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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Jun 10. 2024

나는 달라졌을까?

우리의 결혼식을 기다리며

변화


지금까지 살면서 내 모습 중에서 가장 못나보였을 때가 언제였을까?


나 스스로가 정말 바보 같고, 병신 같은 별로 아름답지 않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약 3년 전인 2021년, 남편과 연애를 하기 직전이었고, 죽마고우였던 세 친구와 싸웠을 때였다. 나는 내 안에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 브레이크 없이, 뇌를 거치지 않고 분노에 차올라서 급발진하는 행위. 상대의 감정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상처를 주는 단어들. 지기 싫어서 상대를 누르려고 악을 쓰며 하루 종일 괴성을 울려대는 고장 난 알람시계 같은, 그런 말을 내뱉는 인간이었다. 


나는 내가 굉장히 지적이고, 똑똑하고, 옳은 말만 하는 사람인 줄 자만하고 있었다. 고작 서른한 살 먹고, 세상 이치를 다 깨달은 사람처럼 굴었다. 그러니 상대와의 갈등에서 양보를 할리 없었고, 뒤로 물러나는 방법도 몰랐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화나게 했을까? 왜 내 안의 분노가 숨겨져 있었을까?


이런 내 쓰레기 같은 대화 방식에 진절머리난 자들과 대판 싸웠다. 그때도, 나는 나를 배척하는 그 친구들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의 그릇이 좁은 사람이었고, 그저 나 또한 상처받고 불쌍한 인간이 된 것에 초점을 맞추고 또 다른 분노와 슬픔을 느꼈다. 


틀어진 관계를 해결할 수 없었다. 

내가 나 스스로 나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의도적으로 그 친구들의 모든 SNS를 끊었고, 저 깊은 산골짜기 동굴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모든 소통은 차단되었다. 아마 나 스스로가 잘 알았을 것이다. 모든 것은 나의 문제로 인해 시작되었고, 내 안의 브레이크 없이 작동하는 급발진 센서로 인해 이 오랜 관계를 망쳤다는 사실을. 그때도 잘 알고 있었지만, 혼자 남았다는 것에 수치스러웠고, 인정하면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달라졌을까?


그 이후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시작했다. 죽마고우 세 친구들은 떠났지만, 평생의 찐친 동반자를 만나게 되었다. 3년이 흘렀고, 아직도 그때 당시를 떠올리면, 내 병신 같은 과거의 모습이 상상도 하기 싫을 만큼, 별로였던 인간임을 기억한다. 왜 가까운 사람들을 더 조심히, 다정하게, 보살피지 못했을까. 왜 더 존중하지 못했을까. 왜 더 좋은 말들을 하지 못했을까. 그런 후회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이제서야 안정된 삶을 살게 되면서, 매일 매일 한다. (그 와중에 남편은 날 왜.... 좋아했을까? 감사합니다...)


그 사건 이후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가까이 있는 지인들이 혹여나 내 판단과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들 만의 세상임을 인정하고 멀리서 지켜보는 것. 예전에는 이런 나의 간섭으로 인해 갈등으로 번졌고, 그렇게 평생 함께 할 줄 알았던 인연들과 멀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또다시 소중한 사람들을 쉽게 떠나보내기 싫었다. 


나, 많이 달라졌을까?


지금의 남편과도 종종 투닥거리기도 하는데, 가끔씩 사소한 일에 급발진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최대한 대화를 멈추고, 생각을 오래 하고, 한 템포 쉬어간 다음에 다음 말을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하니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순식간에 으쌰 으쌰 손을 잡고 어느새 춤을 추고 있는(?) 신입 부부다. 


노력은 하고 있으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던데, 나는 아직도 병신 같다.

이 고충을 남편한테 이야기하니 카톡으로 이런 답변이 왔다. 


나 : "예전에 친구들이...(중략) 어쩌고 저쩌고 흑흑 나 때문에...(중략) 어쩌고 저쩌고 흑흑"

남편 : "당신은 급발진 전문가처럼 보일 때가 있긴 함"


이 카톡으로 다시 급발진 전문가가 되어 열받으려고 할 때..... 즈음에 남편의 마지막 한 마디. 


그래도 넌 내 짝꿍이야


우리는 혼인신고를 했지만,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않는 반 부부의 형태 동거인(?)이라, 아직까지는 남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긴 하지만.


남편을 만나서 행복한 것 하나 있다.


이제는 어떤 아픔이 생기기도 전에, 

그가 내민 손을 잡으면 이상하게 바로 치유가 된다. 

인간 마법약, 우리 펭귄.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


다시 보고 싶은 나의 소중한 친구들.

영원히 죄송합니다...언젠가 만나주세요.

나,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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