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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녀ㅣ이혜진OT Jan 21. 2023

혼돈 속에 흥분

외상성 뇌손상 환자들의 인지회복 

외상성 뇌손상

두부 손상 head trauma, head injury 

TBI: Traumatic Brain Injury


교통사고, 추락, 총, 칼 등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뇌손상을 말한다. 


중추신경계 손상 뇌와 척수 중 뇌를 다치는 경우, 자발적 출혈과 허혈이 아닌 외상에 의해 뇌가 손상되는 것은 

외상성 뇌손상이라 한다. 


이 외상성 뇌손상은 경미한 증상부터, 의식이 없는 상태까지 손상 정도에 따라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회복과정에서 많은 인지적 많은 어려움을 동반하게 된다. 


외상성 뇌손상 후 환자들에 머릿속은 혼돈 속에 흥분된 상태로, 도통 머리를 이해할 수 없는 일 들이 많이 일어난다. 이런 뇌손상 후 생기는 인지적 이상 증상들을 흔히 쉽게 섬망이라고 하는 용어로 지칭한다. 



작사녀 이야기

작사녀는, 임상에서 외상성뇌손상 환자를 치료하면서 잊지 못할 해프닝이 여러 개 있다. 그중,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는데, 그 할아버지는 모든 치료사들과 치료를 거부하기만 했다. 하지만, 단 한 명에게만 치료할(치료를 제공할) 기회를 주었는데, 그 기회는 작사녀가 차지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뛰어난 외모? 친절한 말투와 태도? 작사녀와만 깊은 라포를 형성하고, 모든 치료과정에 순순히 따라주었다. 그렇게 혼돈 속에 흥분된 상태인 할아버지와 차근차근 재활을 하는 과정에 일이 생겼다. 


그날따라 날씨가 매우 어둡고, 하늘이 가라앉은 것 마냥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 가득한 날이었다. 이런 날은 보통 신경계 손상 환자들에 컨디션은 대부분 좋지 않다. 

 * 신경계 손상 환자(뇌졸중/치매/외상성뇌손상/척수손상/중추신경, 말초신경 다 포함)  


그날도, 역시 배우자인 할머니 손에 이끌려 치료실로 내려와 나에게 손을 흔들면 눈인사를 하면서 매트에 앉으셨다. 그 이후 매트에 반쯤 누운 상태로, 멍하니 천장만 보시던 할아버지에게 작사녀는 할아버지 오늘 기분이 어째 안 좋으실까요? 하고, 애교가 반쯤 섞인 말투로 대화를 시도하던 찰나, 할아버지에 손바닥이 작사녀에 오른쪽 뺨을 힘껏 날렸다. 날렸다는 표현이 맞겠다. 


별이 보인다. 귀하게 자란 외동딸이라 나는 이때까지 뺨을 맞아본 적이 없었다. 뺨 맞는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장면으로만 알고 있는 내게 날아온 손바닥은..... 


하... 그래... 할아버지 외상성뇌손상이셨지... 내가 잠깐 잊고 있었어...

 

할아버지는 입술이 삐죽거리다, 곧바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보호자인 할머니는 곤란한 표정과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할아버지에게만 재촉하는 상황이었다. 


작사녀는 프로페셔널한 전문가적인 기질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 당시 1년 차였으니, 사실 전문가적인 기질은 무슨 공부하기도 바쁠 시기지만 굉장히 아무렇지 않은 듯 환자와 보호자를 다독이며, 그날 치료를 종결한 이야기이다. 


아고, 우리 할아버지 오늘 왜 이리 기분이 안 좋으실까? 이렇게 뺨을 때리면, 어떡해요.. 너무 아프잖아요. 왜 갑자기 이렇게 심통이 나셨지? 흑흑흑, 이것 봐요. 빨갛죠?... 어떡해... 큰일 났어, 큰일 났어. 


