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의 야자수 나무에 둘러싸여 푸른 강물 빛과 함께 흘러 흘러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일상에서 떠나 아무 생각 없이 떠돌고 싶던 어느 날 떠나게 된 남인도 케랄라 주의 하우스보트 수로 유람. 감히 수로 유랑 이라 말하고 싶었던 그때의 그 경험들.
현지인이나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하는 반나절짜리 수로 유람은 일인당 300루피 즉 5000원가량의 돈을 내고 8시간 동안 여러 여행자들과 함께 천장이 없는 배 위로 올라 뜨거운 태양 아래서 수로 유람이라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했던 배의 속도 위에서, 처음에는 와! 신난다! 재미난다!
했다가 2시간 정도 지나면 모두들 시들해져 가던 수로 유람. 그래도 나름대로 중간에 식당에 들러서 먹었던 100루피짜리 남인도식 백반인 탈리와 그리고 너무 심심해서 어쩔 수 없이 배 안의 사람들이 모두 친구가 되었던 그 분위기가 좋기는 했었다. 그 싸구려 배 위에서 늘 지켜만 보고 부러워만 했었던 인도식 호화판 배를 타고 여유롭게 앉아있었던 인도의 부자들. 그들을 배경으로 멋진 배를 사진으로만 찍으며 아주 배가 아파했던 적이 엊그제 같았는데... 드디어 나도 하우스보트에 누워 수로 유랑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케랄라 주의 하우스보트 수로 유람
수로 유람으로 유명한 곳은 인도의 남서쪽에 위치한 케랄라 주이다. 케랄라 주의 backwaters는 운하, 호수, 호수로 구성되어 있는 약 900 킬로미터에 걸쳐 연결되어 있는 수로를 말한다. backwaters는 마을 사람들의 이동 공간 그리고 작은 화물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고 있고 유명한 관광 명소로도 활용되어 관광객들에게 케랄라 마을의 삶의 방식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제공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백워터 투어 (Backwater tour)는 운하를 따라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최고의 묘미로 여겨진다.
여러 코스가 있지만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꼬따얌에서 알라빼까지! 낮 1시에 승선해서 다음 날 아침 9시경에 끝나는 수로 유람이다. 하우스보트는 대나무와 바나나 잎으로 엮은 배로 집 같은 느낌의 편안한 전통의 배 모양. 배 한 척에 10~12만 원이라면 조금 비싼 느낌이 없지 않지만 배 한 척 당 더블 룸 2개가 붙어 있고 게다가 하룻밤을 지내고 밥과 간식이 나온다. 더블 룸 2개가 딸려 있다는 말은 4명이서 최대 12만 원을 나눠 내는 셈이고 그러면 일인당 3만 원의 가격이 된다. 하룻밤에 밥도 세끼 나오고 과일이나 차등의 디저트까지 나온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이 아닐까? 아니 감히 싼 가격에 럭셔리한 수로 유람을 즐길 수 있는 최대의 옵션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2명 정도는 바닥에 침낭이나 매트리스를 깔고 잘 수 있으니 더 싸게 지낼 수도 있다. 물론 조금 협상이 필요한 일이지만 말이다.
19시간 동안의 수로 유람. 수로 유랑의 발자취를 다시 떠올려 본다.
타이타닉도 부럽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없다는 점이지만. 잘생긴 그는 없지만 맘만 먹으면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 연출이 가능하다. 사실 이 배에는 그럴싸한 선장도 없지만, 캡틴이라고 소개받은 평범한 남인도인이 앉아서 배를 모는 이 자리, 캡틴이 없는 틈을 타면 타이타닉의 명장면도 가능.
선장이 없는 틈을 타서 혼자 두 팔을 벌리고 서보면 그만이다. 묵어 놓은 배에 괜히 선장인 척하면서 폼도 잡아볼 수 있고.
역시 이곳은 인도인지라 선장은 뜨거운 태양을 우산으로 초라하게 가리며 배를 운전 중이다. 선장은 전혀 무게 잡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고 아주아주 친절하기만 하다. 털털한 인도의 선장 아저씨.
맨발로 멋진 배를 몰면서 잠시 핸드폰으로 잡담도 나누면서... 선장인 그도 천천히 수로 유람을 함께 즐기면서 배는 푸른 강물을 흐른다.
배에 타자마자 신선한 코코넛 주스로 시작해서 함께 딸려 나온 왠지 물고기를 닮은 파인애플과 코코넛. 파인애플의 달콤함과 코코넛의 고소함이 조화를 이뤘다고나 할까?
