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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 Dec 01. 2017

그로스 해킹은 에밀 자토펙(Emil Zatopek)이다

플랫폼 개발 못지않게 고객 개발도 중요하다. 어쩌면 그게 하나일 수도

그로스 해킹이라는 용어가 나에게 인지된 것은 2016년 패스트캠퍼스가 주관하는 데이터 분석 수업에서였다. 당시 창업한 지 한 달도 안된 시점이었고, 마케터와 데이터 분석가가 없는 상황에서 데이터가 중요한 시대라고 하니 커리큘럼이 괜찮아 보여 신청했다. 강사는 국내 최대 비즈니스 네트워크(키워드 문구) '로켓펀치'를 서비스하는 조민희 대표였다. 션 엘리스의 원서 내용과 본인 사이트에서 실전 경험들을 잘 설명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지난 주말 판교 교보에서 진열된 션 엘리스의 번역서를 만나니, 첫인상이 좋았던 사람을 다시 만난 듯 반가웠다. 

그로스해킹이란 용어을 만든 장본인의 저서. 1조원 가치의 회사(드롭박스 등)를 5개 키워낸. 오조원?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라는 용어 자체를 만든 사람이 션 엘리스(Sean Ellis)다. 현재도 페이스북, 구글, 에어비앤비, 우버 등에 몸담은 15만 명 이상의 전문가 - 마케터, 프로젝트 매너저,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 들이 참여하고 있는 커뮤니티 그로스 해커스 ( https://growthhackers.com/ )를 창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그로스 해킹'에 대한 총평을 내 맘대로 해본다. 


시장 적합한 상품(PMF, Product Market Fit)을 사용자(고객)들이 "더 많이(유치), 더 자주(활성화), 더 오래(유지)" 동안 찾고, 머무르게 해 추천과 수익을 만드는 꾸준한 경영의 태도라 하겠다. 이 성장의 휠을 남보다 더 빨리(속도) 돌릴 수 있다면 적어도 위태로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더 많이, 더자주, 더 오래... 라니 왠지 어디선 들어본 라임인데 이거? 


'더 빨리, 더높이, 더 강하게'  올림픽 정신? 


다음 Tip 검색을 해보니, 올림픽 모토(Olympic Motto)라고 한다. 


"Citius, Altus, Fortius"는 라틴어로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뜻으로 Coubertin 남작이 파리의 Henri Martin Dideon 목사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겸사겸사 르까프가 올림픽 모토를 기반한 브랜드라는 것도 30년 만에 처음으로 알게 됐다. (르까프, 그런 의미가 담겼다는 것을 몰라봐서 미안하다...)


르까프 홈페이지 브랜드 소개 페이지 중 일부 캡쳐. 브랜드 슬로건에도 에밀 자토펙이 보인다. 

 

그로스 해킹에서 시작한 생각의 꼬리는 올림픽 모토 연관 검색에 이어 에밀 자토펙에서 멈췄다. 


“한 번의 훈련으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수백, 수천 번 훈련했을 때,

신체의 여러 부분에서 발전이 일어날 것이다. 비가 온다고? 그건 문제가 안 된다.

피곤하다고? 그 또한 문제가 안 된다.

의지력이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헬싱키 올림픽에서 역주하는 모습. 2번의 올림픽에서 총 금메달 4개, 은메달1개 수상. 인간이냐? 그래서 별명이 인간기관차.


에밀 쟈토벡은 체코의 육상 선수였다.  1948년 제14회 런던 올림픽 대회 1만 미터 우승, 5,000미터에서도 2위, 1952년 제15회 헬싱키 올림픽 대회에서 5,000미터, 1만 미터, 마라톤 등 세 종목을 모두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 독종이다. 각주 참조. 


