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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Nov 02. 2024

서점으로 재탄생한, 현대판 책가도

전통의 멋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점 책가도

서점으로 재탄생한, 현대판 책가도, 전통의 멋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점 책가도



오늘의 서점

전통의 멋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점 책가도      


책방 3가지 포인트      


1. 자개장이 책장을 대신하는 곳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색적인 멋이 있는 서점이다. 어릴 때부터 자개장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책방지기님은 (현재까지도 정정하게 살아계시지만 오래된 자개장들을 떠나보낼 이유가 있었던) 외할머니께 자개장을 물려받게 되며, 서점을 시작했다고 한다. 서점을 여는 것이 오랜 바람이었고, 자개장 역시 오랜 취향이었기에, 두 가지가 맞물리는 순간 ‘자개장으로 꾸며진 서점’을 열 결심이 서서 곧바로 실천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서점 책가도’에서는 현대적인 가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몇몇 책상을 제외한 모든 자리에 자개장이나 고가구가 들어서 있다. 서랍장이나 협탁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키 낮은 문갑들이 늘어서 있으며, 자개장에서 떼어낸 나무 문들이 액자와 벽 장식을 대체하고, 의복이나 집기들을 보관했던 삼 단 목재장은 늦은 저녁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한 책 보관함(주문 도서 보관함)의 역할을 한다. 책장과 진열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한때 장식장과 책장으로 사용되었던 고가구들이 책장이 되고, 화려한 나전칠기 장식이 수놓아진 화장대와 경대는 소품을 전시해 놓는 진열장이 된다. 하지만 자개장이 모든 가구의 자리를 대신하는데도 서점의 인테리어는 부족함 없이 풍족하다. 자개장의 종류가 이토록 방대했나 싶을 정도로, 서점에서는 자개장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현대적인 풍경, 하얗고 반듯한 책과 엽서,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어우러지는 신기하고도 신비한 풍경은, ‘서점 책가도’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이다.      


               

2. 사진작가의 지향과 취향으로 꾸며진 ‘사진 책방’     


서점 책가도의 다른 이름은 ‘사진 책방’이다. ‘사진’은 자개장만큼 서점 책가도를 대표하는 또 다른 정체성이다. 사진은 책방지기님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조각이자, 서점이 창동에 둥지를 틀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현재도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책방지기님은, 혹시 미래에 서점을 열게 된다면 ‘사진’을 반드시 함께하리라고 늘 생각해 왔다고 한다. 서점이라는 다짐 속에 늘 습관처럼 ‘사진’을 곁들여 왔던 것. 그래서 마침내 서점을 열게 되었을 때, 사진은 없어서는 안 될 숙명 같은 조건이었다고 한다. 


사진과 서점, 두 가지의 조건을 염두에 두고 서점의 위치를 물색하던 중, 책방지기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지역이 있었다. 그 지역의 이름은 다름 아닌 ‘창동’. 곧 ‘서울 시립 사진 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곳이었다. 책방지기님은 사진 미술관이 개관할 거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창동에 서점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사진 미술관 옆 사진 책방’이 될 수 있는 기회라니. 같은 주제로 묶인 두 장소의 이름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더군다나 사진 미술관 근방이라면 분명 사진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여들 테고, 사진 책방까지 찾아오는 이들도 적잖을 터였다. 그래서 책방지기님은 창동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행운 같은 우연들은 자주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사진을 향한 책방지기님의 이런 치밀하고 치열한 열정은 책방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책방에서는 다양한 사진 관련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책방지기님과 친구들(모두 사진 전공자들이라고 한다)이 직접 촬영한 예술적인 사진들이었다. 엽서와 미니 포토 카드, 책갈피와 패브릭 포스터까지.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자개장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감각적인 사진들은, 작은 사이즈로만 보기 아까울 정도로 정성스럽다. 특히 그중 몇몇은 책보의 형태로 프린트되어 판매 중이었는데, 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면 책보로 선물 포장도 할 수 있었다. (※ 책보는 별도 구매 필요)      


책을 책보로 감싸 포장하는 건, 서점 책가도만의 특수함은 아니지만, 서점 책가도의 책보에는 다른 서점에는 없는 예술가의 창의성이 담겨 있다. 사물을 남다르게 포착할 수 있는 눈. 그런 눈으로 담아낸 독특한 시점이 녹아들어 있었다. 그래서 서점의 손님들은 종종 선물 포장을 하러 서점에 들른다고 한다. 그중에는 받은 선물이 마음에 들어 다른 이에게 선물하려는 이도 있다고. 실제로 서점에 방문했던 당시 한 손님은 이를 증명해 주었는데, 그녀는 친구에게 서점 책가도의 책 선물을 받고 기분이 좋아져서 같은 선물을 다른 이에게 하려고 서점에 들렀다고 한다. 책가도만의 오리지널 디자인 책보에 싸여 있던 책이었다. 서점의 책보 포장에는 이렇듯 정성스러운 마음을 전하는 힘이 있었다. 선물 받은 사람마저 다시 돌아오게 하는 어떠한 힘이.     



