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 <에브리맨>
바람둥이 나르시스트의 이기적이리만치 담담한 회고록
취향도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대목 천지였지만,
그럼에도 우선은 끝까지 읽어 보자 생각한 건
죽음만이 가지는 공평하고도 엄정한 보편성 때문에.
마지막이 임박했을 때 느끼는
후회와 기쁨의 무게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죽음 앞에 회상하지 않는 인간은 없으므로.
간단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연대감 덕분에 치졸한 변명이 덕지덕지 붙은 그의 인생사를 보면서도 섣불리 손가락질할 수가 없었다. 에브리피플(보통의 인간)을 구성하는 알파이자 오메가, 코어이자 본질은 결국 찌질함인가...라는 생각에 다만 슬퍼졌을 뿐. 방식과 형태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이해받지 못하는 면모 하나쯤은 있으니까. 평생 동안 자기합리화를 해 왔더라도 죽음 앞에서까지 눈속임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죽음의 회고록 속 뼛속까지 단단히 까발려진 모습은 어쩌면 찌질한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물론, 찌질함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의 처절한 고독을 읽으며 죽음을 고찰한다.
어쩐지 나의 죽음도 그의 고독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도 그와 같이 공과 과를 되짚어 가다가 덮쳐 오는 무수한 과오들에 깔려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지혜로워져서가 아니라 체념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살면서 만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은...
죽음으로 이르는 길을 일인칭 시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주변에 삶보다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한 번쯤 거쳐가는 것도 괜찮을 법하다. (단, 읽다가 복장 터지는 대목이 있을 수 있음!)
모티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