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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is Jun 14. 2023

PM 10:10

굳게.


문득

지나간 한때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그저 상대에게 바라기만 했었던 것 같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랬던 것 같다.

매일같이

내 안에서는 이렇게 외쳐댔다.

힘든 내 마음을 좀 알아주면 좋겠는데

이런 나에게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는데.

특별한 대상이 없이

그(것)들을 향한 외침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나의 입에서

직접 토해내지 않고

알아주길 바랐다.

그냥 알아주길 바랐다.

알아주길 바랐다.

당연히 그런 것처럼.

하지만.


표현하지 않으니 그들은 알아챌 리도,

이런 나의 마음을 받아줄 리도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나의 우울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그(것)들이 감싸줄 거라 생각했다.

작은 몸짓의 나를 보며 알아서 달래줄 거라 믿었다.


굳게.

나에게 참 필요한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참 가혹한 시간이었다.

나의 마음을 먼저 바꾸는 것이

나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보다

먼저였다.

어두운 마음에서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결코.

어두운 마음에서 시작된 나의 상황은

개선될 리 없었고 나빠지기만 했다.


순리대로.

마음이 어두워지고

상황이 악화되고

악순환이 이어졌다.

가혹한 순간에도

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나의 고통

나를 괴롭힌 고통​


지금껏 나를 괴롭힌 고통의 시작은

나와 가장 가까운

나의 생각 때문이었다.​


나에게 참 가혹한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참 필요한 시간이었다.

나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누군가가 아닌 나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던 것 같다.


무척이나.

드디어

나의 감정을 볼 수 있었다.​


나의 감정을 보이는 데 집중했던 과거와는 달리

나의 감정을 돌보는 법을 배웠다.

나의 몸과 마음을 낫게 하기 위해

나의 생각을 읽고

나의 마음을 살피고

나의 감정을 돌보는 법을 배웠다.

자그마치

십수 년쯤이 지나서야​

이러한 깨달음이


나의 삶에 대한

값비싼 경험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문득 떠올랐던

지나간 나의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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