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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화 Jan 23. 2017

직장생활의 쓴맛을 알게 하는 그 이름, 상사

스트레스 유발 상사 유형

아침마다 챙겨 듣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어느 날은 좀 참신한 분이 게스트로 출연하였다. 문유석 부장판사라는데, 당시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 」로 유명해졌다. 주제는 부장님들의 꼰대질에 대한 조언이었다. 왜 전국의 모든 부장님들은 본인들 내킬 때마다 회식을 잡고, 회식장소를 1인 리사이틀로 만들며, 가뜩이나 없는 직원들의 시간을 축내고 있을까? 젊은이들과 진정한 소통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자신의 인사권이 미치지 않는 이웃주민이나 동호회 후배들에게 하면 될 텐데 말이다. 

   

 나는 18년 조직생활을 하는 동안에 품성도  능력도 훌륭한 상사를 여러분 만났다. 힘든 일에는 솔선수범하면서 부하 직원을 알뜰하게 챙기는 이런 분들이 흔한 것은 아니다. 다행히 나는 운이 좋아서 이런 분들에게 보고 배울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TVN 방송 <미생>의 공식 홈페이지 <직장생활 Q & A> 게시판에는 댓글을 제외하고도 200건이 넘는 글이 게시되었다. 그런데 게시글의 대부분은 비정상, 미친놈 상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드라마에 나오는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은 현실에서는 정말 찾기 힘든가 보다.

내가 아는 한 후배도 자신의 뇌가 온통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로 들어찰 만큼 엄청 힘들게 직상생활을 했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인신공격과 욕설을 받아야 했던 그 후배는 회사를 그만두지는 못하고, 완전 주눅 들어서 직장생활을 했었다. ‘저러다가 회사 그만두는 것 아냐?’ 또는 ‘자살하는 것 아냐?’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힘들어 보였던 후배.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온갖 욕설과 매일의 고성에 길들여졌다. 그러더니 자기도 상급자가 되고 나서는 후배가 자기를 선배 대접해주지 않는다며 은근 후배를 잡았다.       

너도 나도 피해갈 수 없는 괴로움 상사, 우리는 왜 상사 때문에 힘든 것일까?  많은 직장인들이 벗어나고 싶어 하는 상사의 유형을 정리해 봤다.



  강약약 강형

 나는 30대 중반까지는 「‘강한 자’에게 강하게 ‘약한 자’에게 약하게 」 대하는 것이 정상적 행동 내지는 매너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강한 자’에게는 하염없이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철보다 강한 사람들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K 씨는 비겁한 인간 유형의 대명사였다. 담당 임원이나 부장님이 업무지시를 내리면 항상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가장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놓고 본인의 일은 미루기 일쑤였다. 업무현장에는 보이지도 않고, 회사에서 PC 게임하고, 농담이나 주고받고, 개인적 용무에 외출이 잦더니  임원이 현장에 나타나기만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제일 먼저 나타나 일하는 척을 했다. 더 나쁜 것은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아르바이트생이나 계약직원에게는 자신이 언제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그들을 자를 수 있다며 그들에게 충성을 강요했다. 그뿐만 아니다. 밤늦게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전화해서 추근대고, 회식을 강요하고, 진짜 최악이었다.    


성과 집착형

흔하게 있는 유형이다. 아마, 나도 직장에 더 남아 부장, 임원을 했다면 이런 유형이었을 것이다.  내가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조차도 성과에 집착해서 직원들을 괴롭혔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목표만 보고 달려가고, 그 과정에서 부하직원이 힘든지, 아니면 나 자신이 힘든지도 돌보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개매너형

개중에는 사회생활의 기본 매너가 너무 부족한 상사도 있다. 입만 열면 욕설에 인격비하 발언을 일삼는다. 그 발언의 직접 대상이나, 본의 아니게 듣게 되는 간접 당사자나 모두 피해자가 된다. 사무실에서 내 귀를 씻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고성과 욕설로 사무실 분위기를 한층 험악하게 해놓고는, 자신의 가족과 통화하거나, 사적인 이유로 전화통화를 할 때마저 스피커폰 기능을 이용해 중계를 한다. 거기에 더해 업무시간에 영화나 스포츠 경기를 볼륨 높여 즐긴다. 옆에서 다른 직원들은 보고서 만들고, 미팅하고, 정신이 없는데 말이다. 사무실에서 면도하거나 손톱을 깎고, 코 골고 자는 행동은 애교로 봐줄 정도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 정말 모욕감이 들었다. 그 상사의 눈에는 내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니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더 슬픈 현실은 이런 개매너 행동을 수시로 하는 상사에게 팀원 누구도 이의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장인 줄 착각형

꼴랑 팀장만 알고도 본인이 사장인 줄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부하직원을 비서 인양 개인 심부름을 시킨다. 본인의 세탁물 맡기고 찾기, 자기 집에 필요한 물건 사러 갈 때 짐꾼으로 동행하기도 한다. 개인 구두 닦아오라, 은행에서 현금 찾아와라, 주문이 끝이 없다.

심지어는 직원을 대리기사로 쓰기도 한다.  술 마신 후면 부하직원에게 픽업을 주문한다. 본인은 높은 월급에 수당까지 받아 챙기면서, 주유비 한 푼 보태지 않는다.

그리고 회식 때는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거 뻔히 아는데도, 본인 돈으로 사는 것처럼 생색을 내기도 한다.


천재인 줄 착각형

본인이 사장인 줄 착각하는 유형에 이어 본인이 천재인 줄 착각하는 유형도 있다. 자신이 하는 것은 언제나 옳고 자신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한다.  본인은 다 알고 다 옳고, 타인은 다 틀리고 부족하다. 그게 진리리면 대체 “민주주의” “집단 지성”은 왜 대두됐다는 말인가.  ‘자신이 뭐 전지전능 신인가?’ 속으로는 웃지만,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자뻑 천재에게도 ‘네, 네’ 맞장구쳐야 하는 게 직장생활이다.  



자유방임 무능력형

부하직원에게 모든 걸 위임하고 광범위한 자율을 허용하는 이 유형은 크게 미움을 사지 않는다. 능력 있는 부하직원만 있다면야 이런 상사와는 아주 잘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사의 함정은 보고체계에 있어서 상하 간 소통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일은 아랫사람이 다 하라고 맡겨두니, 무슨 내용으로 일이 되는지, 어느 만큼 진척됐는지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 윗사람이 어느 날 프로젝트 진행사항에 대해서 물으면 머리만 긁적이고 대답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유형이다. 

그러다 보니 팀 전체 성과를 갈무리하지 못하고 비전도 주지 못하고 통솔도 되지 않아 팀을 좌초 위기에 빠트린다.

1인 리사이틀 회식형

회식 때 술만 마시면 직권을 이용해 1인 리사이틀을 여는 상사도  있다. 본인의 개똥철학을 계속 부하직원들에게 설파하거나,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놓지 않는 식이다. 혹은 1차부터 3차까지 풀코스로 본인이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으로 설계하는 상사도 있다.  육류를 좋아하는 팀장을 만나면 그 팀장이 있는 한 계속 삼겹살, 곱창, 족발로 회식을 하고, 회를 좋아하는 팀장을 만나면 매번 회를 먹는다. 회식장소는 아무리 멀더라도 팀장 네 동네를 기쁘게 감수해야 한다. 

지독한 <상사 이기주의>가 부하직원들의 퇴사 욕구를 부채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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