이 밖에도 책방지기님의 열정은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책방에는 ‘사진&예술’이라는 별도의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고, 책방지기님 소장 책들 중에도 유독 사진 관련 전문서들과 잡지들이 많았다. 하지만 서점 책가도의 서가가 단순히 ‘사진’으로 제한되어 있는 건 아니었다. 서가에서는 사진보다 방대한 책방지기님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 책방지기님의 열정을 머금고 있었던 건 ‘마음, 다양성’ 코너였다. 서점에는 사진, 예술 외에도 시, 소설, 에세이, 그림책, 각종 독립출판물과 인문학 및 사회과학 서적들이 있었는데, 마음과 다양성은 이중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해당하는 책들이었다.      


책방지기님은 대학에서는 사진을, 대학원에서는 심리를 전공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심리 상담을 깊이 있게 공부했는데, 여러 상담 분야 중에서 책방지기님이 유독 관심 있게 공부한 분야는 ‘다문화 사회정의 상담’이었다고 한다. (* 다문화 사회정의 상담 : 성별을 비롯한 인종, 언어, 종교, 장애, 학력, 사회 계급, 성적 지향 등 모든 소수성을 포괄하는 상담 분야) 그래서 책방에는 유독 마음을 살피는 책들이 많았다. 심리와 정신건강, 정체성 관련 서적들이 모여 있던 ‘마음과 다양성’ 코너에는, 트라우마와 우울처럼 힘든 마음을 다독이는 서적들부터 인권과 페미니즘, 성적 지향, 장애, 인종, 능력주의 등 사회적 차별을 고민하고 탐구하는 책들까지. 심리 전문 책방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심리학 서적들은 사진과 예술 관련 책들만큼이나 진한 색채로 책장을 채우고 있었다.     


서점 책가도는 이렇듯 사진과 예술, 심리와 인문이 혼합된, 사진작가의 지향과 취향으로 이루어진 작은 서점이었다.                



3.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서점     


서점 책가도는 ‘책가도’라는 상호처럼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공간이다. 본래 전통적인 ‘책가도’에서는 책과 더불어 과일과 꽃, 문구류 등 다양한 소품들을 그려 넣으며, 그림 감상 묘미 중 하나 또한 책들 사이에 숨겨진 장식물들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책방지기님은 이러한 전통 책가도에서 모티브를 얻어 서점을 꾸미게 되었는데, 덕분에 서점의 책과 책장 사이사이에서는 소품과 굿즈들이 숨어 있는 모습을 종종 포착할 수 있다.  

    

‘서점 책가도’의 책방지기님은 전통 책가도만이 가지고 있는 ‘찾아보는 재미’를 현실로 끌어오고 싶었다고 한다. 자개장들 사이에 책을 진열하고, 책과 가구들 틈에 작은 소품들을 채워, 발견하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그래서 서점 책가도에서는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소품들이 자주 등장했다. 까치발을 들어야 볼 수 있는 장롱 위에는 오래된 카메라나 화병, 액자, 영사기가 있었고, 몸을 한껏 쪼그리고 앉아야 볼 수 있는 자개장 안쪽의 작은 서랍장 마지막 칸에 다 쓴 아날로그 필름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도 서점이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활용하는 건 자개장의 서랍과 문이었다. 서점 책가도의 반쯤 열린 자개장 서랍들 사이에서는 엽서들이 종종 발견되었다. 엽서뿐만이 아니다. 스티커와 책갈피, 스티커, 파지 기념품(유명 책의 낱장 파지들로, 한 장씩 가져갈 수 있는 기념품이다) 등 작고 얇은 물건들이 판매용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모습으로 빠끔히 고개만 내밀고 있었다. 문 뒤에 숨어 있는 엽서들도 있었다. 자개장 중에는 양쪽으로 열리는 정사각형의 여닫이 장도 있었는데, 이 장은 어느 칸의 문이든 둘 중 한쪽만 열려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모든 칸에 엽서가 전시되어 있었음에도, 자개장은 늘 반만 열린 모습으로 수줍게 엽서 중 일부만을 내보였다. 나머지 엽서들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개장 문을 하나씩 여닫으며 탐방하는 시간을 거쳐야 했다. 보물찾기하듯 서점 곳곳에 흩어진 작 소품들을 찾는 재미는 꽤 쏠쏠했다. 매번 새로운 소품을 발견할 때마다 개발자가 숨겨둔 이스터에그를 찾아내는 기분이었달까.     


