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이래 봬도

by 강석우

“내가 이렇게 보여도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 가르치는 윤리 선생이야!” 윤리 선생은 나 혼자이니 강조할 필요 없는 말이지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꼭 내 수업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내겐 “선생님께 배울 것이 없어요”로 들린다.


아들이 어렸을 때 한쪽에 숨어서 무엇을 먹고 있었다. 무엇을 저렇게 먹는가 하고 살금살금 다가갔더니 세상에, 화약을 먹는 것이었다. 얇은 종이 막이 있는 꼭 알약처럼 보이는 화약이었다. 기절초풍, 야단법석을 떤 후에 겨우 진정하고서 타일렀다. “화약을 먹으면 안 돼!”라고 했더니 아들이 하는 말, “약이니까 먹어도 괜찮아요.” 그래서 “이것은 약이 아니라 화약이야. 그러니까 먹으면 안 돼!”라고 했지만,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아이들이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것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 저절로 아는 사람 없고 모든 사람이 다 배워야 한다는 것을.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스포츠 선수들도 코치받고 감독에게서 배우는데, 자기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자기식대로만 세상을 살려고 하는지.


애들아, 이래 봬도 내가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 가르치는 윤리 선생이거든. 수업 좀 들어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교사-프로정신으로 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