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의 완성체, 가족
전업주부로 산 지 3년차. 갑작스럽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29개월, 5개월 아이들을 친정엄마께 맡기고 일하러 나가는 건 상상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친정 부모님의 지원, 남편의 도움, 아이들의 무난함 덕분에 물리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 상상했던 것보다... 하지만 정작 엄마인 나는 일할 때의 즐거움과는 별개로 마음이 요동치곤 했다.
'나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특히 어린 둘째가 신경쓰였다.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까, 서점에서 책 제목만 보고 황급히 샀다.
#아이는 잘 키우고 싶지만 경력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창작시대사
#유성희 지음
책 제목만 보면 왠지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워킹맘에게 적절한 타임테이블이나 요리레시피(?), 시간 절약 방법, 마음 처방 등의 팁을 조언해줄 것 같다.
하지만 책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절절한 경험을 토대로 한 반성문이다. 아들에게 제출하는 반성문.
저자는 외국계 은행에서 정년퇴직을 한 1세대 워킹맘(?)이다. 그리고 저자가 한창 근무할 당시, 그녀의 둘째 아들은 왕따를 경험하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간에 자퇴까지 했다.
가족은 아들의 변화를 마주하지 않았다. 변화를 낯설어 했고 부끄러워 했다.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자기방어에 대화가 단절되기도 했다.
아들은 혼자 있는 시공간 속에서 책으로, 운동으로, 글쓰기로 처절하게 내면의 자아와 싸우고 있었다. 지나고 나니 의미 있는 행위였음을 알았지만, 내 자식의 일이기에, 내 자식이 달라졌기에, 당시 부모의 시야(視野)는 흐렸다.
부모가 되어 보니 내 아이가 다수에 속하지 않을 때 불안하다. 그리고 내가 정한 테두리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초조하다. 하물며 나는 직장에 있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고, 자식은 격동의 시기를 보내며 방 안에만 틀어박혀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면...?
맨 뒤에 있는 아들의 편지를 읽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엄마의 반성과 후회, 인정이 담긴 글을 읽을 땐 엄마의 마음으로 공감했다. 아들의 편지를 읽을 땐 자식의 마음이 되어 부모를 원망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아들의 감정 변화에 공감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자식과 완벽한 부모가 있을까?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 모여 완전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는 게 가족아닐까?
생각이 많아졌지만 잔잔한 위안을 얻은 아침독서 였다.