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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tripper Jun 23. 2021

산티아고 순례길 - 북쪽길 전설의 알베르게

북쪽길 Day 13. #라레도 Laredo ~ #구에메스  Güemes

#북쪽길 Day13.  #라레도 Laredo ~ #구에메스  Güemes : 28.7km




1. 구에메스 가는 길


라레도에서부터 구에메스까지 갔던 날.
이날은 구간이 좀 길다.


라레도에서 구에메스까지 이어지는 전체 맵.

https://www.gronze.com/etapa/laredo/guemes


해안선을 따라 가는 굵은 실선은 북쪽길 공식 루트,

점선 표기된 내륙 길은 얼터너티브 루트다.


요샌 북쪽길 뿐 아니라 #프랑스길 , #포르투갈길  등
산티아고로 연결되는 까미노 루트 자체가 다양해졌을 뿐더러
한 구간 내에서도
공식/얼터너티브로 나뉘는 구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진 오른쪽 귀퉁이, 라레도 수도원에서 자고 일찍 출발했는데

라레도 지역 해안선을 따라 벗어나는 구간만 무려 4km가 넘는다.



내륙 쪽으로는 이런 풍경.


라레도에서부터 얼터너티브 루트로 걸으면 저기 보이는 자락을 통과한다.

이른 아침.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해변 마을은 고요-


강한 바람에 날려온 모래가 해변에 해안사구를 형성했다.

여전히 이어지는 길.

아직도 이어지는 길.


끝나지 않았음.

1시간 반 가량이 훌쩍 지나서야 드디어 산토냐행 선착장을 알리는 푯말이 등장하고,


선착장 푯말을 지나고도 모래사장을 한참 걸으면

#산토냐 Santoña 로 건너가려는 순례자들의 긴 행렬이 보인다. 

산토냐로 건너와선 곧장 도심을 빠져나가 국도를 따라 걷다가

베리아 해변Playa de Berria 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언덕? 낮은 산등성이를 오른다.



길이 좁고 거칠다.

바람도 무지 세고, 안전바가 없어서 좀 무서워하며 걸었던 기억.


호주 출장 중 구입해서 출장마다 쓰고 다녔던 정글모자를 이곳에서 잃어버렸다.

바람에 날아갔는지... 정신없이 이 언덕을 내려와서 보니 행방이 묘연 ;


길 바로 옆으로 베리아 해변이 한눈에 펼쳐지고,

뒤돌면 내륙지역까지도 훤히 보이는데...

오전 내내 혼자 걷다가 이때 처음 누군가 나타났다.

아빠한테서 받았다는 태양광충전지를 배낭에 걸고 다니던,

스무살 이사벨라.


그 앞엔 바르셀로나에 산다는, 

훤칠한 키의 가수지망생 마르코가 있었는데 사진에선 실종 상태.


이들 덕에 좀 덜 헤매고 무사히 언덕을 내려갔다.

이후는 해안을 벗어나 내륙을 걸어 구에메스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이 구에메스Güemes 가 또 유명한 곳이다.

아무 정보없이 지도만 보며 걸었지만,

며칠 전부터 비슷한 속도로 걷던 사람들이 구에메스에 대한 얘길 많이 하던 차,


구에메스는 깐따브리아 내륙의 작은 마을이지만 (집도 몇 채 없다.)

이곳, 알베르게가 일부러 찾아서도 올만큼 유명한 곳이었던 것이다.





2. #북쪽길 #전설의알베르게 


#구에메스알베르게 

Albergue de Peregrinos de Guemes .


부제가 있다.

Albergue La Cabaña del Abuelo Peuto.

뻬우또 할아버지의 오두막 알베르게.


이름부터 정겨운 곳.

1층 홀?로 가장 먼저 안내받고, 알베르게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공동 디너를 제공할 거고,

그 전에 홀에서 잠시 모일 거라고 설명들은 다음,

곧바로 방 배정.


요금은 정해지지 않았다.

기부제로 운영되는 곳이니 내일 아침식사까지 제공받은 후,

성의껏 내면 된다고.


마치 우리 서비스를 한번 지켜봐라-는 듯한 분위기랄까. ㅋ

괜찮다고 했는데도.. 무거운 배낭 픽업 서비스.


짐 풀고,

씻고,

잠시 누워 있으려니 어느덧 모임 시간.

넓은 홀에 모든 순례자가 모였다.

중간에 서 계시는, 흰머리 할아버지가 이 알베르게를 일구고 다듬어온 부스띠오  Ernesto Bustio 신부님.


순례자 중 스페인어 가능한 사람이 즉석 통역을 맡고,

알베르게 연 계기와 그간의 히스토리, 활동 등을 들려준다.


얘기가 너무 긴지, 

아이폰 들이밀었더니 바로 반응하는 수잔과 시몬느 언니.


이후로도 30분은 더 스피치가 이어졌다.

신부님은 10분 안팎으로 그쳤으나

알베르게 실무를 담당하시는 듯한 분이 아주 길~게

스페니시 특유의 바디랭귀지를 섞어, 다소 과장되게 얘기를 이어갔고

정부나 지방의 어떤 지원 없이,

순례자들의 기부금으로만 운영되는 곳이다, 를 다소 강조하는 걸로 맺음했다.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저녁 식사.


낯선 아주머니들 틈에 끼어 다소 어색한 그레이스 ㅋ

저녁 먹고선 삼삼오오 모여 담소하고,

누군가는 담배도 피고,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즐긴다.

워낙 큰 곳이어서... 다른 숙소 동도 둘러보고

여긴 저녁마다 신부님이 몇 순례자들 모아 얘기한다는데....

주제는 매번 달라진다고.


이땐 남자 순례자만, 

젊은(20대 안팎의) 유럽 사람들을 소집한 상태.

건물 뒷편으로 입구가 있는 다른 숙소동을 기웃기웃.

수잔과 어머니 등 얼굴 익은 독일 순례자들이 머물던 곳.


알베르게를 다 돌아보곤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산 중턱에 있는 작은 마을이고,

주변에 염소와 양, 소 키우는 농장들 밖에 없어 조용하다 못해 한적하고,

한적하다못해 외롭다 싶었는데...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그 낯선 곳에서도 아는 얼굴이 있다는 데서 묘한 위로도 받는...

그런 저녁이었다.




코로나로 자의반타의반 여행과 멀어져 사는 동안 잊고 지내다가
여행이 마냥 즐겁고 신나기만 한 건 아니었다는 게 다시 기억났다. 


출장엔 사진기자랑 둘이서,

개인여행엔 거의 혼자 다니는 편이라 더 그런 것 같지만

그렇게 혼자 떠난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쌓고...

그렇게 낯선 곳에서 일어나는 어색한 순간들이

그토록 사랑해 마지 않는 여행의 단면들이었다는 것 역시 오랜만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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