작년 초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카카오를 뛰쳐나와 자기 사업한답시고 천지분간 못하고, 시행착오 겪다가 최근 느낀 바가 있었다. 필자는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 택시 등을 만들었던 경력을 가진 개발진 멤버들과 카카오를 '졸업'하고 다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오즈원(Oz1 Inc.)에서 사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카카오처럼 누구나 아는 기업이라면 '카카오에서 아재를 맡고 있습니다.'라고 한 마디면 될 것을 오즈원을 모르는 사람이 국내에만 5,000만 명이기 때문에 저는 이만저만 회사에서 고만고만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주절주절 얘기해야 한다. 오즈원은 오프라인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서비스 기획, 디자인, 개발을 맡고 있는데, 이제야  '그로스 해킹'을 우리 회사와 파트너사에 적용해 보고자 시작한다. 


에밀 자토펙처럼 나도 꾸준히 성장의 휠을 돌리기 위해 그로스 해킹의 프로세스와 실행전략을 서술한 이 책을 바이블 삼아 연습해보려고 한다.(나름 진지함. 궁서체로 쓰고 싶었으나 브런치가 지원하지 않음) 


당분간 브런치에 꾸준히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써가며, 회사에서 진행 중인 서비스에 적용해 가보고 한다. 아직 성공한 프로젝트도 없고, 앞이 캄캄하기도 하지만 하다 보면 발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믿고 일단 해보자. 문과생이라 개발은 모르겠다고? 그건 문제가 안된다. 책에서도 설명하지만 그로스 해킹은 마케터나 개발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세일즈, 디자이너 등 회사 내 모든 사람들이 그로스 해킹의 담당자이다. 특히 리더가 젤 중요하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그로스 해킹은 생존 도구이다. 왜냐하면 얼마 전 퇴임한 GE의 제프리 이멜트가 2013년 GE 연간보고서에서 언급했듯이 앞으로 모든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회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온오프 영역이 파괴되고, 가상과 실재가 융합되는 시대이다.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중요해진다. 빅데이터가 있어야 AI도 있다. 이 시대 기술의 궁극적 '효용'은 '추천'이다. 그로스 해킹은 거기까지 가기 위한 방법론이자 철학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로스 해킹이 하룻밤 사이에 고객수를 증폭시키는 마케팅 수단 같은 '묘책'이나 '만병통치약' 아니다. 대부분의 성공은 작은 성과들이 켜켜이 쌓여 꾸준히 이뤄지는 것이지, 로또처럼 단박에 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에밀 자토펙이 한 말을 명심하자. 한 번의 해킹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게 정상이다. 물론 철저한 분석에 기반한 가설의 실험이 대단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계속 작동하거나,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한 번의 성공에 우쭐하는 것은 어쩌다 한 번 동전 주웠다고 계속 땅만 쳐다보고 다니는 꼴이다. 


브런치에는 작가들도 많고, 전문가도 많지만, 에밀 자토펙이 날마다 달렸듯이 꾸준히 쓰고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 다른 분들처럼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 거는 믿음으로 브런치의 펜을 들어본다. 펜 가는 대로 내키는 대로 쓴다. 책 내용이야 궁금한 사람이 사서 보면 될 것이고. 챕터를 건너뛰고 띄엄띄엄 쓰더라도 한번 가보자. 겸사겸사 회사 홍보도 할 겸, 파트너사 홍보도 할 겸. 서비스와 일하는 방식을 공개하고, 공유해서 피드백받으면 어찌 좋지 않겠는가? 그로스 해킹은 에밀 자토펙으로 의인화하자. 


사족 같지만, 역린의 명대사 중용 23장도 연상된다. 세상 이치인듯 싶다. 

일일이 한자 전환하는 것이 힘들어 그냥 써봤습니다. 못 봐줄 정도는 아니길...
역린의 명대사. 현빈의 목소리로 들으면 더 절실함게 들림


그로스 해킹이 진화된 마케팅 그 이상의 경영에 대한 태도 사고방식이듯이, 

에밀 자토펙도 대단한 운동역량 그 이상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철학을 가졌다는 기에 그로스 해킹과 비슷하다고 보는 것은 나만의 억지 춘향이다. 


다음 브런치 메뉴는 '머스트 해브(Must Have)' 


각주 1. 에밀 자토펙이 궁금하죠? 어떤 분이 잘 정리해 주셨네요. 훈련 방법도 그로스 해킹스럽다.

http://blog.naver.com/honchangtong/22089612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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