그날이 명절 앞 주에 일어났던 일이다. 그 당시에는 김영란법 등 그런 법이 존재하지 않던 시기라 보호자들과 환자분들은 명절이나, 스승의 날 때 치료사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의미로 카네이션을 주기도 하고, 작은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보호자인 할머니께서는 어린 병아리 같은 치료사가 할아버지에게 뺨을 맞은 것이 너무 안타까웠는지, 정성스레 적어주신 편지와 명절 고향에 내려가서 쓰라며, 상품권 30만 원을 챙겨주셨다. 그 병원은 의정부에 있던 요양병원, 작사녀 고향은 부산! (명절 8시간 동안 고속버스를 타고 가야만 했던 현실)  


지금이라면, 절대 그 상품권을 받을 수 없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개인적인 상품권을 받기도 치료사 선생님이 오히려 환자에게 주기도 하는 그런 환경이었다. 사실 그 당시 월급 80만 원이라는 인턴제도가 있을 시기여서, 그 30만 원은 실로 명절에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큰 선물이었다. 


이 외에도, 외상성 뇌손상 환자를 치료하면서 일어났던 해프닝은, 작사녀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흔히 일진이라고 하는 여중학생이 트럭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외상성 뇌손상으로 오게 되어, 나를 아주 죽일 듯 힘들게 한 사례도 있었다. 무서웠다. 덩치도 나보다 훨씬 큰 여중학생이었는데, 지금도 그때 치료하다 긁힌 손등 상처가 있다. 나를 잊지 말라는 훈장이었을까? ^^ 

  



이 글에 제목은 혼돈 속에 흥분이다. 

외상성 뇌손상 환자들은 인지회복과정이 따로 있다. 이것은 뇌졸중과는 또 다르게 적용되는 것으로 그 특유에 외상성 뇌손상 환자들만이 가지는 그런 임상적 증상들이 있다. 

이 정보를 드리기 위해 많은 작사녀 이야기를 한 것이다. 


바로 외상성 뇌손상 환자들에 인지회복단계인 

인지력 기능과 의식의 관계를 총 8단계로 나눈 평가도구를 설명할 것이다. 

평가도구 이름은, Ranchos Los Amiogos Scale이다. 그대로 한글말로 소리 나는 데로 하면, 란쵸로스 아미고스 스케일이라 부른다. 


이 란초로스 아미고스 스케일은 총 8단계로, 외상성 뇌손상 환자들에 인지 회복 상태를 단계로 구분한 것이다. 

그러니깐, 시간이 지남에 재활과정을 거치면서 환자에 인지가 회복되는 과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단계를 내용 없이 나열하면, 

무반응
일반적 반응
부분적 반응/국소적 반응
혼동-흥분된 반응
혼동-부적절 반응
혼동-적절한 반응
자동적-적절한 반응(의도적이고 목적적인 조절)
의도적이고 목적적인 조절 
의도적, 적절한: 요구에 대한 지원태세
의도적, 적절함: 변형된 독립성
9,10단계는 외래에서 기능이 더 높은 환자에게 사용  


첫 번째 단계는, 

1. 무반응
어떠한 자극에 대해서도 반응이 없다. 
바로 의식단계로 보면, 코마(coma) 상태(혼수상태)로 생각하면 된다. 


