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마감하는 뉴스와 2022년을 여는 까미노 특집 기사를 동시에 소개합니다.
스페인 미디어그룹 Mediaset España 에서 2021년 한해 까미노를 결산했습니다.
스페인 독감으로 세계가 혼란했던 이후, 80년 만에 처음으로 희년이 연장되었습니다. 2022년까지 희년으로 선포되긴 했지만, 코로나는 여전히 기세를 멈추지 않고 있고, 아니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며 지금까지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죠. 그래서 현지에서 예상했던 2021년 순례자 수는 대략 14만 명. 하지만 그 수치를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12월25일 집계 기준, 182,874명이 최소 100km를 걸어 산티아고에 도착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까미노협회와 #산티아고대성당 에서 자료가 발표되면 그때 한번에 소개하겠습니다. :)
스페인 국영신문 #엘빠이스 에서 모처럼 까미노를 소개하면서 특별 기사를 실었습니다. 작년부터 이어지는 코로나, 남유럽을 뒤덮은 산불, 오래 이어지고 있는 #라팔마 지역 화산 이슈, 최근엔 때아닌 겨울 태풍까지 스페인에도 이슈들이 많았어서 관련 뉴스를 찾아보기 힘들었었거든요. 그리고 놀랍게도 기사 헤드라인에 한국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서 방송한 걸 소개합니다.
까미노에 한국인 순례자가 많은 건 우리도 알고, 스페인 사람들도 알고, 그외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라면 공공연히 알던 사실이죠. 하지만 새해 특집 기사 헤드라인에 굳이 소개한 건... 코로나로 닫힌 새, 우리도 모르게 부쩍 올라간 국가적 인지도가 한몫 한걸까, 혼자 국뽕에 취해 아침부터 피식 웃었습니다. ㅋ
각설하고, 기사 소개할게요.
엘빠이스에서도 서두에 2년 연속 희년이 이어지는 특별한 경우를 거론했습니다. 2년이나 희년이 이어지는 건 매우 특별한 경우여서, 한 세기 반이 흐르는 동안 단 두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은 1885년, 당시 교황 레오 13세가 산티아고 대성당 내부에서 발견된 유적이 실제로 #산티아고사제 의 것이라고 공언했을 때. 그리고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었던 1937년-38년.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가 패닉한 지금, 세번째 희년 연장이 선포되었으니... 지금을 사는 우리는, 세계사 이슈에서도 가톨릭 이슈에서도 특별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듯합니다.
*기사는 세 카테고리로 구분됩니다.
1) 순례 의미와 안전 순례 지침
2) 한국의 순례 열정
3) 남극 대륙에서 출발해 산티아고에 도착한 자전거 순례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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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갈리시아에 살던 77세 남성, 곤살레스 씨는 7살 손주와 함께 까미노를 싲가합니다. 시작 지점은 사리아. 산티아고에서부터 100km 지점이라고들 하지만, 정확하게는 111km. 처음 까미노를 걷거나, 시간이 넉넉치 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걷는 구간이기도 하죠. 그리고 곤살레스 씨는 손주와 까미노 기록을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합니다.
인스타 계정 이름도 산티와 할아버지.
'까미노, 한 번도 걷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걸은 사람은 없다.'고들 하죠. 이 111km 순례 이후, 여느 순례자들처럼 그들의 여정도 바뀌었습니다. 이후 1,800km에 이어지는 4개 이상의 루트를 더 걷습니다.
2019년 6월~7월까지 북쪽길을 걷던 첫날, 미국에서 온 순례팀을 만났어요.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이라고 하는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큰딸이 낳은 아이들 셋까지. 5명이 함께 걷더라구요. 이미 3년 전에 프랑스길을 함께 걸었고, 두 번째로 걷는 거라고 하던데 얼마나 부럽던지. 사실 까미노는 한번만 걸어도 기억이 강렬한데, 저 아이들은 그 강렬한 까미노의 기억에 항상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떠오르겠구나, 싶으니 제가 되레 울컥하더라구요.
신문에는 아이들과 함께 걷는 또다른 케이스를 소개합니다. 각각 7살, 8살 아이와 함께 오비에도에서부터 시작되는 프리미티보 길을 걸은 마드리드 부부. 사실 프리미티보 길은 성인에게도 쉽지 않아요. 가끔 북쪽길을 소개할 때마다 '1일 1등산'이라고 표현했는데, 프리미티보는 북쪽길의 압축판일 듯 합니다. 산이 더 깊고, 산이 깊으니 경사는 더 심해요. 산중을 지나는 터라 마을과 마을 간 거리도 제법 멀고, 당연히 바나 휴게 장소도 드물어서 체력적, 심리적 부담이 컸을 텐데 아이들과 함께 걷다니. 결정한 부모도, 잘 걸어낸 아이들도 대단합니다.