식사 시간이 되면 배는 잠시 멈추게 되고 이제 곧 서빙이 시작된다. 점심의 메뉴로는 남인도만의 코코넛 향을 품은 생선 튀김에 생선 커리 그리고 야채볶음과 콩깍지 볶음 등
쥐포 맛이 나는 것 같은 노란색 파파드를 부셔 케랄라 밥 위에 얹어 반찬과 함께 먹는 점심. 모자라면 밥을 더 퍼주고 또 더 퍼주고, 꼭 뷔페처럼 양껏 많이 먹을 수 있다. 식사 후에 커피도 한 잔 마실 수 있고… 저녁에는 치킨 커리가 나왔는데, 오랜만에 먹는 치킨인지라 너무 정신없이 먹기만 한 기억이 난다. 식후 과일 디저트도 빠질 수 없는 메뉴 중 하나이다.
배는 과연 어떤 모양일까? 일단 외부를 보면 배 위에 집을 한 채 얹어 놓은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배는 대나무와 바나나 줄기로 만든 배로 왠지 그래서 더 운치가 흐르는 것일까? 그리고 배는 최소 방 1개에서 최대 방 6개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방이 6개라는 말은 12명의 인원이 먹고 잘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리고 배마다 옵션이 달라서 어떤 배는 텔레비전에 디브이디도 딸리고 욕조까지 있는 호화판인 반면, 어떤 배는 조금 낡고 티브이도 딸리지 않은 그런 식이다.
작은 테라스가 위에 달려 있는 배도 있었는데, 그 위에 그네도 있는 배도 있었다. 나도 호화판 수로 유람 중이었지만 그런 배들을 만나면 왠지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탔던 배는 중간 정도랄까... 욕조는 없었지만 티브이와 디브이디가 있어서 힌디 영화를 보며 잠깐 달리기도 했었다. 이제 방 안을 살펴볼까?
더블 침대에 화장실이 딸렸다. 왠지 낭만적인 창문도 2개나 딸려 있고 티브이가 있다. 그런데 케이블은 연결이 안 되어 있으니 디브이디를 보는 수밖에는 없다. 화장실도 그런대로 깨끗하고
푹신한 깔판에 고풍스러운 문도 갖추고,,, 세면대도 밖에 따로 딸려 있는 왠지 낭만이 흐르는 방이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신혼여행으로 수로 유람을 많이 온다고 한다.
수로 유람을 하면서 즐기는 풍경들 ‘어릴 적 동네가 그립다’
초등학교 자연학습장에 나온다는 물옥잠이 둥둥 떠 있는 강가. 아직은 그런대로 아주 깨끗한 강이었다.
강 주변으로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가끔 만나는 주민들은 늘 손을 흔들어 주는 친절함이 남아 있었다.
배를 수선하는 작업소도 보이고
목욕을 하러 나온 아저씨, 설거지를 하는 여인,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 학생들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니 석양이 지고…
이윽고 밤이 되었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반딧불. 셀 수도 없이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 밤이 되니 새우 사냥에 사선 주민이 보였고, 아침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나왔다는 인도 청년. 꼬챙이로 새우를 찍어 잡는 솜씨에 감탄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는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떠나버렸고… 그렇게 잡은 큰 새우들을 관광객들에게 팔면 그래도 돈이 될 텐데… 아직도 순순한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부러웠다. 수 없이 떠 있던 별들과 반딧불을 안주로 삼아 코코넛 술에 취해 가면서 그 낭만적인 밤은 그렇게 가고... 우리는 편안한 방에서 잠을 청했다. 강은 아직 오염이 되지 않았는지 모기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유를 배로 배달하는 아저씨가 보이고
조각배를 모는 아저씨
세안을 하고 이를 닦은 인도 아줌마, 물이 차가울 텐데... 아침부터 강물 속으로~풍덩~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새들까지 우리를 반겨주는구나... 아침 식사로 나온 코코넛 팬케이크를 끝으로, 배 정거장에서 마을 배를 기다리는 주민들을 뒤로하고 이제 배들은 하나, 둘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왠지 고풍스럽게 보이는 이 풍경들. 그래도 더 좋은 풍경은 역시 사람 사는 마을이 아닐까? 문득 집이 그립고 어릴 적 동네가 그리워진다. 골목길에 있던 집에서 달려 나와 모두가 모였던 큰길. 그 길에서 하던 ‘얼음땡’ 놀이와 공기놀이가 그리운 날이 되어 버렸다. 수로 유람을 하면 감상에 빠져버리고 만다. 사실 인도를 보고 있으면 어릴 적 생각이 문뜩 나면서… 그게 인도의 매력 같기도 하다.
‘사는 느낌’ 바로 그 느낌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인도’이다.
수로 유람 감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