 다음 단계는

2. 일반적 반응 
통증성 자극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단계다.
바로 의식단계로 보면, 세미코마(semicoma) 상태(반혼수상태)로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반사적이란 내용은, 통증 자극에 목적 있는 움직임이 아닌(통증을 피하는 행위가 아닌)
통증으로 인해, 어떠한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3. 부분적 반응/국소적 반응
강한 빛에 눈을 깜박거리고, 소리 나는 쪽을 피하거나 돌아보고, 신체적 불편함에 대한 반응을 하는 단계다. 명력에 대해서는 불규칙적으로 반응한다. 
눈을 떠보라고 했을 때, 뜨기도 하고/무시하기도 하고 확실하지 않은 상태
의식단계로 보면, 혼미(stoper) 상태로 생각하면 된다.
4. 혼동-흥분된 반응
의식이 명료하고 매우 활동적이며 흥분되어 있음. 그러나 집중시간이 매우 짧고 목적 없이 행동함. 
의식이 이때부터 바로 명료로 가게 된다. 이 상황에서는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다. 
명료하다는 것은 의식이 정상이란 말이다. 
그러나 활동적이며 흥분된단 표현이 가늠하기 어려울 것인데, 이 상태는 그야말로 쉽게 설명하면, 짐승 같은 행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병실바닥이나 치료실 바닥을 쓸고 기어 다닌다던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낸다던지, 신체마비가 없으면 이 상태에는 힘도 엄청 좋기 때문에, 만약 체격이 큰 남자들은 위험한 상황도 발생한다. 
5. 혼동-부적절 반응
흥분상태는 아니나 쉽게 산만해지고 지시에 대해 애매한 반응을 한다. 
사람, 장소, 시간에 대한 지남력이 없다. 
이것이 여기에 핵심이다 
지남력이 없다. - 위 사례에 할아버지가 딱 혼동 흥분된 반응에서 부적절 반응으로 넘어가는 시기 었다. 
6. 혼동-적절한 반응
시간과 장소에 대한 지남력이 혼동된다. - 맞추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간단한 지시는 수행하나, 도움 하에 목적 있는 활동을 수행한다. 
간단하게 손을 들라고 할 때, 든다던지, 가위바위보 하면 시늉을 한다던지 이런 간단한 지시를 말한다. 하지만 활동에 가까운 인지를 활용해야 하는 목적 있는 활동 수행 시는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 
7. 자동적-적절한 반응/의도적이고 목적적인 조절
일상생활에 최소한에 도움이 필요하다. 
익숙한 환경에서 장소나 사람에 대해서는 인지한다. 아직까지 지남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패턴화 된 일상적인 과제를 수행한다. 일어나서 양치, 세수, 밥 먹기 등 배변활동이 해당된다. 
그러나, 위 혼동 적절한 반응에 비해 굉장히 목적적이 행동을 나타낸다. 
보호자들도 이 시기에는 퇴원을 해볼까 하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8. 의도적이고 목적적인 조절
이때 비로소 지남력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일상생활활동을 준비해 주면 1시간 정도 익숙한 일을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이 시기부터, 직업복귀라던지, 본격적인 인지재활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사회인지재활/사회성 회복/대인관계회복 등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많은 인지활동을 해야 한다. 
9. 의도적, 적절한: 요구에 대한 지원 태세 
요구에 따라 도움을 제공해 주면 적어도 2시간은 연속적으로 정확하고 완전하게 수행한다. 
위 과정과 거의 비슷하나, 좀 더 집중해서 어떠한 활동과 업무를 잘 수행하게 된다.  
10. 의도적 절절함: 변형된 독립성
모든 환경에서 다양한 일을 조절하고 수행하지만, 규칙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언뜻 보았을 때 외상성뇌손상이 있었던 환자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활동을 잘 수행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규칙적인 휴식이 필요하고, 본인이 어려워하는 그런 일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때 인지재활을 함께하면서 완벽하게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게 목표가 된다. 


이렇게 풀어서, 설명해도 사실 이 란초로스아미고스 스케일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전공학생들도 이 부분을 국시공부할 때도, 항상 틀리고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끔, 보호자분들에 질문에서 외상성뇌손상 환자들에 인지회복과 관련해서 질문이 있는데, 그때 면담내용을 보면서, 이 단계에 어디에 지금 해당하는지를 파악하고, 그 과정에 맞는 중재방법과, 환자배경과 상황에 맞게 상담을 하게 된다. 


사실 상담은 실제로 만나서, 하는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제일이지만, 이렇게 글로써 사례를 듣고 알려주는 방법도 꽤나 효과가 있는 것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이렇게 간접 치료에 경험으로, 임상경험을 다시 쌓고 있는 느낌을 요즘 자주 받는다. 


외상성 뇌손상 환자들은 혼돈 속에 흥분되어 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보호자에 정성이 쌓이면 곧 혼돈 속에 정돈이 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돌보고 있는 빛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작사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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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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