‘찾아보는 재미’는 책과 책방의 이벤트들에도 적용되었다. 책방의 책들 중 몇몇 책들은 종종 자개장의 유리 장식장 안에 갇힌(?) 채 발견되었다. 분명 판매용 새 책임에도 유리문 안에 넣어놓아서 눈앞의 저 책이 판매용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유쾌한 내적 수수께끼가 자주 진행되었다. 당연히 모든 자개장의 문은 손님이 자유자재로 여닫을 수 있었기 때문에 궁금할 때마다 벌컥벌컥 열어보면 그만이었지만, 유리창에 살며시 코를 대고 안에 있는 책을 빠끔빠끔 살펴보는 것 역시 손님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기 때문에, (책방지기님은 이미 어떤 책이 판매용인지를 알고 있을 테니까) 가끔은 닫힌 유리문 앞에 서서 눈알만 열심히 굴리기도 했다.  당시와 나와 눈을 마주쳤던 책장 안의 책들은 나를 사탕 가게 유리창에 달라붙은 아이마냥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먹고 싶은 사탕을 탐하는 얼굴로 내부를 살피는, 반쯤은 거북하고 반쯤은 호기심 가득해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얼굴의 다 큰 사람. 음. 쓰다 보니 문득, 책장 안에 책들만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다 큰 인간이 창문에 해괴하게 코 박고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마주봤다고 상상해 보시라. 오. 생각만 해도 세상에 맙소사다. (농이다.)     



이 외에도 서점에서는 작은 이벤트들을 참여할 수 있었는데, 작은 이벤트에 대한 안내 또한 자개장 문에 걸려 있어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쉽게 지나치기 쉬웠다. 서점 책가도에서 언제나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이벤트들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느린 우체통’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개 방명록’이었다. 느린 우체통은 흔히 생각하는 느린 우체통과 같은 형태의 이벤트로, 서점의 우체통에 편지를 적어 넣으면 1년 내 기간 중 지정된 날짜에 편지를 받아볼 수 있었다. (책도 함께 동봉해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자개 방명록 역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손님이 방문 소감을 남기는 방명록이었는데, 흔한 종이가 아닌 자개에 문구를 적는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판판한 종이 대신 납작한 강낭콩 모양의 조그만 자개에 글자를 적는 일은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매끄러운 조개 표면 위에 글씨를 쓰는 경험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흥미롭다. 책방 입구에는 이 동그란 자개 방명록 조각들을 역어 만든 자개 모빌들이 여러 줄 걸려 있었는데, 책방지기님께서 손님들의 방명록들을 이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책방지기님은 자개 조각들이 일정 정도 모이고 나면, 모빌을 하나씩 만들어 입구에 걸어 놓는다고 한다.) 천장에 걸린 자개 조각들은 옅은 바람마다 살랑이며 은은한 빛을 뿜어냈는데, 자개에 적힌 손님들의 글과 빛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마치 책방을 응원하는 손님들의 잔잔한 마음처럼 느껴졌다.      


동양화에서 느낄 수 있는, ‘드러내지 않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곳. 곳곳에 세심하게 숨겨 놓은 작은 재미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서점. ‘서점 책가도’는 한 폭의 그림 속을 유랑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 독특하고 이색적인 서점이었다.      


책방을 권하고픈 이들      


-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전통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분

- 이색적인 서점을 좋아하는 분

- 탐방하는 재미가 있는 공간을 즐거워하는 분

- 사진 책방이 궁금한 분

- 사진과 예술, 심리 관련 서적들이 취향인 분

- 소수성과 심리 상담 관련 서적들에 관심 있는 분


책방 총평, Last comment      


‘드러내지 않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곳. 곳곳에 세심하게 숨겨 놓은 작은 재미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서점.      


‘서점 책가도’는 한 폭의 동양화를 유랑하는 듯한, 

독특하고 이색적인 서점이었다. 


 


서점 책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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