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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l Feb 13. 2021

2021 생존 기록

그래도, 삶은 계속돼야 하니까

나 대신에 울어주는 사람이 있어 견딘다. "견뎌냈다"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아직 견뎌냈다고 과거형으로 말하기엔 아직도 버티고 있다. 혼자서 버티는 건 힘든 일인데, 같이 버티는 게 더 어렵다. 나만 생각하면 사실 버틸 이유가 없다. 포기하면 되니까. 그런데 나의 힘듦을 함께 버티는 이들이 있다. 나의 아픔을 나보다 아파해주고, 울다 지친 나 대신 울어준다. 그런 이들 때문에 버틴다. 나는 포기해도 내 사람들을 포기하고 싶진 않기에.


오늘 하루도 그렇게 버텼다.


이제는 매일매일 글 쓰는 게 제법 습관이 됐다. 해가 뜨기 전에 눈을 뜨면, 연필을 든다. 전날 밤 내가 느낀 감정들을 빼곡하게 적다 보면 씻어야 한다. 출근 시간도 시간이지만, 지난밤의 감정들이 다시금 몰아친다. 아침에 글을 쓰는 이유가 최대한 감정과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인데, 자주 실패하고 만다. 이 지긋지긋한 밤들을 겪어내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글을 멀리해야 할 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을 읽지도, 쓰지도 않아야 한다.


수많은 감정에 휩싸이고 뇌리에 지난날에 대한 질문만 둥둥 떠다니는 밤이 그렇다. 오늘 같은 밤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가 아닌 활자에 나를 빠뜨리는 기분이 든다. 이야기를 읽고 주인공이나 작가에 이입하는 것이 아니라 팔만대장경 같은 활자들의 나열로 나를 누르는 것만 같다. 먹기 싫은데 끼니때 됐다고 꾸역꾸역 밥을 욱여넣을 때와 비슷하다. 이야기를 음미하고 이해할 준비가 하나도 안 된 채로.. 늘 자기 전엔 책을 읽으니까, 그 관성으로 내 위에 활자들을 놓는다.


연휴 동안 텍스트를 안 읽으려 노력했다. 감사하게도 클럽하우스라는 신문물 등장에 잠시 한 눈 팔 수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난 오디오 콘텐츠에 집중하지 못하는 터라 소리가 채워지면 시각도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 또 그러다 보면 시각에 밀려 오디오 콘텐츠는 소 귀에 경 읽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글을 쓰지 않아야 할 때도 있다. 이토록 우울의 골이 깊을 땐, 글 앞에서 하염없이 솔직해진다. 스스로 마음을 돌아보며 달래기보단 내 마음이 얼마나 짓물렀는지를 확인하며 다시 또 무너진다. 강박의 몹쓸 메커니즘이다. 내가 약한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마음 근육을 키우는 것이 참 힘들다. 스스로를 옥죄는 강박을 풀어내는 우선 단계가 인정이랬건만- 밤에 글을 쓰다 보면 자기 객관화, (아니 절대 객관적일 순 없는 이성이다) 아주 작고 여린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몇 날 며칠 낯선 자신과 마주하고도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 모습의 나를 사랑하기가 너무 힘들다. 특히 지금은 더더욱.


해체된 채로 적은 글들엔 조각난 내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 속에서 발견하는 나의 여러 모습들 전부 나다. 단 하나의 조각도 내가 아닌 것은 없다. 전부 감싸 안고,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맞춰 가며 다시 나를 찾아가야 한다. 그렇게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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