이들은 프리미티보 이후 프랑스길을 걸었고, 아이와 함께 순례하는 여성들을 위한 여행사를 열었다구요. 아이와 함께 걷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하루에 15km 이상 걷지 말라는 등 조언을 붙였고, 신문에서도 아이와 함께 걷는 순례자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붙였습니다.
#아이와함께하는순례팁
1. 숙박시설과 레스토랑, 상점 등이 많은 편안한 경로를 선택할 것.
2. 공공 알베르게보다는 사설 오스딸 등을 미리 예약할 것.
3. 칫솔, 치약, 비누, 샌들, 여벌 옷, 우비 등 필수품 챙기기
4. 아이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관리하는 책임감을 배울 수 있도록 적정 무게와 크기의 배낭을 메게 할 것.
5. 만약을 대비해 너무 무겁지 않은 아이 장난감이나 게임을 챙길 것.
그외 갈리시아 지역 순례 인프라와 더불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순례를 돕는 TUR4all 앱을 소개했으니, 찾아 보셔도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많은 국가 중 한국을 소개하며 지난 15년 간 가장 많은 아시아 순례자가 한국인이었음을 소개하며 10,000km나 떨어진 먼 곳에서 까미노의 친구 협회를 결성한 이야기, 까미노에서 영감받아 제주에 올레길을 조성한 이야기 등을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순례 후 갈리시아(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정착해 고향 음식을 선보이는 한국인 윤희상 씨를 소개하는데... 몇년 전에 오픈한 누마루 라는 한식당 사장님 얘긴가 싶네요. 그리고 한국에 순례길을 알린 김남희 작가, 까미노 3부작을 출시했던 김효순 작가 이야기도 거론합니다. 개인적으론 쉽게 술술 읽히던 김효순 작가 책을 좋아해서 프랑스길 걸은 직후, 그 뒤로도 몇 번, 포르투갈 떠나기 직전에 또 한 번. 그녀의 포르투갈 순례기를 너댓번은 읽은 것 같아요. ㅋ
김남희 씨는 작년인가, 몇 년 전이던가 스페인 까미노 친구들 협회 측으로부터 수상한 걸로 압니다. 팬데믹이 잠잠해지면 세비야에서부터 시작하는 은의 길을 걷고 싶다는 서면 인터뷰를 소개했네요.
2019년 jTBC에서 방송한 '같이 걸을까'. G.O.D가 레온에서부터 산티아고까지 걸었던 열흘 간 이야기를 담았었죠. 보신 분 많을 것 같아요. 이 방송을 거론하며 이후 한국인 순례자 기록을 갱신했고, 대한항공에서는 서울-갈리시아 직항 노선을 발표했다고 소개합니다. 검색하니 아직 직항편이 열리진 않은 것 같고... 하긴, 코로나 시국이니 있던 노선도 없어졌겠네요. ;
*아울러 스페인어 다음으로 많이 들리는 언어가 '영어'라는 소개에 덧붙여 순례자 국적 순위를 공개했습니다.
2019년 통계네요. 코로나 직전 해여서 그렇겠죠?
팬데믹으로 수가 줄었지만, 2020년 통계를 정리한 포스팅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
타이틀 주인공, 알베르또 카차론 씹니다.
남극에서 까미노를 시작하는 루트를 2015년에 고안하고, '화이트 로드'라 이름 붙였다구요. 하지만 교통상 이유로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인 남아메리카 남단, '세계의 끝'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출발할 예정입니다.
출발 예정일은 1월 12일. 3월 말에 산티아고에 도착할 계획이라는 군요.
지금껏 까미노를 9번 걸었고, 까미노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셨다는데... 역시..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까미노의 마력. ㅋ
그외 까미노 루트를 소개했습니다.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까미노 루트는 총 281개. 29개국을 통과하며 거리를 이으면 총 83,000km에 달한다네요. 이중 스페인에만 49개, 포르투갈에 6개가 있다하니... 작심하고 시작하면 끝도 없겠어요.
현재 한국관광청과 갈리시아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고, 올레길에 까미노 표석이 설 계획이라고 하니... 이러다 올레길이 까미노의 또다른 출발점이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네요. ㅋ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소식.
2021년 마지막 날, 산티아고에 도착한 순례자는 188명.
의미 있는 날을 보냈을 것 같네요.
새 해를 여는 날, 새 여행을 꿈꿔볼 수 있는 기사여서 마침 소개하기에도 딱 좋았습니다. 여전히 안팎으로 시끄럽지만, 2022년엔 호랑이 기운으로 건강한 한 해 보내시길, 그래서 머지 않은 어느 날엔 저 길 위를 걷고 있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모두들 #일상에서부엔까미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