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수업> 을 읽고
학창 시절, 나는 학업에 뜻이 없어 오랜 시간 방황했다. 재수를 하면서 나처럼 방황하는 학생을 도울 수 있는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7년간 교사 임용 시험을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시험에 낙방했다. 이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교육 현장에 필요한 책을 만들며 직장생활을 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
첫 아이를 출산하는 날 다짐한 것이 있다. ‘엄마라는 명분으로 자녀의 일생을 좌우하지 말자.’ 하지만 나도 여느 부모와 다를 게 없었다. 사교육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어 콘텐츠를 소비하기 급급했고, 육아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아이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입했다. 이런 내 자신이 낯설었다. 분명 나처럼 방황하는 학생을 안내하는 교사가 되고자 했고,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교사가 되지 못한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또다시 방황하고 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로지 ‘나’의 만족을 위해 잘못된 가치관에 근거한 자녀교육을 하고 있었다.
<삶을 위한 수업> 책은 교사들의 이야기다. 동경하는 마음과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갔다. 덴마크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일까. 그들의 교육은 지금껏 내가 경험했던 것과 사뭇 달랐고, 부모로서 올바른 교육적 가치관을 새로이 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일상생활과 교육의 연계
만약 아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고작 ‘지금 고생한 만큼 너의 미래가 편할 거야.’ 정도의 세속적인 답이 떠오른다. 반면 덴마크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일상생활과 교육의 연계’를 강조한다. 그들은 수업 진도를 나가기 전에 '왜'를 묻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시험을 위한 수업이 아닌 실생활과 연관된 수업을 지향한다.
#나눔에서 비롯되는 배움
나는 내 아이가 혼자 책을 읽는 것을 볼 때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먼 훗날 아이는 입시를 준비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혼자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작 두 돌밖에 안 된 아이에게 이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덴마크 교사는 진정한 배움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일어나며, 자신이 배운 것을 타인과 토론할 때 비로소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이 by 아이’
요즘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은 SNS상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는 이면에는 치밀하게 계획된 마케팅 전략이 담겨 있다. 다수의 부모는 광고 속에 등장하는 독보적인 아이의 모습을 자녀와 동일시하고, 이내 지갑을 연다. 소비한 만큼 아이가 월등히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수많은 콘텐츠를 아이에게 강요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덴마크 교사는 ‘아이마다 배움의 길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의의를 두는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배워나가는 모습’이다. 부모(교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아이의 특성에 맞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 결과로 스스로의 인생 내에서 배움을 계속하게끔 이끄는 것이다.
#자신감과 자존감
덴마크 교사는 아이가 학습에 별다른 재능이 없는 아이일수록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두가 가는 길이 아닌 조금은 다른 길로 가도 괜찮으며, 속도에 있어서 누구는 조금 빠르고 누구는 조금 늦을 뿐이라는 현명한 가치관이 덴마크 교육 전반에 깔려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생각에 잠겼다. ‘자립’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한참을 맴돌았다. 세상은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타이틀은 과거와 현재에 머무른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미래에 살아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외국어 능력도, 사칙연산도, 단편적인 지식도, 입시에서의 성공도 아니다. 어떤 상황을 마주하든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가정과 교육 현장에서는 여러 대안 중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건강한 어른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인생의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부끄럽지만 이제는 고백할 수 있다. 나는 지금껏 방황해왔고, 나의 미련을 아이에게서 보상받으려 발버둥 치는 어리석은 부모였다. <삶을 위한 수업>은 이런 ‘나의 삶을 위한 명강의’를 펼쳤다. 10여 년간 부여잡아온 미련을 버리고, 두 아이의 인생을 책임지는 부모로서 아이를 위한 진정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값진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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