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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롱 Oct 06. 2019

[인터뷰_야비클럽] 회사에서 실패하라

울프소셜클럽 김진아 대표 인터뷰

"More Dignity Less Bullshit"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울프소셜클럽'에 가면 이런 문구가 나를 반긴다. 울프소셜클럽은 김진아 대표가 비정기적인 소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카페 겸 바(Bar)다. 주로 페미니즘 관련 모임이 열린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대표는 공간 이름도 버지니아 울프의 'Woolf'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소설가이자 페미니스트였던 버지니아울프가 이야기한 '자기만의 방'이 떠오르는 이름이다. 울프소셜클럽은 얼마 전 <뉴욕타임스>가 서울의 주목할 만한 페미니스트 공간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김진아 대표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이자 책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의 저자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에겐 연대가 필요하다며 야망과 정치를 부르짖는 그녀가 마음에 쏙 들었다.





"여성에게 정치야말로 선택이 아닌 필수."

"야망이 여자를 살린다."

"여성에게 더 많은 파이를."



여성들에게 연대와 정치는 왜 필요할까?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김진아 대표를 울프소셜클럽에서 만나 그녀의 뜨거우면서도 냉철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울프소셜클럽'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 최근에 <뉴욕타임스>에서 페미니즘 공간으로 소개하기도 했는데.


평소에는 카페나 바처럼 운영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함께 이야기해볼 이슈가 있을 때, 서로의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 비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여성 프리랜서 모임이 열리기도 한다. 2017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렇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


울프소셜클럽 대표 외에도 다른 직업이 있는 것으로 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원래 광고대행사에서 일했다. 카피라이터일만 20년 가까이 한 셈이다. 나도 초롱씨(인터뷰어)처럼 여러가지 일을 한다. 울프소셜클럽이라는 공간도 운영하지만 원고 의뢰가 들어오면 글도 쓰고, 그걸 모아 책도 낸다. 울프소셜클럽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게 한국의 자영업 현실이다."





광고대행사도 오래 다녔지만, 회사를 나와서도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만족스러웠나? 프리랜서를 추천하는가?


추천하지 않는다(웃음). 기업 안에서 10년, 밖에서 10년을 보낸 셈인데, 확실히 조직에 남아있는 게 자산 증식 차원에서 낫다.


 웬만하면 성 안에서 버티길 권한다. 도저히 못 견디고 프리랜서 해야겠다 싶으면 조직에서 생활하는 동안 충분히 자기 먹거리를 챙겨 나오라고 말하고 싶다. 프리랜서도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을 보호하는 법도 모르고 클라이언트 상대하는 스킬도 없으면 곤란하다. 업계 파악하고 인맥 쌓으려면 최소 5년은 인고의 준비가 필요하다.



- 회사 안에 있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은가?


실패하는 경험을 많이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처음부터 나 혼자서 내 돈을 들여서 무언가를 하면 실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투자도 내가 해야 하고, 실패해도 내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 있으면 프로젝트를 어깨너머로 구경할 수도 있지만, 내가 맡아서 실패해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장 쫓겨나지 않는다. 실패하면 실력이 는다. 이쪽 분야의 경우엔 광고를 말아먹으면서 길러지는 감이나 직관 같은 것이 있다. 만약 그런 실패의 기회없이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된다면 그 무게가 얼마나 무겁겠나.



회사 안에서는 실패할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는 게 이점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한 걸음만 잘못 내딛어도 안전망 없이 쉽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실패할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하다. 실패할 수 있는 것이, 곧 권력이다.



그렇지만 여성들은 나이가 먹으면 조직에서 더 쉽게 떨어져 나간다. 유리천장은 여전히 공고하다. 실패할 기회를 예찬하며 마냥 회사에만 있기도 어렵다. 언젠가 회사를 나와야 한다면, 그 안에서 경쟁력을 길러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인터뷰 기사 전문은 오마이뉴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은 오마이뉴스와 박초롱 작가에게 있습니다.

http://omn.kr/1jnrx

park_chor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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