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1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l Aug 06. 2018

전지적 시청자 시점: MBC예능

내가 뽑은 MBC 예능 인기 비결 3

145일. 1년 동안 MBC가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한 시간을 전부 합치면 209,110분이다.(<지상파방송사업자 편성현황>. 방송통계포털. 2016년 기준) 60분이 1시간이니 총 3,485시간! 24시간이 하루니 총 145.2일 정도다. 전체 방송 시간 중 44%가 오락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데 쓰인다. MBC는 꽤 오랜 시간 시청자를 웃기기 위해 노력한다. 순수 방송 시간만 저 정도니, 제작진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촬영하고 편집할까.


이 힘든 노동의 현장에 다녀왔다. 7월 27일 <전지적 참견 시점>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스튜디오 촬영을 1시간 앞둔 스튜디오 현장은 생기가 넘치고 열기가 후끈후끈....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전혀 달랐다. 장비들을 식히기 위한 에어컨 풀가동에 이가 딱딱 부딪혔고 촬영을 준비하는 제작진들의 진지한 모습에 왠지 웃음을 만드는 곳이지만 웃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출처 - 직접 촬영


웃음은 세트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듯했다. <전참시>를 보면 출연자들은 항상 민트색 방의 빨간 의자에 앉아 있다. 실제로도 "방"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작가들이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써 출연자들과 소통하는 것을 종종 본 적 있다. <전참시>의 세트장은 출연진들의 토크로만 채워지는 방이었다. 안수영 PD는 "출연자들이 <전참시>만의 세트장에서 마음 놓고 토크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제작진의 참견이 없는 공간에서 출연자들이 적극적으로 '참견'하는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촬영 현장에 다녀온 후 내가 뽑은 <전참시>의 인기 비결은 세트장!


출처 - MBC

세트장 이야기에 <나 혼자 산다>가 빠지면 섭섭하다. 이제는 MBC 대표 예능인 <나 혼자 산다>지만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됐을 때, 무지개 회원들이 "부조정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다. 사실 <전참시>와 관찰 예능이라는 점, 스튜디오가 특이하다는 점, 전현무 님이 나온다는 점이 같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와 <전참시>가 전혀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은 <나 혼자 산다>의 자막이 아닐까? 그냥 놓치고 지나갈 법한 웃음 포인트들을 친절하게 자막으로 알려준다. 위의 사진만 봐도 그렇다. 만약 자막이 없었으면 부조정실에서 한약을 다리는 상황을 보고 실소가 터졌을 텐데, 모순적인 옷과 머리, 상황을 완벽하게 설명해주는 자막 덕에 빅웃음이 터졌다. 자막의 구성도 좋지만 자막 디자인도 굉장히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폰트도 색감도 무지개 회원들처럼 다채롭다. 관찰 예능이 쏟아지고 있지만 꿋꿋이 1위를 지키는 <나 혼자 산다>! 이번 주에는 자막에 집중해서 시청해보시길!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의 자막으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했다. (과장 조금 보태) MBC 예능 중 디자인을 빼면 볼 게 없다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라디오 스타>! 웃을 때에도 그냥 웃는 것이 아니라 꽃들이 빵빵 터지고 화를 내면 불꽃 CG를 빠뜨리지 않는 <라디오 스타>. 매번 볼 때마다 어떤 CG가 나올지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게스트들의 그저 그런 토크에도 그에 맞는 CG로 이야기를 살려 내는 <라디오 스타>다. 사실 게스트가 여러 명 나오는 토크 프로그램에서 CG를 조금만 과하게 써도 산만하고 난잡하다는 느낌을 확 받는다. 하지만 시청자와 그 밀당을 잘하는 라스의 CG다. '뭐야? 유치해!'란 생각이 들기 전, 이미 CG는 없어졌고 게스트의 토크에 집중한다. PPT 한 페이지라도 공들여 만든 사람이라면 공감할 텐데, 저렇게 공들여 만든 디자인을 단 몇 초만 보여주긴 정말 정말 너무 너무 아쉬울 것이다. 이번 주에는 또 어떤 CG가 등장할지 기대된다!


<전참시> 스튜디오를 찾은 그 날, MBC 디자인 센터도 견학했다. 처음 일정을 받아 보곤, '예능 제작진을 만나는 날인데 웬 디자인 센터?'란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디자인 센터에 가보니 그렇게 생각한 스스로가 정말 부끄러웠다. 자막과 CG 등으로 예능에 옷을 입혀주는 건 다름 아닌 디자인팀이었다. 타이포 그래피, 로고 디자인, 모션 그래픽 등 디자인이 프로그램에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 책임만큼 디자이너들의 고민도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프로그램 로고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시안이 족히 100개는 되는 듯했다. 

이 날 이후, 예능 프로그램이 달리 보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는 건 출연진인 연예인만이 아니었다. 웃음을 주기 위해 수많은 제작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웃기죠? 이거 완전 재밌죠?'라고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내가 찾은 MBC 예능 인기 비결 3(세트장, 자막, CG)은 전부 이들이 건넨 말이다. 필자가 아직 듣지 못한 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떤 제작진이 어떻게 말을 건네고 있는지 살펴보고 알게 된다면 나에게도 알려주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