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미장 May 11. 2020

사라질 때까지 손 흔드는 애틋한 마음

그 마음을 생각하며

R을 만나기 위해 최근 약 4개월 동안 내 평생 전주에 갔던 것 보다 

몇 배 더 많은 횟수를 전주에 갔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호남선 버스가 들어오는 쪽은 

서울에 온 R을 마중하기 위해 올해 처음 가봤다.


전주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나는 나대로 만남과 작별을 한다.

자연스럽게 같은 역에 있는 사람들, 같은 터미널에 있는 사람들도 본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만남과 이별들이 있다니. 

다들 무슨 사연으로 이렇게 오고 가는가.

새삼 내가 모르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하고 R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하는

떠나는 기차나 버스 창가 쪽에 앉은 상대를 바라보며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 흔들기.

그 애틋한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도저히 그냥 "응 그래 잘가"라고 하고 휑하게 갈 수 없어 

멀어지다가 끝내 사라지는 모습까지도 눈에 담으며 그리워하는 마음이라니 이게 참 얼마나 깊고 깊은 마음인가.


또 누군가가 온다고 차를 끌고 마중나온 모습,

반갑다며 인사하는 모습,

돌아가는 이를 그냥 보낼 수 없어 차를 태워 역까지 데려다주고 인사하는 모습,

아쉬움에 손 흔드는 모습,

기다리는 상대가 어디에서 걸어오는지 찾으려고 승강장에서 두리번 거리는 모습,

마침내 마주하고 포옹하는 모습.


이런 모습을 보며 각자의 사연들을 상상하다 보면

그래 역시 인류를 구원할 것은 사랑, 사랑뿐이로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R이 승강장에서 나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2020년 4월의 끝자락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