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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녀ㅣ이혜진OT Oct 31. 2023

 신체 운동과 뇌 운동은 따로국밥

치매 예방에 좋은 운동




  칼럼에서 자주 소개되어 나왔던 단어이기도 하다. 경도인지장애는 초기치매 진단을 받기 전 대부분 거치는 단계이며, 이 전 칼럼에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고령 사회에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주요정보라 생각하여 한 번 더 언급하고자 한다.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란, 인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보존된 상태를 말한다. 동일 나이에 비해 인지기능이 떨어졌으나, 일상생활동작의 독립성은 보존되어 있는 상태로,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뚜렷하게 감퇴된 상태를 말한다.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되어 있어 아직은 치매가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일상생활동작의 독립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행동을 살피지 못하면 장애를 확인하기 어렵다.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K) 도구는 이러한 경도인지장애를 판별하는 평가도구이다. 인지재활을 시행하는 작업치료사라면 필수적으로 할 수 있는 평가도구로 평가지에 기입된 순서에 맞게 치료사의 물음에 답을 하는 형태로 평가가 진행된다. 

  

  몇 년 전 많은 지역사회 중장년층에게 경도인지장애를 판별하는 평가를 시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항노화 박람회 행사 내 소속되어 있는 학회에서 하나의 부스를 맡아 박람회에 참가한 대상자들에게 무료로 인지평가를 시행할 수 있는 기회였다.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으로 제한을 두며, 그렇게 박람회는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긴 줄을 서면서도 본인의 인지 점수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궁금해했다. 이틀 동안 진행된 박람회에서는 약 300명의 대상자들에게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K)를 시행했다. 그중, 인상 깊었던 3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번 칼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머리가 하얗게 센 백발의 할머니셨다. 겉모습만 보더라도 80세 중반 정도의 연세로 보이셨지만, 당당하게 부스 앞으로 걸어오신 할머니는 본인의 인지점수가 궁금하다고 하시면서 담담히 평가를 받았다. 할머니는 평가지에 쓰인 작은 글자를 보기 위해 돋보기를 끼면서까지 평가과정에 집중했으며, 그 평가 결과는 너무나 놀라웠다. 


  몬트리올 인지평가도구는 만점이 30점이다. 23점 이상이면 경도인지장애가 없는 것으로 정상 범주에 속한다. 보통 80세의 연세에는 23점 또는 점수가 잘 나온다고 해도 25점 정도이지만, 이 할머니의 점수는 30점 만점을 받았다. 50대라고 해도 30점 만점이 쉽게 나오기는 어렵다. 평가를 직접 시행한 나는 너무 놀라서, 토끼 같은 눈으로 할머니를 쳐다봤다. 할머니는 왜 그렇게 놀래냐고, 내 점수가 안 좋냐는 물음에, 나는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고, 평가 점수가 만점이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할머니께서는 수줍은 듯 웃으시면서 내가 요즘 언어 공부를 한다고 하시면서, 중국어 공부를 하는 중이라고 대답하셨다. 오늘 오전에도 단어장에 단어를 20개를 외우고 왔다고 하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나는 바로 할머니의 30점 만점이 어째서 나왔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중장년층이 만점을 받기 어려운 것은, 평가 내에 기억력 항목에서 많은 감점을 받기 때문이다. 5개의 단어를 듣고 즉각 회상을 한 이후 몇 분이 지나 그 단어를 다시 기억하여 말하는 항목인데, 이 지연회상에서 많은 시간이 걸리며, 감점을 받게 된다. 기억력으로 보면 단기기억에 해당하는 영역이며, 할머니의 단기기억력은 연세에 놀라울 정도이지만, 이 단기 기억력의 능력을 보존하고 있는 것은 매일 언어 공부를 하고 있기에 뇌운동을 열심히 수행한 결과인 것이다.   



