 그 애의 표정이 너무나도 심각했었기 때문에.
드디어 우리 그룹 차례가 돌아왔다.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고 긴장을 하며 기다렸던 우리들은 교수의 함성에 빗자루를 끼고서 반대편으로 힘차게~ 아주 힘차게~
앞으로 뛰어.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