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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라a Jun 02. 2022

[너를 사랑하는 나] 강철심장

도로시의 친구 강철 심장은 왜 심장을 달라고 했을까?

Part 1. 강철심장 vs 유리심장

 가만히 가만히 숨죽여 귀 기울여보면, 콩닥콩닥 심장이 빨리도 뛴다. 가만히 가만히 귀를 대보면 콩닥이는 심장이 세상을 향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숨 넘어갈 듯 가쁘다.  

 우리들의 강철 심장은 별아이의 여섯 살 심장에서 시작되었다. 엄마가 처음이었던 엄마는 아이의 심장이 세상을 향해 다가갈 때 행여 다치지 않을까, 조심하기 바빴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을 향한 방향이 아니라 나를 향한 방향일 때, 그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였다.


 언제 처음 별아이에게 화를 냈었을까? 아마도 둘째가 태어난 다음이었을 것이다.

달님,

엄마가 예전처럼 화를 내지 않게 해 주세요. 그게 저의 소원이에요.

눈물이 핑 돈다. 둘째가 잠에서 좀 깨면 어때, 좀 더 놀게 기다려주면 어때. 별아이는 동생이 태어나면서 심부름을 해야 했고, 동생이 잘 때는 목소리를 낮춰야 했고, 즐거운 웃음소리마저 예민했던 엄빠(엄마아빠)의 진한 눈빛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별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었고, 강철심장은 상황이 어쨌든, 여섯 살 별아이에게 꼭 알려줘야 했던 중요한 진실이었다.

공주야,

 엄마가 가끔 우리 공주한테 화낼 때가 있잖아. 그건 엄마의 유리 마음이야. 툭 치면 깨지는 그런 마음이지. 하지만 우리 공주를 사랑하는 그 마음은 돌로 내리쳐도 깨지지 않는 튼튼한 강철 마음이야. 유리 마음으로 마음이 속상할 때가 있겠지만 엄마의 강철마음을 떠올려줬으면 좋겠어. 유리 마음은 엄마의 진짜 마음이 아니란다.

 우리들의 강철심장은 그때부터 뛰기 시작했다. 사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그 사실이, 주문처럼 우리들의 심장에 그리고 마음에 스며들었다.

 잘 모를 것 같기만 했던 여섯 살 별아이와의 대화에 강철심장이 등장한 뒤로 사실 나는 한 번씩 꼭 강철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훈육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둘째가 태어나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려주고 균형을 맞추는데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쓴소리를 하는 엄마의 마음은 더 깊어졌고, 그러다 가끔은 깊어진 그 마음은 골이 되어 눈물이 흘렀다. 가끔은 그렇게 마음이 상한 엄마는 별아이를 꼭 안고, 너를 사랑하는 그 강철심장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별아이는 그 강철마음의 뜀소리를 듣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Part2. 강철심장의 뜀소리

 여덟 살이 되어 입학을 한 별아이는 스스로 자상한 언니가 되었고 가끔은 무서운 언니가 되었다. 그래도 널 사랑하는 언니임을, 가족을 사랑하는 언니임을 표현하고 있었고 그런 별아이를 보며 나의 마음도 깊고 넓어졌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동생을 향해 엄하기만 했던 언니의 말소리에 엄마는 이유를 물었고, 단순하게는 1학년 언니가 할 수 있는 말이고, 더 단순하게는 지나칠 수 있는 말에 엄마의 맘 속에서 폭탄이 터졌고 화가 아니라 슬픔의 장막이 쳐졌다. 아이들 앞에서 웬만해서 울지 않았던 엄마는 일요일 예배를 드리면서 울고, 여느 때처럼 함께 가던 카페에서 울었다.

 엄마는 너희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좋은 모습보다 화를 냈던 모습만 기억한다는 사실에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고민이 돼.

 이런 바보 같을 수가. 하지만 아이들은 이유를 알아야 했다. 달라진 엄마의 분위기를 엄마가 화가 난 건지, 몸이 힘든지 묻는 걸 보면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일까. 무슨 반응을 보고 싶은 것일까. 바라는 것은 없었지만, 이유를 알려주고 엄마 스스로가 풀리길 바랐다.

 엄마, 내가 그렇게 얘기한건 정말 미안해. 하지만 그런 뜻이 정말 아니었어. 그리고 2학년이 되면 그렇게 표현했다는 걸 다 잊을 거야. 엄마 잘하고 있어. 그러니까 울지 마. 우린 괜찮아.

 이게 무슨 일인가. 그리고 안아준다. 엄마를 토닥토닥 안아주고 기다려준다. 진정이 될 때까지. 그렇게 마음속에서 슬픔의 장막을 걷어 준 별아이는 엄마를 일으켜 세워준다. 우리들의 오후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뛰며 웃으며 즐겁게 지나갔다.

딸, 오늘 엄마가 힘들었고, 그런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보인게 너한테도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엄마를 안아주고 위로해 줄 수 있었어?

엄마, 우리한테는 강철심장이 있잖아. 나는 괜찮았어. 그리고 엄마가 힘들 수 있는걸 나도 알아.

두근대는 강철심장의 뜀소리는 아이한테만 주문이 걸린 것이 아니었다. 엄마도 아이도, 강철심장의 뜀소리로 서로 성장하고 있었다. 잠든 아이의 귓가에 가만히 가만히 속삭였던 짧은 그 주문은 매일 같이 강철심장을 움직이는 윤활유였다.

-사랑해, 하늘만큼 땅만큼

오늘도 우리들의 사랑은 계속해서 뛰는데, 가끔의 훈육이나 쓴소리로 뜀소리가 전해지지 않을까 두려울 때, 강철심장의 주문을 걸길 바란다. 계속해서 뛰는 그 뜀소리는, 강철심장의 주문을 걸지 않는 이상 뛰기만 할 뿐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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