  다음은, 자전거 동호회 모임에서 금방 오신 것 같은 복장을 한 날씬한 몸매에 50대 아주머니셨다. 함께 온  친구분들 역시 비슷한 외형으로 평소 신체 활동량이 딱 봐도 많은 듯 보였다. 인지 검사를 이어 나갔다. 실행력을 확인하는 평가 처음부터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운 듯 보이셨으나 이내 잘 수행하긴 하셨다. 평가 점수는 놀라웠다. 앞서 80대 할머니가 30점 만점이셨다면, 이번에는 50대 아주머니의 평가점수는 기준점수에 훨씬 못 미치는 21점의 점수가 나왔다. 기억력 항목에서는 1점을 받았으며, 언어기능과 단어 따라 말하기 등 주의력을 요구하는 항목에서 많은 감점을 받았다. 점수가 어떻냐는 물음에, 나는 정확하게 평가 결과를 알려드렸다. 현재 결과는 경도인지장애로 나오며, 현재 주변 상황이 시끄러운 소음 등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점수가 낮을 순 있지만 나이에 비해 낮은 점수라고 결과를 알려줬다. 자신은 평소 신체 활동은 활발히 하지만, 조금만이라도 생각하는 것 등 머리를 쓰는 활동은 복잡하여 싫다고 내게 말했다. 자전거 동호회 아주머니의 점수가 왜 이렇게 낮은지는 쉽게 이해가 갔다. 신체 운동은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는 있지만, 뇌를 사용하게 하는 직접적인 운동은 아니다. 운동에 종류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자전거를 타는 신체 운동은 뇌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 활동인 것이다. 



  다음은, 조금 지저분한 앞치마를 매고 오신 60대 중년 여성분이셨다. 인지 검사를 받고 싶다고 오셨으며, 이번 박람회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분으로 잠시 지인에게 부스를 맡겨 둔 후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그렇게 인지검사를 시행했다. 첫인상부터 초롱초롱한 눈빛에 점수가 좋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역시 30점 만점을 쉽게 받으셨다. 평가를 하는 내내 살펴본 결과 앞치마를 더럽힌 흔적은 글루건이나, 본드 같은 이물질이었다. 평가하는 동안 살펴본 손가락에도 많은 흔적이 보였으며, 손끝에 굳은살과 함께 손을 자주 사용하는 듯했다. 평가점수를 말해주며, 직업을 여쭤보니 30년을 넘게 비즈공예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만점이라는 점수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활동은 치매예방 좋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비즈공예를 한다면 그 작은 비즈를 손으로 직접 붙이며, 대부분에 활동을 수공예로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손은 자연스럽게 많이 사용될 것이며, 비즈 공예를 하기에 도안을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 창작활동으로 뇌의 여러 인지기능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 세 분의 사례를 정리하면 신체운동만 해서는 치매를 예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또한 뇌 운동만 하는 것도 역시 치매를 예방하기에는 부족하다. 신체운동과 뇌운동은 따로국밥이다. 신체운동을 국이라고 하면, 뇌운동은 밥이다. 국밥은 국과 밥이 같이 나오는 음식의 한 종류인데, 신체운동만 하게 되면 국만 먹게 되는 격이고, 뇌운동만 하게 돼도 밥만 먹게 되는 격이다.  


   중국 베이징 대한 신경학과 린 루(Lin Lu) 교수 연구팀은 2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전 세계 38개 연구 결과를 분석해, 실험 대상자를 최소 3년에서 최대 44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연구 기간 7만 4700명이 치매에 걸렸다. 연구팀은 여가 활동 종류를 인지 활동, 신체 활동 사회 활동으로 나눴다. 연구의 분석 결과, 인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23%, 신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17%,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7% 낮았다. 린 교수의 연구는 여가활동을 인지, 신체, 사회 활동으로 세분화하여 각 활동이 치매예방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연구로 특히 인지활동이 효과적인 것을 연구의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여기서 인지 활동과 신체활동을 함께 한다면, 위험률은 40% 더 낮아질 것이다. 여기에 사회활동까지 더한다면, 47% 더 낮아지게 될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 노인들을 보면 다양한 신체활동과 사회활동을 함께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뇌 운동은 인지활동을 함께 해야지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여러 운동을 다 함께 해야 효과가 있기에 운동도 편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운동과 인지 및 사회활동까지 골고루 경험할 수 있는 여가활동이 많이 생겨야 하며 우리 주변의 노인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많은 기회의 제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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