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를 7번 순례한 갈리시아 까미노 친구 협회 회장, 마누엘 로페스가 안전한 까미노를 위해 조언하는 내용을 전합니다.
1. 미리 걸어보기는 필수
까미노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실제에 상응하는 연습을 해보고 몸이 적응되었을 때 순례를 떠날 것. 많은 순례자들이 첫날 생장에서 출발해 피레네를 넘어 스페인에 도착하면 피로를 호소한다. 장거리를, 그것도 높은 산을 넘어오며 쌓인 초기 신체 피로는 잘 회복되지 않을 뿐더러 강행군을 이어가다가 자칫 다칠 수 있기 때문.
충분히 연습하면 좋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최소 까미노를 떠나기 전 1주일 간 실제에 상응하는 연습을 해볼 것. 일주일 간 배낭을 메고, 하루 15~20km를 걸어볼 것. 단, 도시에서 걷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도 유념할 것.
2. 자신의 컨디션에 맞는 순례 계획을 짤 것
순례자들은 대개 공영 알베르게에 머문다. 까미노는 단기간에 미션을 달성해야 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걸은 뒤 충분한 휴식을 취하려면 숙소에 일찍 도착해야 하고, 그러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공공 알베르게는 예약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겨울에는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다. 계획한 곳에 도착했는데 알베르게가 닫혔거나, 이미 순례자로 만원이라면 무리해서 더 걷기보다 사설 숙소에 머무르기를 권한다.
적당히 걷고, 충분히 쉬어야 일정 내내 쾌적한 컨디션으로 건강한 순례를 이어나갈 수 있다.
3. 까미노 문화를 충분히 즐기자
그저 걸으러 온 사람들처럼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걷기만 하지 말자. 같은 곳을 향해 걷는 다른 순례자들과 얘기 나누고, 걸으면서 지나치는 성당과 수도원, 유적들을 방문하는 등 주위 환경을 충분히 즐기며 걷는 게 어떨까. 계획한 곳에 닿지 않았더라도 처음 방문하는 도시, 작지만 맘이 끌리는 마을이 있다면 묵어가며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4. 계절별 권하는 루트가 다르다?
자신의 일정과 취향에 따라 원하는 루트를 걸으면 되지만, 첫 까미노를 앞둔 순례자들에게 라 코루냐La Coruña 나 페롤Ferrol에서 시작하는 잉글리시 길, 발렌사Valença에서 시작하는 포르투갈 길이나 프랑스 길을 권한다.
그리고 가급적 봄이나 가을에 걷는 편이 낫다. 여름엔 순례자가 많아 거의 모든 곳이 너무 번잡하고, 숙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
이미 여러 번 순례 경험이 있는 순례자라면 비교적 덜 알려졌고, 난이도가 높은 겨울길(프랑스길이 지나치는 도시 '폰페라다'에서부터 시작하는 얼터너티브 루트인데, 예전에 오세브레이로에 눈이 많이 쌓이면 대체 코스로 이용하던 곳)이나 프리미티보 길을 권한다.
*마지막 챕터에 사족을 보탭니다.
1. 갈리시아 까친련 회장은 발렌사에서 시작하는 포르투갈 길을 권한다고 하는데, 발렌사는 리스본과 스페인 간 국경마을이예요. 스페인 사람이다보니 포르투갈 지역은 완전히 배제하고, 국경을 넘어 스페인에서 시작하라고 하네요. 리스본에서부터 시작하는 포르투갈길은 스페인과 비슷한 듯 다르고, 충분히 매력 있어요. 시간만 허락한다면 스킵하지 마시고, 오롯이 다 걸으시길 저는 추천합니다. :)
2. 제가 늘 강조하는 건데, 이분은 신발 얘길 빼놓으셨네요. 새 기분으로 걷겠다며 새 신발 신고 떠나는 거, 절대 비추입니다. 기능화들이 너무 잘 나오니 특정 브랜드나 기능을 꼬집을 순 없지만 대개 쿠션이 적당히 받쳐주고, 통기성 좋은 신발을 고르실 겁니다. 어떤 신발을 고르시건 최소 한달은 일찍 구입하셔서 미리 신고 걸어보세요. 신발을 미리 길들여두어야 물집으로 고생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평소 물집이 잘 생기는 편이라면, 작은 용량 바세린을 챙겨가 매일 아침 양말 신기 전에 바르고 신고, 걷다가 쉬는 동안 가급적 신발을 벗어 통풍을 시켜주는 것도 매우 유용합니다. :)
*참고 포스팅
*
그리고, 어제 산티아고에 도착한 순례자는 30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