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희열(아이유 편)을 보고 드는 생각

by minJ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아이유가 나온 회차를 보게 됐다.


프로듀싱을 하게 된 이유와 작사/작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써오고 있는 일기에서 작사할 때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하더라.


이에 대해 김중혁 작가가 말하길, 본인은 글을 쓸 때 옛날에 메모했던 것을 들춰보면서 옛날의 나를 착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는데, 격공하는 아이유가 귀여웠다.(과거의 나야 너무 고마워라고 ㅎㅎ)

​김중혁 작가는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한 인간이) 열일곱 살의 내가 있고 스물여섯 살의 내가 있다면 그건 과연 같은 인간일까? 다른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유도 그 생각을 진짜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연속적인 자아가 아니라, 단속적인 자아인 것 같다며, 끊어져 있기 때문에(타인의 글 같아보여서) 건질 것이 많은 게 아닌가 싶다"
라고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었다.

​김중혁 작가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던 아이유처럼 나 또한 물개박수를 치며 공감했다.

나부터도 일할 때 내가 발상했던 발상노트를 펼쳐보거나, 외장하드에 고이 담아 온 예전 회사 보고서를 들척거리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건, 물론 정제된 보고서 혹은 발상노트의 기록도 좋은 재료가 되지만


주옥같은 글귀가 많았던 예능 작가의 에세이를 보며
회사에서 일하다 찾게 된,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완 상관 없는 낯선 영어단어를 발견하며
약국에 들렀을 때 참 잘 지었다, 신박하다 느꼈던 약 이름을 보며
오늘처럼 우연히 보게 된 프로그램에서 아이유와 김중혁 작가, 유희열의 격공 이야기를 보며

일상에서 내게 영감을 주는, 혹은 앞으로 줄 단어, 문장, 이미지들을 보게 됐을 때 차곡차곡 저장해두지 않은 것이다.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이 일'을 하는 내게 찾아온 그 날의 행운이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전 29cm 카피라이터였던 이유미 작가의 강연을 들었을 때, 그녀의 어마어마한 기록'력'에 감탄하며 나 또한 그러리라 다짐했던 게 벌써 일년 전.

꼭 일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때 필요한 통찰력 혹은 지혜를 위해 3209480293번 다짐했던 걸 정말로(!) 실행에 옮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